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박기웅-한채아, 주원의 거짓말에 속지 않은 증거?
8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19회에서는, 종로경찰서 경무부장 기무라슌지(박기웅)의 주도아래 담사리(전노민)의 공개처형이 진행될 찰나, 담사리를 구하기 위해 각시탈로 변장한 독립군 36호 장동지의 목숨 건 자폭으로 아수라장이 된다. 그 틈을 비집고 욱일승천기를 반으로 가르는 이강토(주원) 각시탈이 나타나 통쾌함을 선사한 뒤 백건(전현)과 함께 담사리를 구해내지만, 그들을 돕던 독립군 적파(반민정)가 슌지의 총에 맞고 붙잡힌다.
적파는 각시탈의 정체를 밝힐 것을 요구하는 슌지의 잔악한 고문에 시달렸다. 그러나 적파는 이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을 알고, 그를 지켜주기 위해 혀를 깨무는 자결을 택한다. 이에 슌지는 충격을 먹었고 강토는 눈물을 흘렸다. 적파는 희생을 택한 마지막까지 조국해방의 당위성을 말과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제국경찰 슌지뿐 아니라 각시탈 이강토에게, 그리고 시청자에게도 강한 인상과 여운을 남겼다.
각시탈 19회 초반, 장동지와 적파동지가 각시탈로 활동하는 이강토에게 영감을 주었다면, 중후반에 등장한 키쇼카이의 우에노 회장(전국환)과 그의 호위무사 긴페이 가토(브루스 칸), 종로경찰서의 새로운 서장 무라야마 요시오(김명수)는 강토에게 긴장과 불안감을 불어넣었다. 각시탈 이강토는 오목단(진세연)의 아버지 담사리는 구했으나 조력자가 될 수 있었던 장동지와 적파동지를 동시에 잃은 반면, 이미 강토를 제압한 바 있는 강한 무술실력을 갖춘 긴페이와 조선인을 혐오하는 악질 서장 무라야마와 마주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어야 한다.
제국경찰 이강토를 무한 신뢰하던 무능한 콘노 고지(김응수)마저 살해됐다. 대신 악질 카리스마로 무장한 긴페이와 무라야마가 전면에 나서자, 악역에 포지션의 무게감이 상당해졌다. 이들은 그동안 각시탈에 맞서 악의 축을 담당했던 슌지(박기웅)와 채홍주(한채아)에게 미흡했던 전투력, 야비함과 집요함에 있어 강하게 보완해 줄 캐릭터라 극의 긴장감을 조성하기엔 안성맞춤인 셈이다. 20회부터는 각시탈 이강토가 제대로 위기에 빠질 것을 예고한다.
한편 제작진이 긴페이와 무라야마로 악역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시작과정에서, 19회에서 슌지와 채홍주를 상대적으로 허술하게 그린 측면도 있다. 대표적으로 이강토의 거짓말을 들 수 있다. 집요함이 생명인 악역 캐릭터치곤, 슌지와 채홍주가 강토의 거짓말을 너무 쉽게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이 정말 강토에게 속았을까.
강토는 목단을 죽이려던 홍주에게서, 목단을 구하려다 가츠야마 준(안형준)에게 심각한 부상을 입었고 치료하느라 3일간 종로서에 무단결근을 했다. 이에 직속상관 슌지는 강토에게 이유를 물었고, 강토는 사랑했던 목단을 잊기 위해 바람을 쐬고 왔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런 변명을 믿으라는 거냐며 슌지는 화도 내보지만, 목단을 완전히 잊었다는 강토의 앵무새같은 거짓말에 결국 치미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린다.
슌지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강토의 뻔한 거짓말 믿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도 고민이지만,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추궁하려 할 때마다 매번 목단이 핑계를 대는 강토에게 짜증이 날 만도 하다. 이강토 개잡놈이 목단이를 잊으려고 바람 좀 쐬고 왔다는 대사가 안 나온 것만 해도 천만다행이었다. 때문에 슌지는 다시 한번 목단이를 입에 올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말한다. 슌지의 이 발언은 강토의 거짓말에 속았다가 아닌, 더 이상 목단이를 변명거리로 삼지 말라는 경고였다. 만일 친구만 아니었다면 슌지는 허술한 거짓말을 한 강토를 대못상자에 넣었을 것이다.
강토의 거짓말에 홍주도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진 않았다. 강토가 느닷없이 꽃을 들고 홍주를 찾아가 거짓말을 시도한 자체도 매끄럽지 않았지만, 홍주를 보고 그냥 얘기가 하고 싶었다는 강토의 시작은 실소마저 불렀다. 다행이 홍주가 클럽에서 노래나 하는 가수 라라가 아닌 키쇼카이와 관련이 있을거란 강토의 시나리오를 공개하고, 키쇼카이를 통해 출세하고 싶으니 홍주에게 도와달라고 솔직하게 부탁한 대목이 좋았다.
그러나 홍주는 그런 강토를 100% 신뢰하지 못했다. 홍주에게 한 강토의 볼키스가 신뢰감을 떨어트렸기 때문이다. 홍주는 강토가 목단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이다. 강토가 목단을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그가 얼마나 목단을 사랑하는지 느낄 정도로 예리한 여자가 홍주다. 그런 강토가 굳이 자신에게 키스하는 쇼를 한 건, 홍주에게 오히려 찝찝함을 남겼다. 과거에 강토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만으로도 키쇼카이에 넣어달라고 했어도 될 일인데, 남자의 심리를 잘 읽는 홍주에게 괜한 의심을 살 수 있는 무리한 볼키스였다.
목단이를 앞세워 같은 변명을 늘어놓는 강토를 마냥 믿을 슌지도 아니고, 볼키스란 강토의 쇼에 넘어갈 만큼 홍주는 쉬운 여자가 아니다. 아무리 긴페이와 무라야마라는 강한 악역이 등장했지만, 기존의 슌지와 채홍주의 파괴력이 그들에 미치지 못할 만큼 허술하진 않다. 다만 긴페이와 무라야마의 등장이 악역들의 캐릭터나 역학구도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음을 예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