일본에서 관객수 1500만 명이 넘는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애니메이션 너의 이름은.’이 국내에서도 뜨거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의 추세라면, 국내 최다 관객수를 보유한 일본 애니 하울의 움직이는 성300만 명도 가볍게 넘어설 전망이다. 그만큼 기세가 무섭다. 관람객들의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너의 이름은.’의 무엇이 대중을 매료시키는 것일까.

 

너의 이름은. 성공 키워드 첫사랑’, ‘판타지’, ‘해피엔딩

 

너의 이름은.’은 학창시절의 첫사랑을 다룬다. 대중문화에서 첫사랑이란 코드는 매우 매력적이다. 애틋하고 그립다. 추억을 부른다. 그래서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음악 등에서도 즐겨 쓰는 소재가 바로 첫사랑이다. 젊은 층뿐 아니라 중장년층에게도 강하게 어필할 수 있기에 더욱. 한류열풍의 주역 드라마 겨울연가가 일본에서 빅히트 친 것도 학창시절의 첫사랑이 적절하게 녹아들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일본영화 러브레터가 국내에서 흥한 것도 마찬가지다. 그만큼 첫사랑은 국적을 떠나 대중적으로 친밀하면서도 힘이 있다.

 

 

 

 

 

 

그래서 첫사랑을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는 그동안 셀 수 없을 만큼, 어떤 면에선 지겨울 만큼 쏟아졌고 현재진행형인 것도 사실이다. 때문에 학창시절 첫사랑하면 쉽게 떠오르는 영화나 드라마속의 이미지들이 있다. 그만큼 대중에게는 상당히 진부한 소재다. 나올 만큼 나와 더 나올 게 있을까 싶을 만큼. 분명 대중문화에서 첫사랑의 본질적 이미지 이면엔 식상함이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너의 이름은.’은 이 식상함을 판타지라는 무기로 깨버렸다.

 

첫사랑이 가진 인연, 운명적인 만남과 이별, 애틋함과 그리움의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해, 남녀 주인공의 몸이 바뀐다. 시공간도 뒤틀리고 바뀐다. 판타지적 설정을 통해 기존에 품고 있던 첫사랑의 또 다른 변주가 가능했던 셈이다. ‘별에서 온 그대’, ‘도깨비’, ‘푸른바다의 전설등 최근 국내에서 제작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판타지 로맨스물의 지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도, 기존 소재가 갖는 식상함의 탈출구가 되기 때문이다. 같은 소재라도 얼마든지 다르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건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진 힘이다.

 

 

 

 

 

 

너의 이름은.’의 흥행에 방점을 찍는 건 해피엔딩이다. 사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너의 이름은.’외에도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등에서 학창시절의 첫사랑을 다뤘었다. ‘초속 5센티미터’, ‘언어의 정원은 작품성을 인정받고 매니아층의 사랑을 받았으나 흥행과는 거리가 멀었다. 왜 일까. ‘첫사랑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엔딩으로 이어졌고, 그것이 충분한 개연성과 이해를 동반함에도 불구하고 관객 다수가 바라는 결말과는 다소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그동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첫사랑의 정석(?)을 표현했었다. 운명처럼 첫사랑이 곧잘 이루어지는 미니시리즈 드라마와 달리, 100분내외의 영화에서 첫사랑건축학개론이나 클래식’, ‘말죽거리 잔혹사처럼 추억, 끝내 엇갈릴 수밖에 없는 인연으로 그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것은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란 속설에 충실한 면도 있고, 두 시간 안에 감동과 여운을 자아내기에는, 첫사랑은 안타깝지만 추억으로 남기는 게 더 효과적이기 때문도 있다.

 

그런데 말이다. 만일 겨울연가가 해피엔딩이 아니었다면, 배용준이 욘사마가 될 수 있었을까. ‘너의 이름은.’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 전작들의 엔딩을 쫓았다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 엄청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을까. 절반의 성공에 머무르진 않았을까.

 

 

 

 

 

 

그만큼 관객은 아쉬워한다. 이루어질 수 없는 첫사랑에 감동도 하고 이해도 하지만 충분히 만족하진 못한다. 그 기저에는 대리만족, 행복한 결말을 원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너의 이름은.’에선 전작들과 다른 포지션을 취한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대중, 흥행을 의식한 설정과 결말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흥미로운 건, 역시나 설정에 판타지를 가미한 것이다.

 

너의 이름은.’은 설정자체가 현실을 벗어난다. 현실의 옷을 벗으면서 첫사랑이 가진 속설의 무게도 가벼워진 셈이다. 대중이 바라는 이상적인 결말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었다. 신카이 마코토감독이 생각하는 학창시절의 첫사랑이란, 마치 초속 5센티미터처럼 현실에선 이루어지기 쉽지 않고, ‘너의 이름은과 같은 판타지적 설정, 상상안에서나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 같기도 하다.

 

어찌됐든 너의 이름은.’은 꽉 닫힌 결말은 아니더라도, 관객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을 하고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는 이별로 감동을 극대화하면서도 인연의 끈은 놓지 않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운명적으로 이어지는 첫사랑의 또 다른 완성을 보여준다. 관객을 안도하게 만들며 만족시키는 방점이 엔딩에 있다. 물론 첫사랑’, ‘판타지’, ‘해피엔딩이란 3가지 대중적인 키워드만으론 성공할 수 없다. ‘너의 이름은.’처럼 신선한 재미와 따뜻한 감동을 엮는 탄탄한 스토리가 받쳐줘야 함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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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바람을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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