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체조 손연재, 국민요정 만든 ‘살아있네’ 3가지?
11일 열린 2012 런던올림픽 리듬체조 개인종합 결선에서, 체조요정 손연재는 후프(28.050)-볼(28.325)-곤봉(26.750)-리본(28.350점)으로 네 종목 합계 111.475점을 기록해, 전체 순위 5위에 오르며 대한민국 리듬체조 사상 최고 성적을 거뒀다. 3위와의 점수가 0.225점차에 불과해, 곤봉을 떨어뜨리는 뼈아픈 실수만 없었더라면 동메달도 바라볼 수 있었지만, 후회없는 경기를 했다는 손연재의 인터뷰 내용에서 알 수 있듯이, ‘5위’라는 순위자체도 금메달만큼이나 충분히 값진 결과물이었다.
손연재는 올림픽 사상 최초로 결선에 올라 한국 리듬체조에 역사를 새로 썼고, 리듬체조 2연패에 빛나는 러시아의 카나예바를 비롯해 유럽선수 9명이 버티는 가운데, 아시아선수로는 유일하게 결선에 올라 한국의 위상을 드높이는 데 일조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런던올림픽을 계기로 손연재는 글로벌스타로 인정받았고, 체조요정을 넘어 국민요정으로 거듭났다. 그렇다면 손연재를 국민요정으로 확실하게 각인시켜 준 건 무엇일까.
리듬체조 손연재, 국민요정 만든 ‘살아있네’ 3가지?
첫째, 김연아를 떠올리게 만든 살아있는 표정연기
국민요정, 국민여동생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피겨 여제 김연아. 전세계가 피겨스케이팅 역사상 최고의 선수로 인정하는 김연아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지만,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표정연기가 압권이다. 한마디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급이다. 동계올림픽의 꽃 피겨스케이팅에서만 볼 수 있었던 김연아의 표정연기를 하계올림픽의 꽃인 리듬체조에서도 볼 수 있었다. 바로 손연재의 얼굴에서다.
체조요정이란 닉네임이 얼굴만 요정같아서 붙은 게 아니었다. 손연재는 요정같은 외모에 살아있는 표정연기로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18세 어린 소녀의 앳된 얼굴로, ‘나비부인’과 같은 음악을 해석하는 그녀의 표정연기와 풍부한 감정묘사는 소름이 돋을 정도다. 리듬체조의 여제 러시아의 예브게니아 카나예바에게서도 볼 수 없는 손연재의 살아있는 표정연기에 박수와 감탄이 절로 나오는 이유다.
둘째, 18세 소녀의 살아있는 멘탈
예선에서 실수한 볼연기마저 결선에선 완벽하게 소화했다. 때문에 중간합계 3위에 오른 손연재에게 사상 첫 메달의 꿈도 무르익었다. 문제는 그녀의 취약종목으로 분류되던 곤봉이었다. 너무 잘하려고 했던 것일까. 예선에선 실수가 없던 대목에서 곤봉을 놓치는 큰 실수를 범하고 만다. 그러나 객석에서 들려오는 탄성과 메달의 꿈도 식어가는 순간에도, 손연재는 흔들리지 않았다.
곤봉이 바닥에 떨어지는 찰나엔 손연재도 당황한 기색을 보였지만, 재빨리 곤봉을 집으러 가는 순간부턴 그런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오히려 실수를 덮어버릴 정도의 침착함으로 얼굴에 미소를 머금었을 땐, 18세 어린 소녀가 아닌 프로의 진한 향기가 베어 나왔다. 5위로 순위가 내려앉아 흔들렸을 법도 한데, 리본에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며 강인한 멘탈, 요정이 보여주는 살아있는 멘탈이 무엇인지 보여줬다.
셋째, 인기 거품논란 종식시킨 시청률 30%의 살아있는 관심
‘체조’요정이란 실력만 있다면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관심과 인기가 없다면 ‘국민’요정으로 불리진 않는다. 그동안 CF광고 등으로 대중에게 알려진 게 크다는 이유로 인기에 거품이 꼈다는 식에 일부 폄훼발언에도 불구하고, 손연재는 왜 자신의 인기가 거품이 아니며, 국민요정으로 불리는 지 입증했다. 시청률 30%. 올림픽 단일종목사상 최고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만 봐도 그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큰 지 알 수 있다.
시청률 30%는 피겨스케이팅 김연아, 수영의 박태환, 월드컵 등 국가대표 축구정도가 아니면 운동경기에서 나오기 힘든 수치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바라보는 손연재의 인기도 상상을 초월했다. 유력한 메달리스트는 아니었지만, BBC를 비롯한 외신들이 앞다투어 그녀를 리듬체조의 차세대 간판으로 치켜세웠고, IOC 올림픽위원회에선 런던올림픽 11인의 뷰티홍보대사에 손연재를 포함시켰을 정도로 그녀의 인기는 대내외적으로 살아있었다.
이렇듯 리듬체조요정에서 국민요정으로 자리매김한 18세 손연재. 이번 런던올림픽은 그녀에게도, 그녀를 지켜본 많은 이들에게도 잊지 못할 드라마 중 한편이었다. 그리고 국민요정 손연재를 향한 관심과 사랑이 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그녀의 가슴속에 ‘살아 꿈틀대고 있을지 모를’ 또 다른 꿈과 희망을 멋지게 펼쳐 보일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