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7회, 40분 망친 시청자 인내심테스트?
3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신의’ 7회는 총 65분 중 초중반 40분 망하고 후반 25분 흥하는 극과 극을 달렸다. 7회 초반 경창군의 병을 고치기 위해 유배지를 이탈한 최영(이민호)과 의선 유은수(김희선)은, 덕성부원군 기철(유오성)이 놓은 덫에 걸려 역모죄를 뒤집어 쓴다. 이에 화수인(신은정)은 최영에게 기철의 사람이 되는 게 역모 혐의를 벗을 수 있는 유일한 해법임을 알리지만, 최영이 그 제안을 거절하면서 고난은 시작됐다.
그러나 7회 40분동안 이어진 최영과 은수 그리고 경창군에게 주어진 위기와 고난에는 전혀 재미나 긴장감을 느낄 수 없었고, 우달치 부대원의 등장은 주인공을 돕긴 커녕 극의 산만함을 부추기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제작진은 오히려 병세가 악화된 경창군을 두고, 최영과 은수의 러브라인에 집중하는 인상을 보여, 때와 장소를 구분 못하고 감상에 빠진 주인공커플로 만들고 말았다.
특히 경창군이 고통을 호소할 때, 은수가 내놓은 양희은 성대모사 처방은 최악에 가까웠다. “너 뭐니? 뭔데 나를 아프게 하니?”라며 코믹스럽게 양희은의 성대모사를 하는 김희선은 안쓰러웠고,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부를 땐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다. 김희선의 성대모사는 애교수준으로 봐줄 수 있었지만, 아침이슬 2연타는 시청자를 내쫓는 행위에 가까웠다.
단순히 양희은을 흉내내는 김희선이 오글거리기 때문만이 아니다. 경창군이 고통으로 신음중인데, 은수 행동은 경창군이 아니라, 마치 최영에게 귀엽고 예뻐 보이려는 행동처럼 그려졌기 때문이다. 성대모사로 경창군에게 웃음을 주었다면, 은수의 다음 행동은 본인조차 어색해하던 노래를 부를 게 아니었다. 성대모사의 가벼운 웃음뒤에, 여의사가 어린 환자에게 줄 수 있는 편안함, 신뢰감이 느껴지는 차분한 언행이 따랐다면, 은수의 캐릭터는 훨씬 매력적이지 않았을까.
초반 지루하고 몰입도 떨어지던 차에, 김희선의 양희은 성대모사-노래 2연타는 오글거림을 참지 못한 시청자에게 리모컨을 돌릴 찬스를 내주었고, 최영의 머리에 꽃을 달아주고 깔깔거리며 광녀가 된 주인공 은수는 회복불능을 자처했다. 이어서 터진 공민왕(류덕환)-노국공주(박세영)의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은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갔다. 가정법원 신구 코스프레 장빈(이필립)을 가운데 두고 나누던 공노커플의 부부싸움에 제작진은 재미의 포인트를 찾는 듯 했지만, 오히려 신의라는 드라마를 3류로 끌어내리는 자충수의 연속.
비록 서브커플이긴 하나, 드라마 신의에서 또 하나의 축으로 중심을 잡아주던 공민왕-노국공주에게 부부클리닉을 패러디한 듯 표현함으로써, 그동안 힘겹게 쌓아올린 공노커플의 캐릭터와 갈등의 관계도를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불필요한 패러디가 재미는 커녕 캐릭터의 진정성을 바닥까지 끌어내리자, 뒤에 이어진 공민왕의 무서운 질투와 노국공주의 안타까운 눈물에도 어떠한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안 그래도 지루하던 찰나에 터져 나온 제작진의 불필요한 헛발질은, 시청자의 인내심을 테스트했고 채널을 돌리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고 말았다. 이 모든 악수를 해소시킨 건, 40분 경 등장한 신의의 대표 악역 덕성대원군 기철(유오성)이었다. 기철이 등장하면서 코마상태에 빠졌던 신의 7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기철은 어린 경창군에게 독약을 건네며, 경창군과 그의 충신 최영중에 한 사람이 죽어야 역모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달콤살벌한 제안을 한다.
어리고 나약한 경창군이 감당할 수 없는 무서운 기철의 제안은 리모컨을 놓고 고민하던 시청자를 멈추게 만들만큼 긴장감과 재미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충신 최영을 사랑한 어린 경창군의 선택은 감동을 빚었고, 처음으로 왕의 사랑을 몸과 마음으로 느꼈던 최영은 눈물과 함께 각성의 계기를 맞는다. 화고독을 마셔 몸이 타들어 가 고통을 호소하던 경창군을, 그저 눈물과 함께 하늘나라로 편안하게 모실 수밖에 없었던 최영상조. 그동안 방송된 신의에서 최고의 명장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본 은수가 최영을 오해하고 배신감을 느낀 것까지, 극은 후반부에 환상적인 코스를 밟는다.
안타까운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친 격이기 때문이다. 40분경부터 이어진 7회 후반부 기철->경창군->최영->유은수으로 이어진 주요인물간에 갈등, 긴장감과 재미의 극대화를 맛보기 위해선, 40분여 분에 걸쳐 진행된 초중반의 지루함과 황당했던 주인공들의 생쇼를 견뎌야 했다. 그 과정에서 인내심에 한계를 느끼고 이탈한 시청자는 신의로선 뼈아프다.
신의 제작진도 터닝포인트가 될 7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다. 지난 6회에 대한 시청자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7회에서 임팩트를 보여줬다면 신의는 날개를 달 수 있었다. 제작진도 이를 의식했기 때문에 7회 초반에 지난 6회까지의 하이라이트를 편성했던 것 아닌가. 그런데 7회가 시작하고 40분 동안 보여준 건 시청자의 인내심테스트였다. 신의라는 드라마에 충성도가 높지 않으면 쉽게 채널을 돌릴 정도로 재미의 순도가 떨어졌다.
신의 제작진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현재 신의는 넝굴당이나 각시탈처럼 고정 시청자가 두터운 드라마가 아니란 사실이다. 후반 20분만 흥해도 될 거란 착각은 시청률이 어느 정도 담보된 드라마에서나 가능하다. 시청자가 어떤 전개나 장면을 보더라도 인내심을 가지고 끝까지 봐줄 거란 착각이나 자신감을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현재 신의는 쓸데없이 대사량이 많아 장면이 늘어지고 임팩트를 죽이며, 신의매니아나 좋아할 3류 개그코드에, 불필요한 장면으로 맥을 끊는 경우가 허다하다. 제작진은 초중반과 후반이 재미면에서 극명하게 엇갈린 7회를 앞으로의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