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퀸 김유정, 양날의 검이 된 리모컨파워
‘메이퀸’과 ‘다섯손가락’이 벌이는 주말드라마 경쟁이 치열하다. 시작은 다섯손가락이 다소 앞서는 양상을 보였으나, 시청률 조사기관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2일 방송분에선 ‘메이퀸’과 ‘다섯손가락’이 13.7%라는 같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초박빙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초반 열세를 만회하고, 시청률에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메이퀸의 저력이 돋보인다.
흥미로운 건 메이퀸이 ‘조선업’을, 다섯손가락이 ‘피아노’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나, 양쪽드라마 모두 초반 진행의 승부수는 출생의 비밀에서 찾았다는 사실이다. 시청자에게 익숙해진 자극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통속극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메이퀸은 극의 중심에 아역배우 ‘김유정’을, 다섯손가락은 베테랑 ‘채시라’를 앞세웠고, 주인공인 김유정이 선(善)을 채시라는 악(惡)을 대표하는 캐릭터라는 게 이채롭다.
놀라운 건 역시 아역배우 김유정의 리모컨 파워에 있다. 그녀는 이미 드라마 ‘구미호 여우누이뎐’, ‘해를 품은 달’ 등을 통해, 연기력과 스타성을 입증한 바 있다. 그 힘이 고스란히 메이퀸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지만, 상대가 당대 최고의 여배우중에 한 명으로 꼽히는 채시라였다. 김유정이 채시라를 상대로 리모컨파워에서 밀리지 않음을 보여준 셈이다.
김유정의 힘은, 드라마 메이퀸을 보면 더욱 설득력을 갖게 된다. 예쁘장한 외모에, 구수한 전라도사투리를 능수능란하게 소화할 뿐 아니라, 시청자가 주인공 천해주(김유정)에게 쉽게 몰입할 수 있는 감정표현이 웬만한 성인연기자들을 압도하는 경지에 올랐다. 의붓아버지 천홍철(안내상)과 만들어내는 부녀간에 따뜻한 사랑은 시청자를 울리고, 악질 계모 조달순(금보라)의 막말과 핍박은 시청자를 분노케 한다.
메이퀸 5회만 놓고 봐도, 해주를 끔찍하게 미워하는 아내 조달순의 악독한 행각을 참지 못한 천홍철이, 해주의 친엄마 이금희(양미경)에게 보내야 하는 지에 대해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사실 해주는 석유학자 윤학수(선우재덕)와 이금희의 딸이지만 천지그룹 장도현(이덕화)의 욕심은, 결국 학수를 죽이고 금희를 아내로 취했으며 딸 해주를 비밀리에 살해하도록 박기출(김규철)에게 지시했었다.
하지만 기출은 해주를 죽이지 못하고 군대 선임 홍철에게 해주를 부탁했고, 돈이 필요했던 홍철은 기출에게 거액을 받고 아내 조달순에게 해주를 자신이 외도로 낳은 자식이라며 속여서 키워왔었다. 그런데 홍철이 해주의 친엄마가 금희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홍철은 도현과 기출에게 공공의 적이 된 셈이다. 때문에 기출은 홍철을 절벽아래로 밀어 죽이려 했고, 다행히 해주가 그 광경을 목격해 미수에 그치며 5회가 끝이 났다.
전체분량에서 초반인 5회에 주인공 천해주의 출생에 비밀을 알게 된 홍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많은 시청자가 홍철의 죽음을 예감하지만, 가슴을 졸이며 제발 죽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홍철이 죽으면 해주가 너무 불쌍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능력자 윤정우(이훈)와 이봉희(김지영)이 향후 해주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지라도, 아버지만큼 하겠는가.
무엇보다 지금껏 메이퀸을 이끌어 온 힘은 ‘김유정-안내상’ 부녀의 흡인력 강한 연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에서, 안내상의 퇴장은 막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메이퀸 6회의 예고가 시청자를 불안하게 만든다. 도현과 기출이 홍철을 그냥 놔둘리 만무하고 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안내상이 극중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기억상실증에 걸리거나 코마상태에 빠지는 것 외에는 딱히 없는 상황으로 보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주옆에 남아주길 바라게 된다.
시청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식상한 설정과 전개라도 해주를 위해서라면 제발 나와 주길 바라는 건, 바로 메이퀸 천해주를 완벽하게 표현해 시청자를 희노애락속에 빠뜨린 배우 김유정의 힘이다. 문제는 김유정이 빠진 메이퀸이다. 아역배우 분량이 끝나고 성인배우로 넘어갈 때, 과연 김유정의 천해주를 한지혜가 김재원-재희와 함께 얼마만큼 매력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 시청자가 김유정에게 빠져들면 들수록, 성인연기자 한지혜 등의 부담감도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조선업을 배경으로 야망과 사랑, 배신과 복수, 몰락과 성공을 그린 드라마 메이퀸은, 약점이라 할 수 있는 익숙한 스토리라인과 등장인물의 캐릭터 및 구도 속에서도 초반 시청자를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여기엔 캔디 김유정의 힘이 절대적이었다. 메이퀸 김유정의 리모컨파워는 경쟁작 다섯손가락 채시라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음을 입증했다. 그러나 동시에 김유정이 메이퀸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서, 힌지혜를 비롯한 성인연기자들이 바짝 긴장해야 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