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진세연 격투신과 삼자대면, 어떤 장면이 더 민폐였나?
18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15회에선, 이강토(주원)를 각시탈로 의심하던 종로경찰서 경무부장 기무라슌지(박기웅)가 놓은 덫에, 강토와 오목단(진세연)이 걸려들었다. 슌지의 생각은 이강토가 각시탈이 맞다면, 함정에 빠진 목단을 구하기 위해 강토가 반드시 나타날 거라 믿었고, 슌지의 예상은 그대로 적중했다. 슌지는 강토에게 총구를 겨누며, “반갑다, 각시탈!”라고 말해, 강토-목단커플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렇다면 16회에선 슌지에 의해 각시탈이 이강토란 사실이 밝혀질까. 각시탈이 총 28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기적으로 너무 빠른 감이 있다. 무엇보다 각시탈이 가진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 왜 제국경찰에게 각시탈이 두려운 존재인가. 정체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적에게 탈은 단순한 위장이 아닌, 사람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을 만큼 신비한 기운을 가졌을 거란 두려움을 준다.
그런데 만일 각시탈이 불사조가 아니라 자신들이 잘 아는 이강토임을 알았을 때, 슌지는 물론이고 제국경찰에게 각시탈이 예전같은 두려움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뿐만 아니라 조선인들에게 한줄기 빛같은 영웅으로 대접받을 수 있을까. 각시탈을 벗은 이강토는 그를 두려워하던 자들에게도 떠받들던 자들에게도, 언제고 제국경찰에 잡혀 죽임을 당하게 될 나약한 한 명의 반도인에 불과한 존재로 추락하고 만다.
그래서 각시탈의 정체는 대내외적으로 발설하지 않을 극히 일부에게 노출될 수는 있어도, 제국경찰이나 조선인들에게 알려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각시탈=이강토’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는 순간, 이강토가 각시탈을 쓰고 활동하는 건 더 이상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탈은 거추장스럽다. 이 말을 뒤집어보면, 드라마 타이틀이 각시탈인 상황에서, 이강토가 각시탈이란 사실이 쉽게 밝혀질 리 없음을 의미한다.
각시탈 진세연 격투신과 삼자대면, 어떤 장면이 더 민폐였나?
즉 슌지가 이강토를 각시탈로 확신하고 총구를 들이밀지만, 16회에선 강토는 각시탈이 아니라는 알리바이가 성립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극에 절반을 막 넘어선 16회에선 슌지에게 의심받는 강토가 어떻게 위기를 탈출하느냐에 초점이 옮겨지게 된다. 동시에 ‘각시탈=이강토=도련님’이란 사실을 목단이 과연 어느정도 눈치챌 수 있을까도 16회의 주요 포인트로 볼 수 있다.
슌지는 이강토를 각시탈로 확신한다. 그 순간 목단은 당황스러움 그 자체였다. 아니, 어떻게 이강토가 각시탈이고 도련님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목단으로선 기가 찰 노릇이다. 다만 의심은 할 수 있다. 최근 자신을 대하는 이강토가 많이 달라졌었다. 단검에피소드부터, 병원에서, 빨래하다가, 기타등등 강토를 한번쯤 각시탈 혹은 도련님으로 의심해 볼 히스토리가 분명 목단의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다. 저장된 걸 꺼낼 볼 생각조차 안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15회에서 오목단이 역대급 민폐를 저지르면서, 각시탈을 잡기 위한 슌지의 미끼가 된 이유가 풀린다. 바로 각시탈 제작진은 15회를 통해, 슌지에게 각시탈이 이강토란 사실을 밝히려는 밑밥을 던진 것이 아니라, 여주인공 목단에게 이강토가 더 이상 일본앞잡이가 아니라, 어쩌면 ‘이강토=각시탈=도련님’일 수도 있다는 의심을 품게 만들기 위해서. 때문에 목단에게 무리한 민폐를 감행시키면서 이강토-오목단-기무라슌지의 삼자대면을 마지막에 담았던 것으로 유추해볼 수 있다.
지금은 백건(전현)외에 뚜렷하게 각시탈의 조력자가 없는 가운데, 목단이마저 각시탈 이강토를 돕긴 커녕, 매번 강토를 고민하게 만들고, 강토에게 스스로 위기를 자초하게끔 만드는 민폐 여주인공으로 전락하던 차, 아예 목단이 ‘이강토=각시탈=도련님’이란 사실을 확신은 못해도 의심이라도 하게끔 만들면서, 강토가 하는 일에 큰 도움은 못주어도 방해는 안 되게끔 만들기 위한 포석으로 봐야 맞지 않을까.
그래서 이강토-오목단-기무라슌지의 삼자대면은, 슌지가 강토를 각시탈로 확신하는 계기보단 목단에게 강토가 각시탈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의심이라도 해보라는 차원에서 만들어낸 제작진의 의도로 비춰졌다. 그리고 16회로 넘어가는 상황이라면, 강토를 의심하는 목단이 그려져야 맞다. 언제까지 강토와 목단의 ‘나잡아봐라~’ 반복할 수도 없는 일 아닌가.
문제는 역시나 삼자대면으로 가는 과정이었다. 오목단의 무모한 패기와 생각이 짧았던 행동이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15회에서 목단은 채홍주(한채아)와의 격투끝에 붙잡혔다. 싸우다 깨져서 붙잡힌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홍주가 슌지와 통화한 후, 자신을 풀어줬을 땐 이유가 있을거란 판단을 왜 오목단은 하지 못했을까.
홍주가 수녀코스프레를 했을 땐, 그녀가 독립군 담사리(전노민)의 거사계획을 파헤치려 위장했을 거란 낌새를 알아차린 영리한 목단이었다. 그렇다면 홍주가 자신을 이유없이 풀어주는 데엔 뭔가 술책이 있을거란 생각도 할 수 있었다. 근데 고민이라곤 전혀 안하고서, 겁없이 조단장(손병호)을 만나러 가는 목단의 행보는 멍청했다. 졸지에 목단은 영리함과 멍청함을 오가면서, 캐릭터의 개연성을 상실해버렸다.
목단이 홍주와 만나 격투를 벌이지 않고, 설사 벌이더라도 홍주에게 맞아서 붙잡히진 말았어야 했다. 그리고 조단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목단이 삼자대면 장소에 나타났다면, 적어도 여주인공 목단의 캐릭터 개연성은 덜 훼손하면서, 슌지의 강토는 각시탈이란 발언에, 목단이 처음으로 강토가 각시탈일수도 있겠다는 의심을 하게 만드는 자연스런 수순을 밟을 수 있었다. 즉, 삼자대면은 목단이 강토를 각시탈로 의심하기위해 민폐를 끼치더라도 있어야 했다. 반면 홍주와 목단의 격투신은 사실상 불필요했고 잡혔다가 풀려난 목단의 민폐만 부각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