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PM 탈퇴 박재범, 여론의 희생양이 아니다
한국비하 파문에서 자유롭지 못한 2PM의 박재범이 8일 팬카페를 통해 공식적으로 2PM의 탈퇴를 선언하고, 오후 6시 3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고향인 시애틀로 출국했다. 이를 두고 여론이 너무 가혹하게 그를 몰아갔다며 마녀사냥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인과응보라며 당연한 처사라는 평이 또 한번 네티즌들 사이에 엇갈린다.
지난 나흘간 여론의 도마위에 올랐던 2PM의 리더 박재범이 탈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은 자신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가라앉지 않은 채,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증폭되는 것을 더 이상 방관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더군다나 2PM이란 자신이 소속된 그룹의 멤버들에게도 민폐가 돌아가는 것을 견디기 힘들었다고 사료된다.
분명 잘못은 했되, 탈퇴라는 극약처방을 택한 것은 그를 비판하던 사람들에게도 적잖은 충격을 준 것이 사실이다. 사건사고를 둘러싼 요즘의 연예계 트렌드를 벗어난 용단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가 자숙의 기간을 거쳐 다시금 복귀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건의 시작과 과정을 다시금 돌이켜 보면, 그의 탈퇴는 예정된 수순을 밟은 결과라고 봐야한다. 그가 불러 온 논란은 지드래곤의 표절과 같은 기술적인 문제가 아닌 한국인 비하라는 정서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부분이 훨씬 크게 부각됐다고 볼 수 있다. 틀린 답은 노력해서 고칠 수 있겠지만, 상대의 틀어진 마음은 혼자만 노력한다고 돌리기 힘들다.
당연히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설득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법이다. 그가 탈퇴를 하고 미국으로 돌아가는 공항에는 그의 팬들이 울먹이며 배웅했고, 그를 동정하는 숨어있던 여론마저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실정이다. 지난 날의 과오를 가지고 애꿎은 젊은 청년 하나 잡았다는 식이다. 예견된 뒷북 동정론에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마녀사냥이다, 아니다. 네티즌간에 대리전이 또 다시 불을 뿜는다.
박재범의 2PM 탈퇴는 여론의 희생양인가?
그에게 방송활동 중단을 통한 자숙 혹은 탈퇴라는 인터넷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던 것이 사실이다. 대중들 앞에 나설 자격이 없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었다는 점에서 부추긴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을 거 같다.
그렇다면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의 대처는 어떠했는가?
사건 터진 직후, 박재범과 소속사는 빠르게 잘못을 시인하는 사과문을 올렸다. 마치 최근 일어났던 정우성의 기무치사건을 떠올리듯 초기에 사건진화에 나섰다. 솔직하게 인정하는 것이 여론을 달래는 데 이롭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여론은 오히려 악화되었고, 예정된 스케줄을 소화하던 2PM에게도 빨간불이 켜진다. 이어 재범이 고정출연하는 <일밤> ‘노다지’ 코너에서 그를 하차시킨다는 통보가 따르고, 재범은 당분간 방송활동을 접는다는 소속사의 발표가 뒤따른 지 만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그는 2PM 탈퇴를 선언했다. 결국 여론을 이기지 못한 소속사와 박재범의 항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재범이 2PM에서 탈퇴했다고 해서 그가 대한민국 연예계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전제가 내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에서도 그를 퇴출했다고 말한 적이 없다. 즉 2PM의 탈퇴는 박재범에게 또 다른 자숙의 기간으로 볼 수 있다. 사실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그가 2PM으로 활동한다는 자체가 무리다. 그에게 특별한 계기없는 정면돌파는 대중들의 외면을 낳을 뿐이다.
더군다나 10월 달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2PM의 새앨범은 작업을 담당한 박진영 스스로가 대중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라며 기대를 품은 상황이었기에 재범은 JYP의 비즈니스에 마이너스라고 볼 수 있었다. 2PM이란 흠집 난 브랜드에 새앨범을 런칭하기엔 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결론이 나온다. 2PM을 위해서도, 훗날의 재기를 위한 박재범을 위해서도, 2PM 탈퇴는 그들의 비즈니스에서 최선이었다.
박재범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가 2PM을 탈퇴하건 하지 않았건 간에 어차피 주어져야 할 자숙의 시간이다. 유승준처럼 입국 자체가 거부당한 것이 아닌, 오히려 그 시간을 줄여주는 동정의 여론이라는 위로의 선물까지 받아서 떠나지 않았는가. 만약 재범이 한국에 남아서 계속 활동하였다면, 그에게도 2PM에게도 대중들에게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재범은 여론의 희생양이 아니다. 희생이란 말을 오용하면 곤란하다. 그가 희생을 했다면 JYP엔터테인먼트의 비즈니스를 위한 희생양이거나, 2PM 동료들을 위한 희생이라고 해야 맞다. 분명 본인에게 쏟아진 비판내지 비난여론을 통해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여론의 희생양이 아닌 과오에 대한 대가를 비싸게 치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그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럼에도 2PM을 탈퇴하고 미국으로 떠난 박재범을 바라보며 관용이 부족했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재미교포 박재범의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비하로 시작된 문제의 화두를 빗나간 여론몰이로 변질시키고, 떠난 이에 대한 미화에 집착하는 것도 보기 좋다고만은 볼 수 없다. 한국인의 근성까지 들먹이며 상대를 비하하는 동시에 자기 스스로를 비하하는 모습도 나타난다.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할 상황이 답없는 전쟁을 치루고 올바른 기준점을 찾는 것은 뒷전이다.
여론 속에는 크기는 다르되, 여러 생각이 공존할 수 있다. 그 생각은 개인의 가치관에서 출발한다. 개인의 시각들이 모여서 여론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론은 일부에 의해 끌려다는 것이 아닌, 일부들이 모여서 다수의 목소리로 나타나는 것이다. 누가 누구를 이기기 위해서도 아니고, 희생양을 찾기 위해서도 아니다. 우리 사회가 보다 투명해지기 위한 거울로써 필요한 것이다. 이것을 부정하지는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