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박진영, 절묘한 타이밍에 재범을 말하다
바람을가르다
2009. 9. 10. 14:19
박진영이 10일 JYP엔터테인먼트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비하로 논란을 빚고 2PM에서 탈퇴한 박재범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다. 내용에는 그가 박재범을 데뷔시킨 이유와 연습생시절부터 2PM의 리더로서 인기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동안, 박진영이 지켜봐왔던 인간 박재범에 대한 시선이 담겨 있다. 덧붙여 현재 상처를 입고 미국으로 돌아간 박재범이 2PM의 탈퇴를 결심했던 배경과 이번 사건으로 대중들에게 물의를 빚은 점에 대한 사과로 매듭지었다.
다음은 박진영이 2PM 재범의 탈퇴와 관련해 JYP 엔터테인먼트에 올린 전문.
재범이가 4년 전에 친구에게 썼던 글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너무나 충격적인 글들이다. 나 역시 다른 연예인이 그런 글을 썼다고 한다면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처럼 재범이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그 글들이 그렇게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우린 재범이가 그런 아이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4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재범이는 참 불량스럽고 삐딱한 아이였다. 그는 한국을 우습게 보고, 동료 연습생들을 우습게 보고, 회사 직원들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나까지도 우습게 보는 아이였다. 심지어 그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연예인보다는 길거리에서 춤추는 비보이를 훨씬 더 하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회사 직원, 트레이너들과 싸우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심지어 직원들과 다투고나서 직원들에게 나중에 두고 보자는 말까지도 서슴치 않는 아이였다. 심지어 우리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타기획사의 이름을 대며 그 회사로 보내달라는 요구까지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성공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박진영씨 음악만 받지 않으면 성공할 자신있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이쯤되자 직원들은 이렇게 삐딱하고 불량한 아이를 도대체 왜 데리고 있느냐고 나에게 항의했다. 상황이 이 정도였으니 그 당시 자기 친한 친구에게 쓴 사적인 글에 그 정도의 말들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은 것이다.
그럼 대체 이런 아이를 왜 데리고 있었나?
난 불량스러운 아이들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뒤로는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음흉한 아이들은 싫지만, 겉으로 대놓고 삐딱한 아이들은 좋다. 감정이 겉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만 하면 그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범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우습게 봤고 겉으로도 그렇게 표현했다. 그게 좋았다. 우리 회사 어느 가수가, 아니 심지어 연습생이 `박징영 음악만 안 받으면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난 그 사실이 너무 재밌었다. 불량스러운 아이들은 대부분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걸 발산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 그걸 발산하도록 도와주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무대에 서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나와 회사 사람들이 자기편이라는 믿음만 심어줄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에게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끼가 보였기 때문이다.
재범이에게 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만 있었다. 자기 가족과 자기 가족이 아닌 사람. 그는 내가 본 누구보다도 자기 가족을 끔찍히 아낀다. 그가 때로는 인터뷰에서 돈 얘기를 한 이유는 자기가 멋진 차, 멋진 옷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쉬게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그게 그를 가수라는 직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했다. 태도는 불량했지만 연습량만큼은 최고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회사 사람들을, 또 동료 연습생들을, 나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기 가족처럼만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는 놀라운 아이가 되겠구나`라고. 그래서 어느날 그에게 말했다. "재범아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은 아니다. 제발 먼저 마음을 열어라. 그럼 남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재범이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굴 잘생겨서 뽑혔다고 무시하고 놀리던 동료들을 껴안기 시작했고, 회사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삐딱했던 표정은 밝아져갔고 그의 춤과 노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만나서, 또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그의 에너지는 드디어 무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드디어 그의 데뷔를 결정했고 팀의 리더로 그를 선정했다. 나머지 6명도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 데뷔 후 그는 아무리 늦게 끝나도 동생들을 데리고 와서 연습을 했고,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 후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는 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연예 관계자들에게 감동했고, 또 열렬한 사랑을 보내주는 한국 팬들의 사랑에 감동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 좋은 팬들을 만나서,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만나서 그가 결국 변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막 행복해지려고 할 때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의 4년 전 삐딱했던 시절의 글들이 공개된 것이다. 그는 너무나 미안해했다. 2PM 동생들에게, 나에게, 회사 직원들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아껴주었던 한국 사람들에게. 여기서 자기가 더 망설이면 2PM 동생들까지 미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상태로는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도 잘 알아서 잡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였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에 그는 `저 에전에 진짜 싸가지 없는 놈이었죠? 미안해요, 형 때문에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고 또 훨씬 강해졌어요. 그동안 날 위해 해준 것들 진심으로 고마워요`라고 썼다. 너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하지만 재범이의 예전 글들을 접한 대중들이 느꼈을 어마어마한 배신감도 알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여러분들이 TV에서 본 재범이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범이는 불량하긴 했어도 음흉했던 적은 없다. 재범이는 불량했을 때도, 그리고 밝아졌을 때도 자기의 속마음을 숨기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량했을 때는 대놓고 불량했고 따뜻해졌을 땐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잘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여러분들의 분노를 돌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걸 잘 안다. 다만 행여 재범이가 어디가서 차가운 눈길만큼은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대중들의 분노 못지 않게 팬 여러분들의 상실감도 잘 알고 있고, 여러분들의 의견도 잘 귀담아 듣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2PM으로서의 박재범이 아니라 청년 박재범인 것 같다. 재범이에게 지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내가 그러했듯 여러분들도 재범이의 결정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JYP
박진영이 올린 글의 전문을 살펴보면서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단 박재범에 대해 좀 더 누그러진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2PM의 리더가 아닌 인간 박재범의 성장배경에 초점을 맞춘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이스페이스에 올렸었던 과거 재범의 글만을 토대로 지나치게 그를 몰아부쳤다는 동정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쓸쓸히 출국장으로 떠나던 그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박재범이 떠난 자리에 팬들은 구명운동에 나섰고, 그가 고향인 시애틀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며, 그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으로 깊어진 골을 그의 눈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변명이 아닌 침묵 그리고 탈퇴라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박재범의 지난 4일을 돌이켜 볼 때, 비판의 목소리는 낮춰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발생한 모고교 남학생들이 여교사에 가한 성희롱사건이 터지면서, 현재 분위기는 박재범에게 우호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여교사 성희롱사건과 박재범을 연계한다면, 오히려 박재범을 용서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 진다. 두가지 모두 잘못된 사건이며, 비교우위를 정하여 더 나쁜 행동과 덜 나쁜 행동으로 구분짓고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크게 볼 때, 일부 빗나간 젊은이들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윤리의식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은 비교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기 쉽다. 마치 박재범을 유승준과 비교했던 것처럼. 동시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과 그들을 비교했던 것처럼.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한 박재범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그만 거두는 것이 맞다. 박진영의 글때문이 아니다. 박진영의 글속엔 자화자찬내지 자기변호속에, 박재범에 대한 그의 애착을 그다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 비즈니스로 접근해 온 듯한 박진영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기획사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나이어린 친구들을 대중앞에 세울 직업가수로 키우면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채, 인성교육은 뒷전이고 단지 재능만을 우선시하며 시작도 끝도 비즈니스로 일관하는 기획사의 철저한 반성없이는, 박재범을 용서한다해도 같은 논란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윤리의식은 팽개친 채 순수함을 잃고 돈의 노예가 되며, 재능이라곤 남의 것을 베끼거나 언론플레이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돌을 양산하기 위한 기획사는, 그 차가운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대중들에게 상처아닌 사랑받는 이들로 성장하는 터전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박진영의 글속에서 유일하게 건질 수 있었던, "2PM으로서의 박재범이 아니라 청년 박재범인 것 같다. 재범이에게 지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라는 생각에 동의하며, 박재범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동시에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다시 우리 앞에 섰을 때, 대중들도 그때는 그의 과거를 문제삼거나 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면 깨끗하게 잊고, 박재범을 바라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다음은 박진영이 2PM 재범의 탈퇴와 관련해 JYP 엔터테인먼트에 올린 전문.
재범이가 4년 전에 친구에게 썼던 글이 공개되면서 많은 분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물론 너무나 충격적인 글들이다. 나 역시 다른 연예인이 그런 글을 썼다고 한다면 엄청난 분노와 배신감을 느꼈을 것 같다. 그러나 나처럼 재범이를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들은 그 글들이 그렇게 놀랍지 않다. 왜냐하면 우린 재범이가 그런 아이였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4년 전 한국에 처음 왔을 때, 재범이는 참 불량스럽고 삐딱한 아이였다. 그는 한국을 우습게 보고, 동료 연습생들을 우습게 보고, 회사 직원들을 우습게 보고 심지어 나까지도 우습게 보는 아이였다. 심지어 그는 연예인이란 직업도 우습게 보는 것 같았다. 그는 연예인보다는 길거리에서 춤추는 비보이를 훨씬 더 하고 싶어하는 아이였다. 회사 직원, 트레이너들과 싸우는 것은 부지기수였고, 심지어 직원들과 다투고나서 직원들에게 나중에 두고 보자는 말까지도 서슴치 않는 아이였다. 심지어 우리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타기획사의 이름을 대며 그 회사로 보내달라는 요구까지 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우리를 놀라게 했던 건, 성공할 자신이 있냐는 질문에 "박진영씨 음악만 받지 않으면 성공할 자신있다"고 대답한 것이었다. 이쯤되자 직원들은 이렇게 삐딱하고 불량한 아이를 도대체 왜 데리고 있느냐고 나에게 항의했다. 상황이 이 정도였으니 그 당시 자기 친한 친구에게 쓴 사적인 글에 그 정도의 말들이 들어있었다는 것이 그리 놀랍지 않은 것이다.
그럼 대체 이런 아이를 왜 데리고 있었나?
난 불량스러운 아이들을 좋아한다. 겉으로는 착한 척 하면서 뒤로는 계산적인 생각을 하는 음흉한 아이들은 싫지만, 겉으로 대놓고 삐딱한 아이들은 좋다. 감정이 겉으로 자연스럽게 드러나기만 하면 그건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재범이는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을 우습게 봤고 겉으로도 그렇게 표현했다. 그게 좋았다. 우리 회사 어느 가수가, 아니 심지어 연습생이 `박징영 음악만 안 받으면 성공할 자신이 있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할 수 있겠는가? 난 그 사실이 너무 재밌었다. 불량스러운 아이들은 대부분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지만 그걸 발산할 기회를 찾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 그걸 발산하도록 도와주는 믿음직스러운 사람을 만나지 못한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 친구에게 무대에 서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고 나와 회사 사람들이 자기편이라는 믿음만 심어줄 수 있다면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에게선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끼가 보였기 때문이다.
재범이에게 이 세상엔 두 가지 부류의 사람만 있었다. 자기 가족과 자기 가족이 아닌 사람. 그는 내가 본 누구보다도 자기 가족을 끔찍히 아낀다. 그가 때로는 인터뷰에서 돈 얘기를 한 이유는 자기가 멋진 차, 멋진 옷을 가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오로지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쉬게 해 드리고 싶어서이다. 그게 그를 가수라는 직업으로 이끄는 가장 큰 원동력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연습했다. 태도는 불량했지만 연습량만큼은 최고였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난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회사 사람들을, 또 동료 연습생들을, 나아가서 우리나라 사람들을 자기 가족처럼만 생각하게 할 수 있다면 이 아이는 놀라운 아이가 되겠구나`라고. 그래서 어느날 그에게 말했다. "재범아 꼭 피가 섞여야만 가족은 아니다. 제발 먼저 마음을 열어라. 그럼 남들도 가족이 될 수 있다" 이런 노력들이 조금씩 쌓여가면서 재범이는 조금씩 변해가기 시작했다. 얼굴 잘생겨서 뽑혔다고 무시하고 놀리던 동료들을 껴안기 시작했고, 회사 직원들과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으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그의 삐딱했던 표정은 밝아져갔고 그의 춤과 노래는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만나서, 또 좋은 동료들을 만나서 그의 에너지는 드디어 무대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난 드디어 그의 데뷔를 결정했고 팀의 리더로 그를 선정했다. 나머지 6명도 그를 진심으로 믿고 따랐다. 데뷔 후 그는 아무리 늦게 끝나도 동생들을 데리고 와서 연습을 했고, 항상 자기 자신보다는 동생들을 먼저 생각했다. 그 후 활동을 시작하면서 그는 그에게 따뜻하게 대해주는 연예 관계자들에게 감동했고, 또 열렬한 사랑을 보내주는 한국 팬들의 사랑에 감동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들, 좋은 팬들을 만나서, 그리고 무엇보다 음악을 만나서 그가 결국 변한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제 막 행복해지려고 할 때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그의 4년 전 삐딱했던 시절의 글들이 공개된 것이다. 그는 너무나 미안해했다. 2PM 동생들에게, 나에게, 회사 직원들에게, 팬들에게,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를 따뜻하게 받아주고 아껴주었던 한국 사람들에게. 여기서 자기가 더 망설이면 2PM 동생들까지 미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상태로는 무대에 설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도 잘 알아서 잡지 못했다. 왜냐하면 내가 그였어도 똑같은 결정을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는 떠났다. 나에게 마지막으로 보낸 이메일에 그는 `저 에전에 진짜 싸가지 없는 놈이었죠? 미안해요, 형 때문에 삶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어요. 전 훨씬 나은 사람이 되었고 또 훨씬 강해졌어요. 그동안 날 위해 해준 것들 진심으로 고마워요`라고 썼다. 너무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팠다. 하지만 재범이의 예전 글들을 접한 대중들이 느꼈을 어마어마한 배신감도 알기에 함부로 말을 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신있게 할 수 있는 말은 여러분들이 TV에서 본 재범이의 모습은 가식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재범이는 불량하긴 했어도 음흉했던 적은 없다. 재범이는 불량했을 때도, 그리고 밝아졌을 때도 자기의 속마음을 숨기는 아이가 아니기 때문이다. 불량했을 때는 대놓고 불량했고 따뜻해졌을 땐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잘했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지금 여러분들의 분노를 돌리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게 쉽게 돌릴 수 있는 것이 아닌 걸 잘 안다. 다만 행여 재범이가 어디가서 차가운 눈길만큼은 받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썼다.
대중들의 분노 못지 않게 팬 여러분들의 상실감도 잘 알고 있고, 여러분들의 의견도 잘 귀담아 듣고 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2PM으로서의 박재범이 아니라 청년 박재범인 것 같다. 재범이에게 지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내가 그러했듯 여러분들도 재범이의 결정을 존중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 JYP
박진영이 올린 글의 전문을 살펴보면서 대중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일단 박재범에 대해 좀 더 누그러진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2PM의 리더가 아닌 인간 박재범의 성장배경에 초점을 맞춘 글을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마이스페이스에 올렸었던 과거 재범의 글만을 토대로 지나치게 그를 몰아부쳤다는 동정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쓸쓸히 출국장으로 떠나던 그의 뒷모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았을 것이다.
박재범이 떠난 자리에 팬들은 구명운동에 나섰고, 그가 고향인 시애틀에 도착하자마자 눈물을 쏟았다는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며, 그에 대한 정서적인 반감으로 깊어진 골을 그의 눈물로 채우고 있는 상황이다. 변명이 아닌 침묵 그리고 탈퇴라는 극단적인 결단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박재범의 지난 4일을 돌이켜 볼 때, 비판의 목소리는 낮춰지기 마련이다. 더군다나 국내에서 발생한 모고교 남학생들이 여교사에 가한 성희롱사건이 터지면서, 현재 분위기는 박재범에게 우호적으로 흐를 수 밖에 없다.
여교사 성희롱사건과 박재범을 연계한다면, 오히려 박재범을 용서하는 것이 더욱 힘들어 진다. 두가지 모두 잘못된 사건이며, 비교우위를 정하여 더 나쁜 행동과 덜 나쁜 행동으로 구분짓고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크게 볼 때, 일부 빗나간 젊은이들을 통해 무너지고 있는 윤리의식을 바로잡고, 우리 사회가 반성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사람은 비교를 통해 문제에 접근하기 쉽다. 마치 박재범을 유승준과 비교했던 것처럼. 동시에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졌던 사람들과 그들을 비교했던 것처럼.
자숙의 시간을 갖기로 한 박재범에 대한 비난과 비판은 그만 거두는 것이 맞다. 박진영의 글때문이 아니다. 박진영의 글속엔 자화자찬내지 자기변호속에, 박재범에 대한 그의 애착을 그다지 느낄 수 없다. 오히려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절묘한 타이밍을 잡아 비즈니스로 접근해 온 듯한 박진영을 읽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아이돌을 육성하는 연예기획사 전체가 반성해야 한다.
나이어린 친구들을 대중앞에 세울 직업가수로 키우면서 책임있는 자세를 보여주지 못한 채, 인성교육은 뒷전이고 단지 재능만을 우선시하며 시작도 끝도 비즈니스로 일관하는 기획사의 철저한 반성없이는, 박재범을 용서한다해도 같은 논란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반복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윤리의식은 팽개친 채 순수함을 잃고 돈의 노예가 되며, 재능이라곤 남의 것을 베끼거나 언론플레이밖에 할 줄 모르는 아이돌을 양산하기 위한 기획사는, 그 차가운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대중들에게 상처아닌 사랑받는 이들로 성장하는 터전이 될 수 있다.
끝으로 박진영의 글속에서 유일하게 건질 수 있었던, "2PM으로서의 박재범이 아니라 청년 박재범인 것 같다. 재범이에게 지금 자기 자신을 되돌아보고 반성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인 것 같다." 라는 생각에 동의하며, 박재범에게 다시금 기회를 주는 것이 맞을 듯 싶다. 동시에 시기는 알 수 없으나 그가 다시 우리 앞에 섰을 때, 대중들도 그때는 그의 과거를 문제삼거나 그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다면 깨끗하게 잊고, 박재범을 바라보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