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다크서클 라이즈? 사랑고백보다 충격적인 다크서클!
19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16회에서, 오목단(진세연)을 미끼로 덫을 놓은 기무라슌지(박기웅)의 작전에 말려든 각시탈 이강토(주원)가 위기탈출을 위해 역으로 목단을 이용하는 뜻밖에 강수를 뒀다. 슌지가 강토에게 청구를 겨누며 “반갑다, 각시탈!”이라며 강도높은 추궁에 들어갈 찰나, 강토는 목단을 구하러 온 이유에 대해 자신이 각시탈이라서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슌지와 목단은 물론 시청자까지 당황하게 만들었다.
강토가 위기를 탈출하는 방법이 겨우 목단에 대한 사랑고백이라니? 어떤 면에선 제작진에게 실망스러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백건(전현)외에 강토가 각시탈임을 알고 도와주는 이가 없는 가운데, 강토가 쓸 수 있는 카드가 현실적으로 슌지의 뒤통수를 칠 수 있는 사랑고백이었던 셈이다. 덕분에 강토가 각시탈이라고 확신했던 슌지는 사랑하는 여자를 구하러 왔다는 강토의 얘기에 할 말을 잃었다.
슌지의 입장에선 친한 친구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여자(목단)를 좋아한다니, 얼마나 당황스럽고 배신감이 들었겠는가. 슌지에겐 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보다 어쩌면 더 충격이었을지도 모를 일. 그럼에도 슌지는 의심의 끝을 잡고 강토를 심문했지만, 오히려 강토의 현란한 말빨에 백지영의 총맞은 것처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결국 강토의 반전고백은 효과를 보았고 위기를 수습할 수 있었다.
재밌는 건 강토의 돌발적인 사랑고백도 각시탈이란 캐릭터와 절묘하게 어울린 사실이다. 강토는 자신이 각시탈은 아니라며 슌지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목단을 사랑하는 건 진실이기 때문이다. 마치 제국경찰과 각시탈을 오가는 이중생활처럼, 강토의 사랑고백에도 거짓과 진실이 섞여 있다. 그래서 목단은 강토가 자신을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고, 슌지가 강토를 각시탈로 주장하는 것에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목단이가 영리하게 눈치채길 기도해야 할 판. 이런 게 바로 각시‘탈’ 효과다. 적군도 아군도, 심지어 사랑하는 여자마저 속이게 만들 정도로 통쾌함속에 답답함과 고통스러움을 동반한다.
각시탈 다크서클 라이즈? 사랑고백보다 충격적인 다크서클!
슌지가 보는 앞에서 이강토가 목단에게 한 사랑고백은 분명 반전의 한 컷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그 반전이 충격적일 만큼은 아니었다. 오히려 충격적인 건, 주인공인 주원-진세연-박기웅의 눈밑에 진하게 그을려진 다크서클이었다. 특히 주원과 박기웅의 다크서클은 뺨을 거쳐 턱밑까지 흘러내길 기세였다. 마치 누가 더 다크서클이 심한 지 대결이라도 하는 듯 말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그들의 다크서클이 절묘한 분장효과를 발휘한다. 강토는 각시탈과 제국경찰을 오가며 쉴 틈이 없는 데다, 슌지의 의심스런 눈초리를 벗어나야 하고, 사랑하는 분이(목단)을 걱정하고 보호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고려할 때 수면을 취할 틈도 없지만, 잠이 제대로 오겠나. 각시탈을 잡느라 혈안이 된 슌지도 마찬가지고. 목단이도 활약은 아직 미비하나 늘 이리저리로 바쁘게 알아보고 뛰어다닌다. 최근에는 아버지 담사리(전노민)가 종로경찰서에 고문을 받고 있으니 잠이 올 리 만무하다. 이들 세명의 주인공에게 수면부족으로 인한 다크서클은 필수불가결해 보일 정도.
그러나 캐릭터가 아닌 배우들의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움 그 자체. 그동안 배우들이 얼마나 잠을 못잤으면, 평소에도 눈이 벌겋게 충혈된 상태로, 눈가에는 다크서클이 저렇게 심하게 번졌을까. 연일 밤샘촬영으로 피곤에 찌들대로 찌든 주연배우들의 모습이 안쓰러운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장면 하나하나에 몰입하고 뿜어내는 그들의 집중력있는 연기력이 놀랍기도 대단하기도 하다.
한편으론 여전히 사전제작시스템과 거리가 먼 국내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아쉬움도 교차한다. 일주일에 70분짜리 드라마 두 편을 만들어내야 하는 현실. 영화 한편 분량을 일주일동안 생방송에 가깝게 찍어내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이다. 물론 제작진도 피곤한 건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분량이 많은 주연배우들은 밤샘촬영이 비일비재해 체력뿐 아니라 정신력이 받쳐주지 않으면 버티기 힘들다. 최소한 쪽대본은 없어야 배우들이 캐릭터에 몰입하며 감정선을 이어가는데, 그것마저 여의치 않을 때면 연기를 기계처럼 해야 하는 실정에 놓인다.
이렇듯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은 비단 ‘각시탈’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다만 각시탈은 이제 겨우 16회를 마쳤다는 사실에서 배우들이 더욱 안타까운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니시리즈를 16부로 보았을 때 각시탈은 종영을 눈앞에 두어야 하지만 현재 총 28회로 확정된 상황이다. 즉 분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주인공 주원-박기웅-진세연 등은 당분간 밤샘촬영에 다크서클을 달고 살아야 된다는 얘기. 게다가 주원은 예능 1박2일 촬영까지 해야 한다. 그나마 런던올림픽 주요종목 생방송으로 결방이 생긴다면 잠시 쉴 수 있을까.
요즘 영화 배트맨시리즈에 ‘다크나이트 라이즈’ 많은 이들의 호평속에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영웅물을 다룬 드라마 각시탈이 배트맨과 자주 비교되곤 한다. 다크나이트 라이즈에는 특수효과로 무장한 스펙터클한 액션과 무기들이 사용되지만, 각시탈은 담백한(?) 택견과 달랑 쇠통소뿐이다. 그러나 다크나이트 라이즈에선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일주일에 영화 한편이 뚝딱하고 드라마 각시탈에선 만들어진다. 그 증거로 각시탈 배우들의 열연과 투혼의 상징이 돼버린, 눈밑 진한 다크서클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