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워메징한 레이스, 옥에 티였던 착한복불복?

바람을가르다 2012. 7. 9. 13:37

 

 

 

 

 

 

 

 

8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워매징한 레이스’는 오랜만에 1박2일다운 재미를 선사했다. ‘김승우-차태현-성시경-김종민’의 된장팀과 ‘이수근-엄태웅-주원’의 김치팀이 주어진 미션을 따라 충남 단양에서 레이스를 펼쳤고, 결국 베이스캠프인 한드미마을을 코앞에 두고, 복불복을 통해 각팀에서 자진 낙오한 성시경과 주원의 합류결과에 따라 승부가 엇갈리게 됐다.

 

그렇다면 이번 1박2일 ‘워메징한 레이스’가 시청자의 호평을 받은 구체적인 이유가 뭘까. 무엇보다 제작진이 준비한 미션이 좋았다. 단원 김홍도의 진경산수화속에 배경이 된 도담삼봉, 사인암, 옥순봉을 멤버들이 직접 찾아가 사진을 찍게 했던 미션은, 치열한 레이스가 주는 재미와 아름다운 경치를 안방으로 동시에 전달함으로써, 두 마리토끼를 잡는데 성공한 바탕이었다.

 

이동할 목적지를 힌트로 세팅한 과정도 좋았다. 특히 숲속의 헌책방에서 팀별로 다른 세권의 책을 찾아, 그 세권을 합쳐놓고 봐야 다음 목적지를 알 수 있게끔 만드는 아이디어는 탁월했다. 엄태웅은 단 한번에 맞춰 김치팀의 이동을 순조롭게 만들었지만, 1박2일의 브레인 성시경은 헤매었고 뒤늦게 차태현-김종민이 알아차린 된장팀은 그만큼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1박2일 워메징한 레이스, 옥에 티였던 착한복불복?

 

1박2일 레이스의 재미는 이러한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균형이 깨져야 긴장감이 생기고 멤버들의 승부욕을 자극한다. 지고 있는 팀과 멤버들은 어떻게든 앞서가는 팀과의 벌어진 거리를 좁히고, 역전하기 위해 제작진이나 시청자가 예상 못한 아이디어를 내놓거나 돌발상황을 일으키기도 한다.

 

1박2일 시즌1이 레이스마다 매번 흥할 수 있었던 것도, 팀간의 균형이 깨질 때마다 원점으로 돌려놓는 멤버들과 제작진의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특히 멤버들중에서 밀당의 고수 강호동-은지원-이수근 등이 악역포지션에서 이런 상황을 주도하고, 나영석pd가 융통성있게 받아주었다. 덕분에 앞서있을 땐 여유를, 지고 있을 땐 악바리 근성과 예능정신을 보여주며,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맞춰가며 끝까지 레이스의 재미와 긴장감, 반전의 묘미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1박2일 시즌2에는 악역에 기까운 캐릭터가 없다. 배신의 아이콘 이수근마저 앞잡이캐릭터를 버린 지 오래됐다. 모두가 선한 캐릭터다. 그러다보니 레이스나 복불복에서 돌발변수가 적고, 재미와 반전, 긴장감을 주기엔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작진이 더 분발해야 하는 시스템이다. 제작진이 악역을 자처해서라도 돌발상황을 만들고, 불균형과 균형을 오가며 레이스에 긴장감을 불어넣어야 한다.

 

다행히 ‘워메징한 레이스’에서는 제작진이 준비를 많이 했고, 덕분에 적재적소에서 재미를 살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아쉬움도 있었다. 바로 상대방을 15분 동안 딜레이시킬 수 있는 복불복 미션이 그랬다. 제작진은 히든카드로 복불복 통을 두 개 준비했는데, 하나는 레몬먹기, 다른 하나는 멤버 한명을 낙오시키는 것이었다. 양팀 모두 복불복 통을 ‘레몬먹기->낙오’로 순차적으로 열었다.

 

 

 

문제는 복불복 통이 두 개이다 보니 선택의 폭이 적었고, 막상 열어보니 같은 미션이 적혀 있었다는 점. 즉 상대방을 15분 딜레이시키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게 됐다. 복불복 통만 열면 양쪽에게 똑같은 기회를 제공한 착한 복불복이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멤버들에게 복볼복 통이 레이스의 히든카드라고 말했지만, 결국 활용도면에서는 무용지물에 불과했다.

 

오히려 2,3점씩 불규칙하게 올라가는 농구게임에서 60점을 정확히 맞추는 복볼복을 하면서, “이게 진짜 복불복이다!”라는 차태현의 말처럼, 길가 오락실에서 찾은 아이템이 상대적으로 더 빛나 보였다. 즉 복불복 판이던 통이던, 여러 개를 준비해서 선택의 폭을 넓혀 효과를 극대화하던가, 양팀 차량에 다른 미션이 적힌 복불복 통을 준비했어야 막판 돌발변수의 여지가 있었을 텐데, 현재 멤버들의 캐릭터마냥 제작진이 양팀에 똑같은 복불복 미션을 준비하고 히든카드로 걸었던 게 아쉬웠다.

 

 

 

1박2일 시즌2에 멤버들 대부분은 강호동이나 이수근처럼 전문예능인이 아니기 때문에 돌발변수를 만드는 방법이나 능력면에선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드라마 ‘각시탈’ 촬영 강행군으로 매우 피곤할 주원조차, 낙오상황에서 열심히 뛰는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멤버들이 1박2일에 애정을 가지고 적극성을 보이며 시청자에게 다가서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때문에 아직은 예능이 낯선 멤버들을 위해, 제작진이 좀 더 치밀하게 판을 깔아주고 변수를 준비해야 한다. ‘워메징한 레이스’를 워낙 잘 준비했기 때문일까, ‘나만 아니면 돼!’로 상징되던 강호동표 독한 복불복이 그리운 걸까. 상대적으로 변수를 줄이고 재미와 긴장감을 극대화시키지 못한 히든카드 착한복불복은 옥에 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