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차태현, 동료는 안중에 없는 안일하고 위험한 발상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고 있는 차태현이, 동시간대 경쟁프로그램인 일요일은 좋다 ‘런닝맨’에 출연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었다는 소식이 전해져 뜻밖에 충격과 아쉬움을 주었다. 이유인 즉, 차태현 주연의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홍보하기 위해 런닝맨 출연을 고집했으나, 주변의 만류로 결국 출연을 포기해야 했다는 것.
지난 30일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디어 데이 행사가 열린 날, 주연 배우로 참석한 차태현은 런닝맨 유재석과의 예능 대신에 1박2일을 택한 이유로, 대중들이 유재석과 뻔한 그림을 그릴 것이라고 예상하는 게 싫었기 때문이라는 등, 1박2일 출연과 관련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했다. 이 과정에서 차태현의 한 측근을 통해 영화 촬영 후, 그가 런닝맨에 출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는 에피소드가 알려졌다.
차태현이 1박2일과 동시간대 경쟁작인 런닝맨에 출연 의사를 농담이 아니라 진지하게 밝혔던 건, 그만큼 그가 이번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대한 애착이 크다는 방증으로, 함께 작업을 했던 김주호 감독도 차태현이란 배우는 주연배우로서의 책임감이 그 누구보다 강하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차태현의 런닝맨 출연을 고집했다는 보도는 부적절했고, 그에 대한 실망감도 지울 수 없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제작사나 관계자입장에서 보면, 차태현의 런닝맨 출연의사 자체만으로도 매우 고마웠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1박2일 제작진이나 김승우-이수근을 비롯한 멤버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섭섭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1박2일 시즌2를 즐겨 보는 시청자입장에서도 결코 유쾌한 일이라고 볼 수 없다. 차태현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어떤 면에선 배신감이 크게 들 수도 있다.
아무리 런닝맨의 시청률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해서, 자신의 고정 출연하는 프로그램 1박2일에 피해를 줄 수 있는 선택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경악스럽다. 이건 마치 승승장구 MC 김승우와 이수근이 강심장에 게스트로 출연하겠다는 것과 같고, 드라마 각시탈 주원이 유령에 합류해 각시탈을 홍보하기 위해 단 1회라도 출연하겠다는 것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정말 코미디가 따로 없고 무책임은 커다란 실망으로 다가온다.
차태현이 주연을 한 영화홍보도 물론 본인에겐 중요하겠지만, 고정출연중인 예능프로그램에 제작진과 멤버들을 힘빠지게 만들고 바보로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동시에 차태현 본인의 속뜻과 별개로, 1박2일에 대한 그의 애착정도에 대해 의심을 살 수 있었고, 팀과 맴버들, 시청자의 반응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던 걸 대중에게 알린 꼴이 돼버렸다.
대중에게 호감도가 높은 차태현이니까, 그러한 발상과 의지가 이해된다는 식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만일 상대적으로 호감도가 떨어지는 성시경이나 김종민이 새앨범을 내고 앨범 홍보를 하기 위해 런닝맨에 출연하겠다고 고집을 피웠다는 소식이 알려졌다면, 네티즌은 과연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즉 호감도의 측면이 아닌 자신이 고정출연중인 프로그램에 대한 예의의 문제고 책임감의 문제다.
또 하나 짚고 가야할 것은, 예능프로그램에 대한 배우와 가수들의 인식에 문제다. 그들은 예능프로그램을 자신의 영화나 음반 홍보의 수단으로 취급한다. 정작 본업을 예능으로 삼는 개그맨들이 자신들의 일자리에서 제대로 서 볼 기회조차 얻기 힘든 반면, 배우와 가수들은 너무 쉽게 넘나들면서도 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본인의 영화나 음반 홍보를 주된 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다반사다.
만일 홍보가 목적이라면, 예능 출연을 자제해야 한다. 그들 때문에 정작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지도 못한 채, 먹고 살기 바빠 사라져 가는 개그맨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대기업들이 그들의 주축 사업이 있음에도 커피숍-빵집 등 골목상권을 잠식해 가는 것과 뭐가 다른가. 서비스산업에 주력하기 위해서도 아니고 장인정신을 가지고 골목상권에 접근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양측이 윈윈하는 결과도 나오지 않는다.
배우나 가수들이 예능프로그램 고정출연하는 것은,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한 사실상 특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자신의 프로그램에 애착과 책임감을 가지고 임해야 한다. 어차피 좋은 영화와 음반은 방송뿐 아닌 인터넷이란 강력한 매체를 바탕으로 입소문을 타고 흥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영화배우나 가수가 예능에 출연해 자신의 영화나 음반를 홍보하겠다는 것까지 막을 수도 없고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덕분에 홍보의 기회가 수월하게 주어진다면, 그만큼 더 열심히 하려는 태도를 겸비해야 한다.
최근 1박2일 시즌2를 보면서 멤버들의 의욕이 엿보여 보기 좋았다. 국내드라마 제작여건상 밤샘촬영이 빈번한 가운데, ‘적도의 남자’ 엄태웅이나 ‘각시탈’에 주원이 1박2일에서도 누구보다 더 열심히 하려는 모습에, 안쓰러운 동시에 그들의 책임감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데 영화 홍보를 위해서라면 런닝맨 출연도 할 수 있다던 차태현의 안일하고 위험했던 발상과 홍보전략은, 다시금 비상하려는 1박2일 제작진과 멤버들의 사기의 날개를 꺽은 건 아닐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