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4회, 노출강요보다 더한 제작진의 진짜 무리수
월화드라마 신의 3회에서는 서브커플인 공민왕(류덕환)-노국공주(박세영)의 첫만남을 노국공주의 회상신에 담아, 현재 왜 두 사람의 사이가 냉랭한 지를 보여줬다.21일 방송된 신의 4회에서는 주인공 우달치 대장 최영(이민호)이 왜 세상에 미련이 없으며 궁을 떠나려 하는지에 대해 과거를 회상하며 공민왕을 설득시키려 했고, 그들의 대화를 유은수(김희선)가 엿들었다.
그런데 적월대와 관련된 최영의 회상신을 놓고 시청자의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애니메이션을 활용한 적월대의 활약상에 대한 퀄리티 문제, 적월대 여자대원에게 노출을 강요하며 19금을 방불케 한 선왕(충혜왕)의 개망나니 행동, 그리고 회상신에 무려 15분을 투자한 것은, 제작진의 3대 무리수로 꼽힐 정도다. 그렇다면 ‘신의’ 4회속 최영 회상신은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문제였을까.
먼저 제작진이 적월대의 활약상을 최영(이민호)의 나레이션과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한 건, 왜구에 맞서 적월대의 화려한 액션을 실사로 보고 싶었던 시청자에겐 분명 실망감을 줄 수 있는 대목이다. 제작비를 아끼려는 의도가 다분하게 느껴진 건 아쉽지만, 자칫 이질감을 줄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역동성을 표현하기에 무리가 없었고, 어떤 면에선 신선했다. 무리수보단 제작비대비 나름 성공으로 볼 수도 있다.
적월대 여자대원에게 어명을 운운하며 노출을 강요했던 선왕의 행동은 어땠나. 적월대장 문치후(최민수)의 검을 뺏어 한다는 짓이, 여자대원의 옷을 벗기는 치욕을 주는 데 쓰려했던 선왕의 행동은 도를 넘어섰다. 그러나 역사속에 기록된 충렬왕이란 자가 그렇다. 나라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성격은 개떡에 주색에 빠져 예쁘면 남의 처·첩을 불문하고 모조리 후궁으로 앉혔으며 직언하는 신하는 그 자리에서 죽였다.
충렬왕의 특징을 꼭 집어 사실적으로 그린 장면이었다. 동시에 적월대 여자대원을 능욕하고 이를 막는 스승 문치후를 죽임으로써, 고려를 위해 목숨을 내놓고 왜구와 맞서 싸웠던 적월대의 대원들, 특히 최영에게 충격과 배신감을 심어주는 계기가 된다. 최영을 단순 호위무사가 아닌 벗으로 삼으려는 공민왕에게, 왜 최영이 그를 신뢰하지 못하고 궁을 떠나려 하고 속세에 미련을 두지 않는 것도, 희망없는 고려와 추악한 왕의 실체를 눈으로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즉 19금스럽던 선왕의 노출강요와 능욕을 보여준 것 보단, 오히려 15분에 걸친 회상신전체 분량이 가장 우려를 낳은 무리수로 비쳤다. 드라마에서 회상신은 없으면 좋고 필요하다면 짧아야 한다. 3회에서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회상신의 경우, 효율성이 떨어질 정도로 공민왕의 생각을 반복적으로 표현한 대사가 지나치게 많아 상당히 길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최영의 회상신은 무려 15분이나 투자해 지루할 정도였다.
분명 적월대 대장 문치후를 연기한 최민수의 연기는 임팩트가 강했고, 최영의 캐릭터에 대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데도 일조한 회상신이다. 때문에 회상신자체만 따로 떼어놓고 보면 나무랄 데가 없다. 문제는 신의라는 드라마 전체를 놓고 볼 때에, 15분에 걸친 회상신은 스토리를 정체 혹은 후진시킨다. 시청자는 앞으로 나아가는 전개를 보고 싶은데, 회상처럼 뒤에 얘기를 끌어다가 쓰는 분량이 많아지면, 시청자가 극 전체에 대한 흐름을 놓치게 만들 정도로 산만함을 낳고, 스토리가 지루하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무엇보다 유은수가 이미 2012년 서울에서 과거인 고려로 타임워프한 상황이다. 그런데 그 고려에서 등장인물들의 과거속으로 또 한번 타임워프하는 듯한 회상은 스토리의 진행을 더디게 하고 시청자의 인내심을 강요하는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시청자는 은수의 시선을 쫓는다. 시청하는 입장에서도 은수처럼 현대에서 고려로 간 셈이기 때문에, 은수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가 빨리 진행되고 발전해야 지루함이 덜하고 몰입도가 높아진다.
물론 최영의 과거가 궁금하다. 때문에 공민왕과 최영의 대화를 은수가 엿들은 건 의미가 크다. 다만 최영의 회상신을 15분씩이나 끌기 보단, 5분 내외에서 간단명료하게 쇼부를 보게끔 불필요한 장면과 대사는 과감하게 쳐내야 했다. 그런데 최민수라는 존재감 강한 배우를 카메오로 캐스팅하다 보니, 어떤 면에선 적월대의 스토리가 늘어질 수밖에 없고 15분이란 무리수를 피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신의는 총 24부작이다. 그래서 1~4부는 스토리의 진행보단 등장인물에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특히 주요인물인 유은수-최영-공민왕-노국공주가 신의라는 드라마에서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움직이는 지 시청자에게 소개한 시간에 가까워, 어떤 면에선 회상신도 필요했다. 그러나 제작진이 가장 염두할 것은, 바로 시청자의 시선이 현대에서 과거로 간 유은수(김희선)를 중심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유은수가 최영과 공민왕이 끌어가는 고려에 타임슬립했다. 그렇다면 고려에서 좌충우돌하는 현대여성 은수가 품기 시작한 의문을 하나씩 풀어가면서 시청자가 쉽게 몰입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시청자가 바라는 건, 은수가 최영과 함께 하는 행동에 있어, 장애물이 생기고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 주변인물들이 녹아들면서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때문이다.
적월대에 대한 최영의 자세한 스토리는 훗날 은수에게 따로 털어놔도 좋을 만큼, 드라마의 성패가 갈릴 수 있는 4회에 쏟아 부은 15분의 회상은 너무 길었다. 이미 은수가 과거라는 프레임에 놓인 이상, 신의에서 회상(과거)신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 4회 마지막에 은수를 요물이라 칭하며 위기감을 조성한 덕성부원군 기철(유오성)마저 없었다면 5회에 대한 기대감도 줄었을 지 모른다. 그만큼 시청자가 신의의 주인공에게 원하는 건, 과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은 뒤로 미루더라도, 누가, 왜 그런지 알 수 없어도, 일단 부딪히는 장애물의 연속에서 스토리가 발전하고 현재의 캐릭터가 한 단계씩 성장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