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올 하반기 방송복귀, 부정적인 이유
올 상반기 예능계를 짚어보면, 전반적으로 상당히 침체됐음을 알 수 있다. 일단 주말예능만 놓고 봐도, 평균시청률 30%대를 훌쩍 넘기며 국민예능으로 대표되던 ‘1박2일’은 시즌2로 옷을 갈아입으면서 시청률이 반토막이 났고 ‘무한도전’은 MBC파업여파로 장기간 결방을 감수해야 했다. 지난 해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던 일밤 ‘나는가수다’는 시즌2로 돌아왔지만 존재감을 잃은 지 오래다.
여기에 예능의 최대 화두가 되고 주류로 편승했던 오디션예능은, 노래 뿐 아니라 댄스, 피겨, 연기 등 장르를 불문하고 쏟아졌지만, 스타오디션 위대한탄생2의 몰락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에 슈퍼스타K와 신설된 K팝스타를 제외하곤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우후죽순 쏟아진 오디션프로그램에도 정리가 필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
토크쇼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고소영-안철수 등 좀처럼 방송에서 만나기 힘든 게스트를 섭외한 힐링캠프만이 그나마 주목받고 있을 뿐, 여타 토크쇼의 경우는 초록동색의 컨셉과 게스트로 가파른 하향세를 걷고 있다. 여기에 영화나 드라마, 음반 홍보의 장을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도, 시청자의 외면을 부추긴 요인이다.
이렇듯 예능계가 침체된 근본적인 원인은 역시 빈약한 콘텐츠에 있다. 때문에 슈퍼스타K처럼 오디션이 흥하면, 방송사마다 복제프로그램을 내놓기 바쁜 것이다. 최근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이 성공하자 타방송사에서 닮은 프로그램을 준비중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이렇듯 내용물은 같고 포장만 살짝 바꾸는 방송사의 행보는 구조적으로 예능을 식상하게 만들지만 뚜렷한 대안이나 장기적인 플랜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강호동 올 하반기 방송복귀, 부정적인 이유
최근 방송과 언론에서 앞다투어 강호동의 방송복귀를 예상하고 화두에 올리는 횟수가 늘고 있다. 어차피 내용물이 비슷하다면, 포장을 다르게 혹은 잘할 수 있는 MC가 필요하고, 탁월한 진행능력뿐 아니라 희소성을 갖춘 강호동의 캐릭터가 천편일률적으로 흐르는 예능에는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같은 토크쇼라도 강호동이 진행하면 ‘무릎팍도사’라는 캐릭터를 만들고 컨셉자체를 차별적으로 구성하기 용이해지는 이치다.
그렇다면 침체된 예능계에 활력소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MC 강호동의 방송복귀가, 과연 올해 안에 이뤄질까. 일단 가을개편을 앞둔 각 방송사에서 그를 향한 러브콜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여러 방송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낙관적인 전망이 우세하다. 여기에 그의 복귀를 바라는 호의적인 여론도 한몫을 한다. 실질적으로 강호동의 용단만이 남은 셈이다.
그러나 방송사나 언론이 바라는 것처럼, 강호동에게도 올 하반기가 방송복귀를 결정하기에 시기적으로 적당할까. 오히려 하반기 방송복귀는 악수에 가깝다. 올 여름 대한민국을 뜨겁게 할 런던올림픽이 끝나면, 가을부턴 본격적인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다. 올림픽으로 하나된 목소리를 내던 국민은, 대선이란 타이틀을 놓고 양대 진영에 언론과 적극적인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또 다시 분열을 가속화시킬 전망이다.
진흙탕싸움으로 대변되는 선거는 사회를 경직시키고 불신을 조장한다. 선거의 역동성이란 상대방을 비방하고 묻지마식 폭로가 자행될 때 빛나는 수준일 정도로, 우리나라 선거판의 현주소는 여전히 정치후진국을 벗지 못했다. 때문에 사회현상 하나하나에 민감해지고 변화와 부침이 어느 때 보다 심한 시기인 선거철에는, 정치할 사람이 아니라면 주목을 받아봐야 득이 없다. 오히려 유명연예인의 경우, 선거판에 엉뚱하게 이용당해 악재로 작용하고 입지가 좁아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강호동이 잠정 은퇴를 선언한지 1년. 그 1년은 본인에게 굉장히 힘든 시기였을 것이다. 때문에 그에 대한 수요가 아무리 많더라도 앞뒤 안가리고 방송에 복귀할 순 없다. 물론 강호동이 상처를 추스르고 예전의 자신감을 회복했다면, 방송복귀를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다만 올 하반기는 긍정보단 부정적인 요소가 많다. 특히 국민을 둘로 나눠 편을 가르고 묻지마식 폭로로 불신을 조장하며 사회를 경직시키기 쉬운 선거철은 피하는 게 좋지 않을까.
오히려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고 사회의 안정을 추구할 시점, 국민분열이 아닌 국민통합이란 화두로 옷을 갈아입을 내년 봄은, 예능계에서도 유재석과 함께 통합과 안정속에 변화의 리더쉽을 보여줄 수 있는 MC강호동이 방송복귀를 검토하기에 더 적합한 시기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지난 1년간 강호동이 충격에서 벗어나 여유와 자신감을 찾았다면, 지금은 새로운 아이템을 구상, 검토하고 준비하면서 하반기를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