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로 본 진세연 겹치기 출연논란, 비난할 수 없는 이유
SBS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과 관련 티아라 함은정 하차논란의 불똥이 ‘각시탈’ 진세연에게 튀고 말았다. 지난 22일 SBS와 다섯손가락 제작진은 은정의 첫 촬영을 앞두고 하차를 전격 통보했다. 티아라 왕따설과 맞물려, 그동안 시청자는 줄기차게 은정의 드라마 하차를 요구했고, 결국 ‘다섯손가락’측이 이를 수용해, 불가피하게 여주인공 홍다미 역할을 은정에서 진세연으로 교체하게 됐음을 발표했다.
은정의 소속사측은 이해할 수 없는 퇴출이라며 반발했지만, 많은 시청자가 ‘다섯손가락’측의 결정을 지지하는 데다, 비록 교체과정이 매끄럽진 못했으나 촬영이 임박한 상황에 진세연이 합류한 터라 결과를 돌릴 순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진세연을 두고 또 다른 분쟁을 낳았다는 것. 이번엔 KBS측에서 현재 방영중인 자사 드라마 ‘각시탈’의 여주인공이 타방송사인 SBS드라마 겹치기 출연을 감행하는 건 비상식적인 일이라며 불쾌감을 표했다.
이에 진세연의 소속사는 신인이었던 그녀를 일일극 ‘내 딸 꽃님이’의 주연으로 발탁해줬던 SBS측의 부탁을 차마 거절할 수 없었다면서, 이미 ‘각시탈’ 제작진에게 양해를 구했고, 양쪽 드라마에 피해가 안 가게끔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그러나 ‘다섯손가락’ 은정의 하차는 반기면서도, 후임으로 굳이 현재 방영중인 ‘각시탈’의 여주인공 진세연으로 교체했어야 하는가에 대한 시청자의 의견은 엇갈렸다.
표면적으론 진세연의 겹치기 출연은 분명 무리수였고, KBS측에서 충분히 불만을 제기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각시탈과 다섯손가락의 방송분량이 일주일, 약 2회 분량 정도가 겹치는 터라, 양쪽 제작진에서 진세연의 촬영일정만 잘 조정해준다면, 의외로 쉽게 고비를 넘길 수도 있다. 살인일정을 소화해 낼 진세연의 체력이 관건이 되겠지만 말이다.
실질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시청자가 느끼는 아쉬움이다. 특히 각시탈을 즐겨 보는 시청자로선, 진세연이 클라이막스로 넘어가는 마지막 순간까지 오목단(진세연)에 집중하고 최대한 감정을 살려주길 기대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오목단에 대한 기대치가 각시탈의 재미를 좌우할 정도는 아닌 상황이다. 오히려 현재 각시탈 속 목단의 비중은 겹치기출연이 잦은 일반 조연들과 다를 바 없다. 그만큼 진세연은 여주인공의 존재감에서 멀어지고 있다.
분량이 문제가 아니다. 오목단(진세연)이란 캐릭터에 매력이 사라졌다. 이번 주 방송된 각시탈 23회와 24회만 보더라도, 각시탈 이강토(주원)와 기무라슌지(박기웅)사이에서 삼각관계의 축으로 애절한 멜로를 기대했던 목단에게, 애절이 아닌 애쓴다는 인상만 주었다. 스토리에 어울리도록 자연스럽게 멜로와 감정이 스며들어야 하는데 제작진 억지로 멜로를 끼워 맞추고 있다. 강토와 목단은 연인이 아니라 오누이 혹은 독립군동지에 불과한 내용전개를 하고 있으며, 목단은 슌지에게도 그럴듯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한 실정이다.
24회에서 목단이 종로경찰서로 슌지를 찾아가, “너를 좋아해보도록 노력할게!”라는 대사는, 마치 슌지 네가 각시탈 이강토에게 빠져 나를 잊었나본데, 나는 슌지가 미치도록 매달려야 하는 각시탈 여주인공 오목단이라고 인위적으로 주입시킨 듯한 인상이다. 키쇼카이 채홍주(한채아)가 사랑해선 안 될 이강토를 사랑해서, 매번 우에노회장(전국환)의 눈치를 살피는 긴장과 슌지에게 수모를 당하는 연속에서, 굳이 강토-홍주의 만남이 없고 전화연락 등을 주고받지 않아도 두 사람의 멜로가 애절하게 형성되는 반면, 최근 강토-목단, 목단-슌지는 아무리 붙여놔도, 애절은 고사하고 긴장되거나 안타까운 그림조차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후반부로 갈수록 제작진이 오목단이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초반 풋풋한 스무살 뉴페이스 진세연의 매력안에 오목단의 패기와 청순함을 더하면서 여주인공으로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목단이 강토와 적대적 관계에 놓였을 때 민폐캐릭터란 비판 여론속에서도 힘을 잃지 않았던 건, 강토와 목단이 첫사랑관계라는 걸 시청자가 알고 있었고 계속적으로 어긋나는 그들의 관계가 하루 빨리 밝혀지길 기대했기 때문이다.
각시탈 18회에서 목단이 드디어 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 매우 극적이었고, 시청자는 두사람의 애절하고 위험한 사랑이 어떻게 전개될 지 무척이나 기대했다. 그러나 목단이 ‘각시탈=도련님=이강토’란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이러니하게도 그녀의 존재감이 지워지기 시작했다. 애절하고 위험한 멜로는 없었고, 두사람은 양백(김명곤)선생님 밑에서 일하는 독립군동지관계에서 더 이상 발전하지 못했다. 그 사이 채홍주의 희생적인 사랑이 부각되면서, 강토를 향한 목단의 사랑은 뚜렷한 방향성을 드러내지 못한 채 길을 잃었다.
상대적으로 분량이 작은 홍주는 강토를 사랑하는 방법에서 시청자에게 효과적으로 어필했고, 분량은 많아도 이렇다 할 진전이 보이지 않아 강토와의 사랑이 건조해진 목단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여기에 슌지까지 목단을 포기하고 각시탈 이강토에게 추파를 던지고 있었다. 즉 분량이 아니라 매력의 문제였다. 제작진이 목단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데 부족했고, 졸지에 여배우로서 진세연은 위기감이 들 수밖에 없다.
만일 진세연이 각시탈에서 오목단으로 애틋하고 애절한 멜로의 정점에서 시청자에게 강한 인상을 주었다면, 굳이 살인일정에 가까운 겹치기 출연을 감수하며 ‘다섯손가락’에 합류했을까. 오히려 ‘각시탈’효과로 충분한 휴식속에 밀려드는 대본을 검토하며 차기작을 심사숙고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진세연은 각시탈의 최대수혜자 주원-박기웅, 심지어 시청자에게 가장 강한 인상을 남기는 후반부에선 한채아에게도 멜로에서 밀려, 여주인공으로서 존재감에 타격을 입은 상태였고 초중반에 얻은 민폐캐릭터란 멍에도 완전히 벗겨내지 못했다.
KBS와 각시탈 제작진이 SBS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 겹치기 출연을 결정한 진세연에게 실망하고 섭섭해 할 수 있다. 그러나 각시탈제작진이 오목단의 캐릭터를 여주인공에 어울리게 보다 매력적이고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던 점을 간과하면 곤란하다. 단순히 각시탈 여주인공이란 타이틀로 기회를 제공했다며 배신감을 운운하기 전에, 해당 드라마가 끝난 후의 효과가 배우에게 오히려 위기를 자초했다면 미안해야 할 일이다. 진세연이 살인일정을 감수하고 양쪽 방송사에 눈총을 받을 걸 알면서도 ‘다섯손가락’을 선택한 건 납득할만한 이유가 있고, 앞길이 창창한 스무살 여배우 진세연을 위해서도 비난보단 격려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