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각시탈 김정난, 가슴골 드러낸 이유있는 오버연출?

바람을가르다 2012. 7. 13. 14:54

 

 

 

 

 

 

 

 

 

12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14회는, 전날 13회의 아쉬움을 날려버리듯. 빅재미를 선사했다. 그 중심에 종로경찰서 경무부장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있었다. 각시탈을 눈앞에서 번번이 놓치면서 서서히 다크해지던 슌지는, 사랑했던 오목단(진세연)에게 마저 철저히 무시당한 후, 내재된 악한 본성을 끌어내는 데 탄력을 받았다. 그리고 이강토(주원)에게 “개새끼가!”라는 소리를 들어도 쌀 만큼, 말그대로 정말 욕나올만큼 행동했다.

 

그 예로, 슌지는 각시탈의 정체를 밝히지 않는 담사리(전노민)를 대못상자에 넣으려고 했다. 사람을 무자비한 고통속에 죽일 수 있는 대못상자. 실제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인들은 조선인들에게 대못상자보다 더한 고문방법을 동원했다는 건, 말하면 입만 아플 사실이다. 오히려 드라마 각시탈이 그동안 목단 등을 고문할 때 채찍 등을 사용했던 건 애들 장난수준으로 보였다. 때문에 대못상자가 보기 불편할 수도 있었지만 시청자의 분노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고, 14회에서나마 그런 고문이 등장한 건, 당시 상황에 대한 리얼리티를 조금이나마 부여할 수 있었다.

 

 

 

슌지가 담사리를 대못상자에 넣는 건, 그를 죽이면 각시탈을 잡을 수 없다는 강토의 반대로 무산됐지만, 대신 담사리를 은밀하게 돕는 서커스단 조단장(손병호)을 잡아와 대못상자에 넣었다. 담사리에게서 각시탈의 정체와 접선방법을 실토하게 만들려면, 담사리의 최대약점인 그의 딸 목단이를 고문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슌지는 조단장에게 목단이 숨은 곳을 말하라면서, 대못상자에 넣고 고문을 즐길 정도의 악랄함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그렇다면 대못상자에서 피를 쏟으며 죽을 만큼의 고통을 받았던 조단장은 과연 목단이 숨은 곳을 슌지에게 실토했을까. 거짓정보를 흘렸을 가능성이 높다. 조단장이 독립군을 돕는 것도 있지만, 배우 손병호의 커리어를 감안할 때, 아무리 심한 고문을 받더라도 쉽게 자백할 만큼 가벼운 인물로 설정하진 않았을거란 믿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선 각시탈이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지만, 사실 독립군대장 담사리-적화(반민영), 조단장같이 물밑에서 지원하고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각시탈도 동서로 번쩍하며 활약할 수 있다.

 

 

 

각시탈 김정난, 가슴골 드러낸 이유있는 오버연출?

 

여기서 드라마 ‘각시탈’의 등장인물 중 조단장(손병호)과 다르지만 유사한 케이스의 인물이 떠오른다. 바로 이시용(안석환)백작의 후처로 등장하는 김정난이다. 김정난이 누구인가. 경력과 연기력은 기본, 주연급 조연으로 여자 조연중에서는 미친존재감으로 통한다. 주말드라마 ‘신사의품격’에서도 그녀의 존재감은 빛을 발하고 있다. 오히려 ‘각시탈’에서 김정난의 포지션이 너무 과소하게 그려질 정도다.

 

각시탈에서 백작부인 이화경(김정난)은, 왕족 이시용의 후처로 시대가 어떻든 자신의 쾌락과 욕망만을 쫓는 여자로 나오고, 왕족이라는 특권의식 아래 개망나니나 다름없는 남편을 아들처럼 취급하며, 경성 최고의 실력자들과 내연관계를 은밀히 즐기는 경성사교계의 꽃으로 나온다. 지금껏 각시탈에서 그려진 모습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과연 이화경의 본 모습은 이게 다 일까?

 

 

 

각시탈 14회에서 백작부인 이화경에게 의미있는 장면이 나왔다. 뭔가를 골똘이 생각하던 그녀, 그리고 이시용이 침대에서 일어나 방정을 떨며 담사리가 어떻게 자신이 열차에 탔는지 알고 접근해 왔는지, 어떻게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 수 있냐면서 흥분했다. 키쇼카이 일원인 이시용의 스케줄을 가장 확실하게 꿰고 있는 사람이 그의 후처 이화경이라는 사실에서, 어쩌면 이화경은 담사리가 아니어도 또 다른 독립군단체와 은밀하게 정보를 주고받는 요원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이강토 각시탈이전에, 이강산(신현준) 각시탈시절에도, 각시탈이 나타나는 곳에 우연인지 필연인지 백작부인 이화경이 있었다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늘 가벼운 언행과 행실이 따르지만, 문득문득 날카롭게 변하는 그녀에게서 또 하나의 반전의 키를 가진 인물로 예상해 볼 수 있다. 오히려 오버스러운 말투와 행동이, 그녀가 신분을 위장하기 위한 수단은 아닐까.

 

 

 

14회에서 이강토가 이시용백작집을 찾아갔고, 강토가 슌지의 눈을 피해 뒷문으로 나갈 수 있도록 연기를 한 사람도 이화경이었다. 특히 가슴골이 드러나는 드레스를 입고 있음에도, 가슴골을 활짝 드러내며 슌지를 난처하게 만들고 시선을 떨구게 만드는 오버연출은 백작부인이란 신분을 감안할 때 굳이 하지 않아도 될 행동이었다. 아들 친구 슌지에게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이려고 애쓰는 건, 마치 이강산이 슌지앞에서 더 바보행세를 티나게 했던 것과 같은 인상을 준다. 적에게 자신의 정체를 더욱 확실하게 숨기고, 위장한 모습을 강하게 각인시키는 방법.

 

백작부인 이화경이 후처라는 사실. 그리고 가벼운 행실속에서도 문득문득 날카롭게 변하는 눈빛. 게다가 김정난이란 배우가 가진 미친존재감을 감안하면, 백작 이시용의 비위나 맞추다 사라질 캐릭터로 보이지 않는다. 당시 각시탈만 안 쓸뿐 은밀하게 독립운동을 한 조선인은 많았다. 어쩌면 중요한 순간에, 화경은 각시탈에게 도움을 줄, 반전의 인물일지도 모를 일. 때문에 드라마 각시탈에서 관심있게 지켜봐야 할 인물이 한명 더 있다면 바로 이화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