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신의 이민호-박세영의 남녀본능, 김희선의 극과극 효과

바람을가르다 2012. 8. 21. 09:25

 

 

 

 

 

 

 

 

20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신의’ 3회에서는, 2012년 서울에서 고려시대로 타임슬립한 성형외과 전문의 유은수(김희선)의 통통 튀는 매력에, 고려무사 최영(이민호)이 차츰 빠져들기 시작하며 시공간을 초월한 판타지멜로에 신호탄을 알렸다.

 

칼에 찔려 생사가 불투명했던 최영은 은수의 수술로 간신히 위기를 넘기지만, 고려엔 페니실린과 같은 항생제가 없어 패혈증 등 여러 합병증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최영은 자신의 내공으로 자가진단을 할 수 있어도 치료할 순 없었다. 때문에 은수의 손길이 필요했지만 무슨 연유인지 그녀의 도움을 거부하는 똥고집을 부렸다. 왜 일까. 최영의 타고난 성격때문일까.

 

은수가 여자이기 때문이다. 최영은 목에 치명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던 노국공주(박세영)가 아니다. 시대가 고려시대인지라, 아무리 은수가 신의라고 해도 무사 최영의 입장에선, 진료를 한답시고 여자가 남자의 몸에 손을 댄다는 게 낯설고 상상하기 싫을 만큼 불편할 수 있다. 은수의 의술을 의심하진 않는다. 다만 ‘여자가 내몸을 함부로?’ 최영의 입장에선 차라리 이대로 아프다 죽는 게 나을지도 모를 일.

 

 

 

그런 최영의 입장을 은수는 이해하지 못한다. 왜 자신의 치료를 그렇게도 정색하면서 거부하려 드는지. 간단한 맥조차 짚지 못하도록 강하게 손을 뿌리치는 최영의 태도가 2012년을 살아가는 여자가 어찌 이해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답답하고 속상한 은수는 끝내 눈물을 흘리고 만다. “죽지 말라고!” 그렇게 똥고집을 피우다 죽으면 나는 어떡하냐면서, 자신이 서울 강남으로 돌아가려면 최영의 도움이 절실함을 각인시킨다. 그렇다면 치료를 받아야 하나. 최영을 고민에 빠뜨리는 은수.

 

즉 고려시대 남성과 2012년 현대 여성의 문화적 충돌은, 단순히 유은수가 긴바지를 싹둑 잘라 각선미가 훤히 드러나는 핫팬츠에 가까운 바지로 리폼해서 입고 우달치 부대원들의 눈앞에 등장하면서 끝나지 않는다. 눈에 보이는 유은수의 이상야릇한 패션과 각선미에 당황하며 얼굴을 돌리기 바쁜 우달치 부대원들의 반응을, 최영의 몸상태를 직접 봐야겠다면서 옷을 벗으라는 은수의 시도에서부터, 치료를 두고 최영(고려)과 은수(현대)가 갈등하는 장면에서 극대화시킨 셈이다.

 

 

 

흥미로운 건, 고려와 현대라는 시대가 부른 문화의 충돌이 남자인 최영과 여자인 은수에게선 평행선을 긋고 거부로 이어졌다면, 같은 여자인 노국공주와 은수에게선 쉽게 수용되는 과정을 겪었다는 점이다. 은수가 노국공주에게 직접 현대식 화장을 해주는 장면에서 알 수 있다.

 

가마로 이동 중, 노국공주에게 고려의 중신들을 만날 것이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공민왕(류덕환)의 어명이 전해졌다. 이에 노국공주는 덕성부원군 기철(유오성)이 보낸 자객에게 당한 목에 부상부위를 중신들에게 보이는 게 신경쓰일 터. 고려의 왕비가 될 그녀가 자객에게 당한 증거를 관료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건, 공민왕의 위엄을 낮추고 조종내부에 불안감을 조성하는 빌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고려 중신에게 보여줘야 할 첫인상의 중요성을 원나라에서 온 노국공주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부상부위는 어쩔 수 없다해도, 초췌해진 얼굴이나마 단정하고 예쁘게 꾸밈으로써, 부상부위에 쏠릴 시선을 분산시키고 쇠약한 이미지를 상쇄시키고자 했지만, 노국공주의 마음을 알 리 없는 공민왕이 스케줄을 빡빡하게 잡는 바람에 속상한 마음을 자기도 모르게 내비쳤던 것이다.

 

그러나 여자(노국공주)의 마음은 남자(공민왕)가 아닌 같은 여자(유은수)가 더 잘 알기 마련이다. 유은수는 자신이 가져 온 가방에서 키티거울과 립스틱 등 화장품을 꺼내 노국공주에게 화장을 해 준다. 물론 자신의 의견도 묻지 않고 당돌하게 현대식 화장을 진행하는 은수에게, 노국공주는 경계심과 더불어 어색함을 느끼지만, 불투명한 청동거울이 아닌 투명한 현대판 거울에 시선을 빼앗기고 은수의 파우더와 립스틱에 얼굴을 맡긴다.

 

 

 

이것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여자의 본능은 변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동시에 유은수의 핫팬츠에 가까운 패션에, 우달치 부대원들이 민망한 듯 고개를 돌리는 척해도 곁눈질로 볼 건 다보고 말았듯이 남자의 본능도, 엄밀히 따지면 고려시대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다만 신의라는 드라마안에 캐릭터와 관계도만 놓고 보면, 현대문명을 달고 온 유은수에게 같은 여자인 노국공주는 빠르게 수용하고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반면, 남녀가 유별하다는 이유로 은수의 현대의학을 거부중인 남자 최영의 고집을 깨닫지 못한 은수는 끝내 울어버렸지만, 그녀의 눈물이 최영의 가슴에 사랑을 지피는 계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