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드라마를 보면, 2PM 박재범사태 보인다

바람을가르다 2009. 9. 14. 15:18
요즘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드라마는 MBC<선덕여왕>이다. 이 드라마가 대세를 타고 시청률 50%를 향해갈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고현정을 비롯한 캐스팅도 좋았지만,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내용에서 시청자를 사로 잡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동시간대 방영했던 SBS<드림> KBS<전설의 고향>은 재미가 없었기 때문에 시청률 경쟁에서 밀려난 것일까? 부인 할 수도 없지만, 꼭 그렇게 보지만은 않는다. 특히나 <드림>과 같은 경우는 초반에 바람몰이에 실패한 것이 시청률 5%라는 초라한 결말을 낳았다고 생각한다.

 

연기자로 데뷔한 가수 손담비의 영향이 컸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가수로서 얻은 인기로 연기에 대한 검증없이, 첫 작품부터 주연을 꿰찬 그녀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은 고울 수가 없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연기력은 부족했고, 시작부터 발연기라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론과 네티즌들은 캐스팅의 미스를 범한 제작진을 질타했고, 손담비를 발담비로 폄하했다.

여기에는 <드림>에서 연기하는 손담비를 TV로 지켜본 사람도 있었고, 손담비에 대한 관심으로 언론보도와 네티즌들의 글만 보고, 그럼 그렇지.하며 넘어가는 사람도 있었다. 과거에 같은 케이스로 미니시리즈에 주연을 맡았던 이효리와 비교되기도 했다. 이효리의 연기력이 워낙 절망적이었기 때문에, 손담비의 연기력은 신인치고는 봐줄만했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 줄 연기자를 원하는 시청자의 눈높이에는 그녀는 분명 함량미달이었다.

 

회를 거듭할수록 <드림>의 내용이 아닌 손담비의 연기논란만이 유일한 드라마의 홍보수단으로 전락하고, 그것조차 얼마 못 가 <드림>은 대중들 기억속에 완전히 묻힌다. 그러나 손담비는 처음보단 중간, 중간보다 끝으로 갈수록 차츰 나아진 연기를 보였다. 부족은 하되, 연기자로서 작은 희망을 심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드라마가 끝이 난 후, <드림>을 떠올리면 대중들의 머릿속엔 드라마의 내용이 아닌, 손담비의 발연기만이 자리잡고 있다.

 

이미지란 무서운 것이다. 특히나 초반에 잡힌 이미지를 벗기는 것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그 이미지를 벗는 것은 또 다른 기회를 통해 대중앞에 나서는 것이다. 그러나 이미 <드림>의 참패를 맛본 제작사나 방송사에서 손담비에게 다시금 기회를 준다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다른 스타배우들을 찾고, 그것조차 힘들면 신인연기자를 기용하겠다는 생각이 앞서지, 대중들에게 발연기로 기억되는 손담비를 다시 캐스팅하기엔 리스크가 너무 크다.

 

사실 <드림>의 실패는 손담비때문만이 아니다. <선덕여왕>때문이라고도 볼 수 없다. 일일드라마가 아닌 미니시리즈의 경우, 초반에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야 함에도 그 최소한의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채, 손담비의 연기논란만이 넷상에서 지루하게 반복되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드라마 자체가 대중들을 만족시킬 정도로 매력적이지 못했다. <천년지애>로 데뷔한 성유리나 <>으로 데뷔한 윤은혜의 경우에도 드라마의 힘으로 그녀들의 부족한 연기력을 커버해줄 수 있었기에, 성유리, 윤은혜가 여전히 연기논란을 빚으면서도 안방극장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 수 있는 것이다.

주말드라마 KBS<솔약국집 아들들>이 최근 시청률 40%를 육박하는 와중에, 동시간대 드라마인 MBC<탐나는 도다>는 조기종영을 확정지었다. <탐나는 도다>의 경우, 언론과 네티즌을 중심으로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시청률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시청률이란 수치는 광고와 직결되고, 이것은 상업적인 이윤을  추구하는 방송국의 입장에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시청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방송국과 제작사간에 합의를 통해 조기종영을 결정짓는다. 결코 조기종영은 없다고 방송사에 발표하고 얼마 안 되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동시에 시청자에게 사과를 표한다.

 

분명 시청자와 방송사간에 약속을 깬 것이다. 동시에 출연진과 제작사간에 약속을 깬 것이다. 이 사태를 통해, <탐나는 도다>를 시청하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시청을 한 사람들은 시청자게시판을 통해 방송사를 비판한다. 비시청자는 그런 드라마가 있었는지도 모르거나, 재미가 없으면 폐지되는 거 한두번 봤느냐는 식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 또한 <탐나는 도다>를 동정하는 언론과 네티즌들을 글을 보고, 시청을 안 하던 사람들도 이 드라마가 잘 만들어진 드라마였고 폐지되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마치 관행처럼 굳어진 이러한 현상을 바라보며, 언론과 네티즌들은 한국드라마 제작시스템을 비판한다. 조기종영 혹은 연장방송이 있을 때마다 반복된 현상이다. 그렇지만 고쳐지지 않았고, 앞으로도 바뀔 거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없다.  

 

방송사 입장에선 이미 <탐나는 도다>를 폐지하기로 결정을 내린 와중에 번복할 리 만무하다. 시청자들이 남은 분량을 보지 않는다고 협박을 해도 그다지 손해볼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진전이 없어 보이는 <탐나는 도다>의 한자릿수 시청률을 고집하기 보단, 새드라마를 내보냄으로써, 더 많은 시청자를 붙들면 된다는 계산이 앞서기 때문이다. 새드라마가 잘 되면 <탐나는 도다>는 시청자들도 잊게될 것이란 걸 알고 있다. 

대중문화를 제작하고 소비하는 패턴은 장르를 불문하고 굉장히 유사하다. 여기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하는 대중들이 인식하는 방법도, 생산자가 해결하는 방법도 과거의 사례에 비추어 모색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잘된 관행도, 잘못된 관행도, 관행이라는 틀안에 굳어지게 되있다.

 

<드림>의 손담비를 보면, 2PM의 리더 박재범이 불러온 논란에 대해 언론의 보도형태나 네티즌의 시선이 보이고, <탐나는 도다>를 보면 박진영과 JYP엔터테인먼트의 박재범에 대한 대처와 2PM팬들의 구명운동 및 네티즌의 동정론을 읽을 수 있다.

 

박재범이 2PM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떠난 상황에서, 박진영이 쐐기를 박는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것을 쉽게 뒤집는다는 것은 솔직히 어려워 보인다. 박재범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웃음거리가 되는 것은 비단 박진영 뿐 아니라, 언론도, 대중들도 마찬가지가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때로는 웃음거리가 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변화가 따르기 때문이다. 같은 패턴속에서는 같은 실수가 반복되어도, 그 실수를 덮는 방법부터 손쉽게 찾아간다. 실수를 드러내고 고치려는 노력이 있어야 발전이란 것도 꾀할 수 있는 것이다.

 

2PM팬들의 침묵시위와 신문광고 등을 통해, 탈퇴한 박재범의 구명활동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그들의 행동에도 관행처럼 굳어진 현실의 장벽은 상당히 높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JYP측에도 시간이 필요할 듯 싶다. 박재범을 둘러싸고 한편의 드라마가 진행된 것 같다. 드라마의 재미는 반전에 있다는 점에서, 좋은 쪽으로 해결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