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김정난-서윤아, 액션보다 아찔한 미모의 힘
드라마 ‘각시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액션이다. 각시탈 이강토(주원)이 등장할 때마다, 적절한 긴장감과 통쾌함을 동시에 안겨주기 때문이다. 극의 엔딩 10분여 분도 대부분 각시탈의 액션에 초점을 맞출 정도다. 이번 주 방송된 각시탈 23회와 24회의 엔딩부도 액션으로 채웠고, 특히 24회에선 각시탈과 키쇼카이 우에노회장(전국환) 호위무사 긴페이(브루스 칸)의 재대결로 마침표를 찍어, 25회의 기대감을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런데 드라마 각시탈이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액션만큼이나 긴장감과 재미를 유발하는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가 생겼다. 바로 조연들의 활약상이다. 극의 중심에서 각시탈의 정체와 위기를 둘러싸고 반복되던 이강토와 기무라슌지(박기웅)의 두뇌싸움이 한동안 원점을 맴돌고, 강토와 목단(진세연)의 멜로가 지지부진하던 찰나, 그동안 겉돌았던 조연들이 스토리의 중심부로 들어와 제몫이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각시탈 24회에서도 조연들의 활약상이 두드러졌는데, 시장청년 득수(김방원)가 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을 알고, 강토가 지시한대로 슌지에게 거짓정보를 흘려 그와 키쇼카이를 혼란에 빠뜨렸다. 또한 친일파 이시용(안석환)백작의 아들 이해석(최대훈)은 엔젤마담이자 독립군 타샤(지서윤)에게 키쇼카이에 흘러들어갈 공천헌금 10만원에 대한 정보를 넘기고,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해석의 정보덕분에 양백(김명곤)을 돕는 독립군 안섭(김지민) 진홍(정은별)이 각시탈과 함께 금화정을 찾았고 키쇼카이 우에노회장으로부터 공천헌금 10만원을 빼돌리는 데 성공직전까지 도달했다. 특히 안섭은 홍주의 호위무사 가츠야마 준(안형준)을 맨손으로 때려 눕혀, 각시탈 이강토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때문에 25회에서 만큼은 강토가 긴페이에게 치명타를 날려야 각시탈을 쓴 강토의 매력이 부활할 전망이다.
그렇다면 24회에서 액션, 새인물, 남자조연들만 빛났을까. 1회부터 꾸준히 출연했던 기존 등장인물들 중 백작부인 김정난과 계순이 서윤아도 각성과 섹시함을 앞세워 24회를 색다르게 빛낸 여자조연으로 극의 재미를 거들었다.
백작부인(김정난)은 각시탈에서 가장 미스테리한 인물로 꼽힌다. 현재 극중에선 친일파 이시용백작의 후처로 남편을 바보로 알며 불륜을 일삼는 경성화교계의 꽃으로 통한다. 때문에 백작부인의 임팩트란 나이를 잊게 만드는 섹시한 의상 연출이 전부로 보일 정도다. 그러나 24회를 보면, 여전히 백작부인에 대한 의혹의 시선을 멈출 수가 없다.
제2의 만세운동을 준비중인 양백과 동진(박성웅). 그들에게 필요한 건 무기를 대량구매할 수 있는 군자금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백작부인이 총독과의 식사자리에서, 황국시민으로서 일본군을 도와야 한다면서 금모으기를 주도하고 공천헌금을 준비하겠다는 등, 독립군에게는 매우 시의적절한 타이밍에 돈얘기를 꺼냈다. 마치 독립군에게 군자금이 필요하다는 정보를 듣고, 자연스레 돈을 모아 각시탈에게 뺏기는 밑그림을 그린 것 마냥.
백작부인은 의상이나 언행이 천박해 언뜻 생각이 없는 여자로 비춰지지만, 이시용백작이나 조선총독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훤히 꿰뚫을 정도로 머리회전이 빠른 매력적인 미모의 여인이다. 남편을 사랑하는 것도, 아들 이해석에게 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백작부인은 과연 각시탈에서 섹시한 의상과 천박한 웃음을 흘리는 친일파로 남을지, 독립군을 도왔던 팜므파탈로 그려질 지 여전히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
만일 백작부인이 그동안 은밀하게 독립군을 도왔다고 가정할 때, 이와 반대로 제국경찰의 끄나풀로 활약했던 여자가 함계순(서윤아)이다. 계순은 독립군을 돕는 같은 서커스단 동료 오목단(진세연)을 철저히 감시하라는 슌지의 지시를 돈을 받고 수행해왔다. 그런데 조단장(손병호)이 대못상자에서 고문을 받고, 오동년(이경실)이 슌지의 총에 죽임을 당한 걸 지켜봤다. 게다가 목단을 미행하다가 들켜, 제발 정신차리라는 한소리를 들어야 했다.
목단에게 들킨 직후, 사실상 스파이로서 가치는 사라졌고 계순의 마음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슌지는 계순에게 목단과 강토가 만났는지를 캐물었지만, 계순은 만나지 않았다는 거짓말을 했고 슌지에게 물고문을 당해야 했다. 계순이는 이 사실을 목단에게 알렸고, 단지 돈이 필요해 스파이짓을 했을 뿐, 이토록 무서운 결과를 낳을지 몰랐다면서 참회의 눈물을 흘렸다.
각시탈 최고의 밉상으로 시청자의 비난을 온몸으로 감수했던 계순이가 개과천선의 낌새가 보이자, 시청자는 목단이처럼 그녀를 용서하고 환영했다. 여기엔 슌지가 한 물고문의 영향이 컸다. 슌지가 얼마나 악랄한 인간인지, 계순의 물고문을 통해 재확인시켰기 때문이다. 게다가 물고문이 끝나자, 이번엔 종로서 경부보 고이소(윤진호)가 계순을 향해 음흉하고 능글맞았던 시선으로 그녀의 몸을 훑을 때엔, 각시탈의 쇠통소가 절실하게 느껴졌다. 물고문한 슌지보다 고이소를 더 패죽이고 싶은 시청자가 많았을 테니까.
그만큼 계순이가 악녀캐릭터를 버리고 나니, 불쌍하기도 했지만 예뻐보이기까지 했다. 밉상이미지에 감춰졌던 서윤아의 미모가 강하게 어필된 순간이었다. 목단이 앞에서 반성의 눈물을 흘릴 땐 청순했다. 그동안 계순이가 왜 성형을 하겠다면서 돈을 받고 스파이짓을 했는지 안타까울 정도. 이제 목단에게 슌지의 치졸하고 비열한 행각을 알렸으니 계순이도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과연 계순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서윤아의 미모 포텐이 터진 이상, 제작진이 약간의 비중을 얹어 신중하게 다뤄줄 지, 그대로 아웃시킬 지도 궁금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