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손가락 은정 하차논란, 드라마 ‘여주인공의 유혹’인가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아이돌 걸그룹이 있었다. 그러나 멤버간에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폭행설, 왕따설에 휘말리면서, 걸그룹의 리더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명확한 해명대신 대국민 사과를 했지만 비호감의 아이콘으로 등극했고 팀은 해체수순을 밟게 된다. 걸그룹은 국보자매, 리더는 구애정(공효진), 드라마 ‘최고의사랑’에 도입부다.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가 닮았다. 인기 걸그룹 티아라는 화영의 왕따설이 제기됐고, 떡은정사건 등 관련 증거들이 네티즌수사대에 의해 포착됐다. 이에 여론은 티아라를 향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소속사의 해결방안이란 왕따논란의 중심으로 피해자인 화영과의 계약해지였다. 그러나 정작 왕따설의 가해자로 지목된 멤버들은 자숙은 고사하고 드라마 출연 등 개별 활동을 병행하기 시작했고, 대중은 그녀들이 출연하는 드라마에 대해 시청거부운동을 펼칠 정도로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물론 티아라의 왕따설에도 ‘최고의사랑’ 구애정의 케이스와 같은 반전이 숨어 있지 말란 법은 없다. 그러나 지금껏 언론과 네티즌 등을 통해 쏟아진 증거자료나 정황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쉽게 구분짓게 만들뿐 아니라, 대중(특히 청소년)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걸그룹)에게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왕따’논란이 발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씻기 힘든 물의를 빚은 것이다. 즉 티아라와 소속사는 대중의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당연히 감수해야 할 몫이다.
22일 SBS주말드라마 ‘다섯손가락’에 여주인공 홍다미역에 캐스팅된 티아라 은정이 전격 하차했다. 하차이유로 드라마의 주요수입원인 광고판매와 간접광고(PPL)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관측된다. 티아라 왕따논란을 빚은 함은정의 출연에 시청자의 거센 항의가 빗발쳤고, 드라마 ‘다섯손가락’의 제작비용을 부담한 투자자들과 광고주들의 해약과 반발이 잇따르자, 다섯손가락 제작사입장에서도 버티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상업논리가 지배하는 방송에서 수익창출을 우선으로 삼는 드라마제작사의 입장을 고려하면 티아라 은정의 하차는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문제는 하차의 시점과 과정이다. 티아라의 왕따설이 불거지고 소속사측이 화영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했던 시점에서, 티아라의 다른 멤버들도 개별 활동을 중단하고 드라마하차를 검토해야 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왕따논란’자체가 사회적인 물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티아라 소속사측은 화영에게 일자리를 뺏은 반면, 남은 멤버들의 개별 활동을 허락하는 자충수를 두었다. 사전에 계약이 되었더라도 소속사측이 자진하차의 형식을 빌려 멤버들을 자숙시키는 게 수순이었다. 그러나 소속사의 욕심과 행보가 대중을 자극했고, 덕분에 티아라 은정이 ‘다섯손가락’을 하차하는 모양새도 사나워졌다.
드라마제작사의 일처리에도 문제가 있다. 좀 더 이른 타이밍에 은정의 하차를 과감하게 결정하고 교체를 추진했어야 함에도 여론의 눈치만 살피며 시간을 허비했다. 적어도 지난 16일 열린 ‘다섯손가락’ 제작발표회 이전엔 함은정의 하차여부를 결정해야 했지만, 그녀를 전면에 세워 기자회견까지 끝냈다. 그리고 홍다미(함은정)가 처음 등장하는 다섯손가락 5회에 맞춰, 첫 촬영이 진행되는 전날까지 은정에게 대본연습을 시켰다.
그 와중에 홍다미역에, 드라마 각시탈 오목단으로 출연중인 진세연으로 교체를 사실상 결정해 언론에 보도됐고, 졸지에 은정은 하차를 일방적으로 통보받고 당황했던 것이다. 배역교체에 관해선 은정도 제작사와 제작진으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셈이다. 어떤 면에선 인과응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다섯손가락’ 제작사의 미숙한 일처리는 비판받아도 할 말 없다. 또 하차와 교체가 동시에 일어나, 은정의 배역의 후임으로 지목된 진세연도 심적 부담을 떠안게 됐다.
한편으론 ‘다섯손가락’의 캐스팅과정이 김순옥작가의 드라마스타일과 닮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만큼 ‘티아라 왕따논란’이란 자극적인 소재로 여론을 유혹하고 은정덕분에 ‘다섯손가락’의 드라마 홍보는 최대한 누리고서, 첫 촬영을 앞두고 은정을 매몰차게 배신하며 멘붕으로 몰고 가는 급반전. 현재 각시탈 여주인공 진세연이 여전히 드라마촬영중임에도 과감하게 진행했던 물밑접촉. 발연출을 이끌어내더라도 속도감과 긴박함을 위해 하차와 교체를 동시에 터트리는 기술까지 김순옥작가의 드라마와 묘하게 닮았다. ‘아내의 유혹’, ‘천사의 유혹’에 이은 김순옥작가의 유혹 3부작 완결은, ‘여주인공의 유혹’이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다섯손가락’ 여주인공 홍다미 역할의 캐스팅교체는, 걸그룹 티아라 왕따논란을 소재로, 드라마제작사와 제작진, 투자자, 여주인공의 소속사간에 갈등이 조성됐고, 첫 촬영 전날 여주인공 함은정이 교체되는 극적인 수순을 밟았다. 하차논란을 야기한 여주인공 교체과정은 막장스러웠지만 웬만한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했다. 그러나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드라마제작사와 티아라소속사의 아마추어적 진행과 대처는 해피엔딩과 거리가 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