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복귀 강호동, 방송3사 예능국장을 통해 본 복귀작은?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방송가를 떠났던 국민MC 강호동이 뼈아픈 자숙기간을 거쳐, 만 1년 만에 시청자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이에 앞서 강호동은 보아-소녀시대-슈퍼주니어 등 인기연예인이 다수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 SM C&C와 계약을 체결했고, 소속사측은 17일 MC강호동이 연내 방송복귀를 결정했다는 깜짝 발표를 내놓았다.
강호동은 SM C&C를 통해, 많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으나 가장 올바른 길은 MC로서 방송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더 큰 즐거움을 드리는 길밖에 없다고 생각해 조심스럽게 방송 활동 복귀를 결정하게 됐으며, SM C&C를 소속사로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조건보다도 서로 뜻이 맞았고 체계적인 관리와 방송활동을 위해서는 대형기획사와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으며, 방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원했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강호동은 SM엔터테인먼트의 계열사 SM C&C와 계약을 맺음으로써 보다 안정적인 기반아래 방송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했고, SM측도 톱MC 강호동-신동엽을 영입함으로써 회사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강호동-신동엽의 영입소식이 알려지자 SM C&C의 주가 폭등이 이를 방증한다. 즉 상호 윈윈인 계약이라 볼 수 있고, 강호동이란 연예인이 가진 엄청난 상품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것이 지상파 방송3사 뿐 아니라, JTBC와 같은 종편방송에서도 강호동에게 끊임없는 러브콜을 보내며 목을 메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SM이란 대형기획사와 강호동이 가진 상품성이 반드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충분한 시간만 보장된다면 강호동은 국민MC란 타이틀에 어울릴 만한 성과물을 내놓을 능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1년이란 공백은 시청자에게 있어 그에 대한 목마름과 동시에, 냉정하고 날카로운 시선을 동반한다.
방송복귀와 동시에 ‘강호동’ 이름 석자에 걸맞는 성과를 보여주길 원한다. 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할 경우, 환영에서 비판으로, 비판에서 비난으로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다. 때문에 강호동과 소속사 역시, 복귀작을 선택함에 있어서는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다. 다만 강호동이 형평성을 고려해 지상파 3사에 고르게 출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렇다면 방송3사의 입장은 어떨까. 일단 강호동의 연내 방송복귀에는 환영의 의사를 표하면서도, 복귀작품과 관련해선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없다면서 말을 아끼는 형편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3사 예능국장 인터뷰 내용에서 강호동의 복귀작품을 어느정도 가늠해 볼 수는 있다.
MBC 원만식 예능국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으나, 강호동입장에서 가장 먼저 수월하게 부담없이 복귀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황금어장 ‘무릎팍도사’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MBC예능국장의 말처럼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가장 유력한 복귀작이다. 실질적으로 잠정은퇴 직전 강호동이 진행했던 프로그램은 강호동이 상징이었고 그의 이름을 내걸었다. 그러나 ‘무릎팍도사’만이 폐지했을 뿐, ‘1박2일’, ‘강심장’, ‘스타킹’은 MC를 교체하면서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고 있다.
MBC예능국과 ‘무릎팍도사’ 제작진이 강호동과의 신의를 우선시했다는 측면도 선택을 수월하게 만들지만,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이미 강호동을 대체한 MC들이 있다는 자체가 그의 복귀작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강호동이 MC로 합류하면서 기존MC를 끌어내리는 모양새로 뒤따르는 부담이 작지 않다. 무엇보다 무릎팍도사의 경우 반론의 여지없이 시청자 대다수가 원한다는 게 강점이다. MBC입장에서도 KBS ‘승승장구’나 SBS ‘힐링캠프’처럼 1인 토크쇼가 없다는 점에서 무릎팍도사의 재편성은 안성맞춤이다.
KBS 전진국 예능국장은 여러 경로로 강호동과 계속 접촉을 해왔고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면서도, 복귀작이 ‘1박2일’이 될지 다른 프로그램이 될지는 전적으로 강호동의 의지에 달렸다는 입장을 표했다. 여기서 엿볼 수 있는 건, KBS예능국은 강호동이 1박2일로 복귀해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강호동의 의지만 있다면 1박2일에 출연시키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강호동의 잠정은퇴에 기폭제가 됐던 프로그램이 1박2일이다. 1박2일 하차설이 돌면서 강호동은 비난 여론에 직면했고, 하차를 선언하면서 개국공신에서 배신의 아이콘으로 추락했다.
강호동은 1박2일이 최고의 정점에 올랐었고, 자신으로선 1박2일을 통해 더 이상 새로운 걸 보여줄 게 없다는 판단아래 하차를 결심했지만, 시청자에게 온전히 전달되지 못했고 종편행 루머속에 철퇴를 맞았던 셈이다. 그가 애증의 1박2일로 돌아가기엔 너무 큰 상처를 입었고, 김승우를 주축으로 시즌2가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 무리수를 둘 필요도 없다.
방송3사는 엄청난 광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일요일 저녁예능에 사활을 건다. 현재 KBS는 해피선데이 남자의자격과 1박2일 시즌2를 배치한 상황이다. KBS예능국입장에선 1박2일 시즌3을 해서라도 강호동을 데려오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그러나 수순이 틀렸다. 강호동을 무작정 일요예능에 투입할 생각보단, 현실적으로 강호동의 능력치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SBS 이창태 예능총괄은 열심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며 복귀작을 강심장으로 할지 신규 프로그램으로 할지는 정해진 것은 없고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표면적으론 강심장을 거론하지만, 이미 강호동과 같은 소속사에 신동엽이 이동욱과 강심장을 진행하고 있다. 강호동이 강심장을 진행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재미를 가진 포맷도 아니다. 즉 강심장이 아니라, SBS주말예능, 특히 일요일은 좋다 김병만의 ‘정글의법칙’ 후속 프로그램으로 강호동의 신규프로그램이 투입될 가능성이 현재로선 매우 높은 편이다.
물론 ‘K팝스타’가 변수로 남아있긴 하나, 강호동의 신규프로그램과 유재석의 런닝맨이 나란히 편성된다면 그 시너지효과가 상당할 것임은 자명하다. 강호동의 새코너가 1부에 편성된다면 전작인 1박2일과의 정면대결을 피할 수 있어, 부담감을 덜 수 있는 장점도 무시할 수 없다. 프라임타임 일요일저녁 강호동-유재석의 꿈의 라인을 과연 SBS가 놓치고 싶을까.
강호동이 연내 방송복귀를 선언한 이상, 그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강호동의 복귀작보다 중요한 건, 방송3사 예능국뿐 아니라, 대중이 그의 결정을 최대한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1년 전 강호동은 스스로에게 가혹한 결정을 내렸고, 시청자에게 받은 사랑을 돌려줄 아는 통큰 기부도 마다하지 않았던 대인배였다. 이제 막 상처를 털고 다시금 대중앞에 서려는 강호동에게 시청자가 넓은 아량으로 그의 행보를 지켜보고 방송복귀에 대한 비판보단 애정어린 대인배의 시선을 보여줄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