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진세연, 정말 대형사고를 쳤을까?
4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11회에선, 이강토(주원)가 오목단(진세연)을 채찍질하며 고문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종로경찰서 경무부장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지켜보는 터라, 강토로선 어쩔 수 없었다. 목단에게 채찍질이 가해지고, 고문을 지시했던 슌지 간도 쪼그라들었다. ‘가..강토야, 너무 세잖아?’ 슌지의 눈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슌지가 아무리 그런 표정을 지어도, 강토의 마음만 할까.
“아는 대로 말하라고, 니가 알고 있는 각시탈의 정체를!” 그러나 패기의 목단은 묵비권을 행사했다. 강토는 각시탈보다 차가운 가면을 쓰고 채찍으로 사랑하는 목단을 사정없이 내려쳤다. 신음하는 목단과 날카롭게 감기는 채찍질 소리는 강토의 마음을 울린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가족의 복수를 하겠다고, 사랑하는 여자를 외면하고 무자비하게 고문해야 하는 현실. 제국경찰과 각시탈의 이중생활을 과연 계속해야 하는가.
그에 앞서 11회에선 두 사람에게 더 위험하고 가슴 아픈 상황이 있었다. 바로 목단이 잠든 강토를 찔러 죽일 뻔한 사건이었다. 강토를 각시탈이 아닌 왜놈앞잡이로 알고 있는 목단은, 그를 제거하기 위해 첫사랑 도련님(이강토)이 준 단검으로 강토의 심장을 찌르려 했다. 다행히 잠든 줄 알았던 강토가 목단의 손목을 낚아채면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각시탈 진세연, 정말 대형사고를 쳤을까?
강토의 눈은 울고 있었다. ‘내가 얼마나 미웠으면 목단이가 내게 칼침을 놓으려 들었을까.’라는 자괴감. 예전엔 왜놈앞잡이였지만, 지금은 정신차리고 각시탈로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비참하고 불편한 이중생활. ‘정말 이러다 분이(목단)에게 죽는 거 아냐?’
목단이 칼을 들고 자신을 죽이려 들었을 때, 강토는 아마도 1대 각시탈 형 이강산(신현준)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각시탈을 잡겠다고 눈에 불을 킨 동생을 보면서, 형 강산의 마음이 얼마나 아팠을까. 강토는 그제서야 당시 형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각시탈이라고 동생에게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는 심정까지도. 자신이 목단에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1,2대 각시탈(신현준-주원)이 키쇼카이 일당을 해치울 때 하는 말이 있다. “적악여앙(積惡餘殃), 죄의 대가는 더디지만 반드시 찾아온다!”라고 말하고는, 쇠퉁소로 절도있게 내려침으로써 적을 한방에 골로 보낸다. 4일 방송된 각시탈 11회에서도, 종로 상인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조두치를, 각시탈 이강토는 적앙여앙이란 말과 함께 쇠퉁소에 피를 묻혔다.
그런데 알고 보니, 죄의 대가가 왜놈뿐 아닌 각시탈 이강토에게도 찾아오고 있었던 셈이다. 강토가 왜놈앞잡이로 일한 덕에 어머니와 형이 죽었다. 이제는 사랑하는 목단이가 자신을 죽이려고 덤비질 않는가. 강토가 저지른 죄의 대가가 어느 선에서 쇼부를 보게 될진 알 수 없다. 다만 아직은 목단이에게 더 혼나도 할 말이 없는 강토다.
많은 시청자가 목단이 사고칠까봐 우려한다. 민폐 여주인공이 되는 걸 꺼린다. 그러나 드라마 각시탈에는 각시탈 한명이면 족하다. 모두가 각시탈일 필요가 없다. 사건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있어야, 정리하는 각시탈이 있는 것이다. 누구보다 오목단의 경우, 적당한 민폐는 필수불가결하다. 이유는 주인공은 원래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그 불완전요소를 하나씩 차근차근 치유해가는 인물이 주인공이다.
현재 각시탈 속 주인공들의 비극은, 이강토가 왜놈앞잡이 제국경찰을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민폐로 치면 1순위이다. 그러나 강토를 민폐주인공으로 보는 시청자는 없다. 오히려 상처가 깊은 불쌍한 캐릭터, 그러나 모든 아픔을 딛고 적을 무찌를 히어로로 응원을 보낸다. 왜놈앞잡이였던 불완전한 과거가, 오히려 강토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발전시킨 원동력이 되고 있다.
반대로 목단이는 이렇다 할 민폐를 보인 적이 없다. 애국심이 너무 강했던 게 민폐라고 할 수 있나. 패기가 넘쳐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독립군에겐 공공의 적 제국경찰 이강토를 제거하려는 데 앞장섰던 1인이다. 오목단의 입장에서 보면, 그녀의 행동은 타당성이 있고 용기가 대단하다. 즉 목단의 캐릭터에서 보면 문제가 없다. 다만 이강토의 눈으로 목단을 보고 평가하니 문제가 보이곤 한다.
게다가 각시탈 12회 예고에서, 독립군인 아버지 담사리(전노민)와 거사를 준비중인 목단이, 그 사실을 수녀로 변장한 키쇼카이 일원 채홍주(한채아)에게 알려주는 듯한 내용이 나왔던 터라, 민폐여주인공으로 낙인찍히기 일보직전이다. 목단이 과연 홍주에게 거사내용을 알려주어 대형사고를 치게 될까? 예고만으론 확신할 수 없다.
다만 목단에게도 자신의 실수로 인한 상처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남자주인공 이강토는 제국경찰로 온갖 악행을 저지르다가 각시탈이 됐다. 그리고 목단을 포함해 모두가 그를 여전히 왜놈앞잡이로 보고 있다. 때문에 살얼음을 걷는 강토에겐 누구보다 외로움과 두려움이 공존한다.
만일 여주인공 목단이 실수를 저지르고 대형사고를 친다면, 그녀의 마음이 어떨까. 강토만큼이나 한동안 날개없는 추락을 할 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과정도 목단이 밟아야, 각시탈이든 이강토든, 그녀에게 의지가 되어줄 수 있는 남녀의 수평관계가 성립한다. 단순히 민폐다, 아니다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불완전한 남녀주인공이 서로 의지하면서 하나로 완전해지는 에피소드로 갈 수 있다면, 목단이 대형사고를 쳐도 민폐라고 규정짓고 삐딱하게 볼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