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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주원-진세연, 다크한 사랑이 통할까?

바람을가르다 2012. 6. 30. 12:56

 

 

 

 

 

 

드라마 ‘각시탈’이 흥하기 위해선, 각시탈 이강토(주원)가 흥해야 한다. 이 단순한 법칙을 성립시키기 위해선 몇 가지 코드가 필요한데, 무엇보다 선악의 대립구도를 뚜렷하고 팽팽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절대 선으로 그려지는 각시탈의 악을 향한 일방적인 승리는, 오히려 극의 긴장감과 재미를 떨어뜨리는 악수가 된다. 즉 각시탈을 위험에 빠뜨리고 긴장과 갈등을 증폭시킬 요소가 많고 강해야 한다.

 

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이 흥했던 건, 그를 집요하게 쫓는 왜놈앞잡이 이강토가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둘은 형제였다. 친동생조차 바보행세를 한 형이 각시탈인 줄도 모르고 죽이려 들었고, 결과적으로 강산은 동생이 쏜 총에 안타까운 최후를 맞이한다. 얼마나 드라마틱한 관계속에 벌어진 상황인가.

 

이제 이강산은 없지만, 그가 해치우고자 했던 키쇼카이 일당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리고 이강토가 형 강산을 대신해 2대 각시탈로 활약하고, 그의 절친이었던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이강토의 역할을 이어받아 점점 독하고 악랄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표면적으론 1대 각시탈 이강산과 2대 각시탈 이강토의 포지션은 크게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업그레이드된 측면이 강하다.

 

 

 

각시탈 주원-진세연, 다크한 사랑이 통할까?

 

각시탈의 흥행을 위해, 이강산보다 앞으로 더 드라미틱한 과정을 밟아야 할 주인공 이강토는 어떠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첫째 이강산은 바보행세를 하며 제국경찰의 시선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반면 이강토는 활동범위가 지극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제국경찰로 활동하면서, 슌지와 고이소, 아베를 비롯한 제국경찰의 시선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고, 종로상인들과 독립군에겐 일본앞잡이로 비춰 강토는 언제 누구에게 칼침을 맞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강산에겐 없었던 멜로가 이강토에겐 있다는 게, 가장 차별화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심에 오목단(진세연)이 있다. 이강토뿐 아니라 슌지의 마음까지 사로잡은 목단은, 강토를 사랑하는 채홍주(한채아)에겐 질투의 대상이 되는 교차로에 있다. 신호등이 없는 교차로는 사고 다발지역으로 위험요소가 가득하다. 때문에 목단을 사랑하지만 신분을 밝힐 수 없는 강토에겐, 분명 그녀는 빨간불이다.

 

 

 

그럼에도 각시탈 이강토는 오목단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각시탈 10회에서 강토는 목단에게 본격적으로 사심을 드러냈다. 그동안 강토는 목단이 첫사랑 분이라는 걸 알면서도, 각시탈보다 더한 탈을 쓰고 철저하게 냉정모드로 일관했다. 그가 목단에게 건넬 수 있는 표현이란, 눈에서는 눈물날정도로 사랑을 말하고 원하지만 정작 입에서는 “까불래?”, “죽을래?”등 과격한 표현뿐이었다. 그 말조차 목단의 안위를 걱정하는 강토의 반어법임을 그녀는 모르고 있다.

 

까불래, 죽을래, 다음은 뭘까? 바로 빨래였다. 서커스단원들의 빨래를 하던 목단의 가녀린 팔목을 보다 못한 강토는 발목을 거뒀고 세탁기를 자처했다. 그런 강토가 목단은 당황스럽고 이상하다. 자신을 바라보며 눈가가 젖는 건 무슨 시츄에이션이고, 내 빨래를 대신해 주고 있는 앞잡이 이강토의 저 무쇠다리는 또 무엇인가. 설마 각시탈을 잡기 위한 회유책? 아니면 정녕 나 오목단에게 흑심이?

 

 

 

강토의 말이 아닌 행동은 목단의 마음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 직속상관 슌지의 명령으로 강토는 24시간 목단을 감시하게 되었고, 강토의 표현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목단의 우렁각시탈이 될 수 있었다. 목단이 짐을 들던, 빨래를 하던, 개수작부리지 말라는 위협적인 말과 각시탈보다 벗기기 힘든 야비한 표정을 무기로 목단의 수호천사가 되고 있었다.

 

극명한 대조를 이루듯, 정작 각시탈을 쓰고는 목단에게 한마디도 못하는 이강토. 정체는 밝힐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눈물을 닦아주지도, 위로의 말도, 어떠한 약속도 해주지 못한다. 이강토앞에선 패기와 증오로 강단을 보여주던 목단이, 정작 아픔이 많고 여리고 청순한 여자라는 걸 각시탈을 쓰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는 남자. 지쳐있는 목단에게 남자로서 고약한 위로와 약소한 힘이 돼줄 수 있는 건, 각시탈을 쓴 조선인의 영웅이 아닌, 그나마 쳐 죽일 왜놈앞잡이일 때 수월하다는 사실이, 강토에겐 아픔이면서도 희망이었다.

 

 

 

1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의 최대 적은 키쇼카이가 아니라, 바로 친동생 이강토였다. 강산은 왜놈앞잡이가 된 강토에게 차마 자신이 각시탈이란 사실을 밝히지 못했다. 강토가 형을 아무리 바보취급하고 무시해도, 강토가 켄지(박주형)일당들의 모략질에 위험에 빠질 때면, 강산은 자신이 위기에 처할 것임을 알면서도 어김없이 나타나 동생 강토를 구해주고 사라졌다.

 

그렇다면 2대 각시탈 이강토(주원)의 최대 적은 누구일까. 바로 이강토(2대 각시탈이 되기 전)에서 분리된 슌지와 목단이다. 형제같은 우정을 나눴던 슌지. 그리고 사랑하는 목단이다. 슌지는 강산을 쫓던 강토처럼, 각시탈 이강토를 집요하게 쫓는다. 그 과정에서 이미 능력을 검증받은 경부보 이강토에 대한 견제가 추가됐다. 다른 직업을 가졌을 땐 강토의 승승장구를 흐뭇하게 지켜봤지만, 현재는 슌지의 경쟁상대가 됐기 때문이다.

 

 

 

바보 형을 무시하던 강토처럼, 목단은 왜놈앞잡이 이강토를 무시에다 경멸까지 한다. 그러나 강산이 강토에게 그랬듯이, 강토도 목단을 자신의 목숨처럼 아끼고 보호하려 든다. 표현방법에서 바보 강산은 순박하게 동생을 챙기고, 앞잡이 강토는 거칠고 다크하게 목단을 챙긴다. 그리고 각시탈의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강산은 강토의 총에 맞아 비극적인 운명을 마감했다. 시청자가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강토를 오해하는 목단이 이강토의 목숨을 위협하게 되는 일이다.

 

이강산에게 이강토가 최대 적이었고, 덕분에 긴장과 갈등이 증폭될 수 있었듯이, 분명 이강토에게 최대 적인 슌지와 목단이 있다. 각시탈 이강토의 정체는 이강산과는 달리, 중간에 그들에게 발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각시탈의 재미는 추가적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관전포인트는, 온리 도련님을 외치던 목단에게 이강토의 다크한 사랑이 통할까에 있다. 24시간 붙어있다 보면, 이강토를 마냥 미워만 할 수 있을까. 은근히 잘해주는 나쁜 남자 강토에게 거슬리다 못해 끌린다면, 목단의 혼란, 고민, 방황을 과연 누가, 무엇이 해결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