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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버스커버스커 합동공연 망쳤다? 수지가 억울했던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2. 6. 29. 09:58

 

 

슈퍼스타K가 배출한 가수중에 화려하지 않지만 가장 빛나는 보석중에 하나로 평가받는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과 올 영화계가 뽑은 최고의 신인중에 한 명인 아이돌 걸그룹 미쓰에이에 수지가 첫사랑이란 테마로 한 무대에서 입을 맞췄다. 바로 28일 열린 Mnet <20’s Choice(20s 초이스)>의 특별공연에서.

 

시작은 장범준의 음색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감성과 그리움이 진하게 녹아 있는 버스커버스커의 히트곡 ‘여수밤바다’. 요란하고 어수선했던 야외의 현장분위기가, 장범준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에 잔잔하고 깨끗하게 정화된다. 그러나 장범준이 애써 잡아놓은 무대와 관객의 집중력을, ‘눈물이 많아서’를 부른 수지는 온전히 이어가지 못했다. 선곡자체는 좋았지만, ‘눈물이 많아서’를 소화하는 수지의 목소리에선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수지-버스커버스커 합동공연 망쳤다? 수지가 억울했던 이유

 

본인의 곡이 아닌 다른 사람의 곡을 라이브로 불러 관객에게 감동과 호응을 끌어낸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래서 더 긴장하기 마련이고, 이를 상쇄시킬 충분한 연습이 필요하다. 그러나 수지는 드라마 ‘빅’에 출연하며 연기연습에 매진중이라 노래연습이 부족했는지, 그녀가 부른 ‘눈물이 많아서’는 감동 혹은 무난하다는 고사하고, 듣는 이로 하여금 불안하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아쉬웠던 수지의 무대는, 곧바로 이어진 버스커버스커와의 합동공연 ‘벚꽃엔딩’에서 만회할 기회를 얻었다. 그렇다면 ‘벚꽃엔딩’을 통해 본, 장범준과 수지의 궁합은 어땠을까. 다수의 네티즌들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수지가 망쳤다며 비판적이다. 정말 수지가 망쳤을까?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과 수지의 ‘벚꽃엔딩’은 수지가 일방적인 비난받을 정도로 나쁘다고 볼 수 없었다. 오히려 두 사람의 호흡은 신선하고 좋았다. 장범준은 수지와 함께 부르는 것에 들뜬 듯 신이 나 노래에 감칠맛을 더했고, 수지 역시 솔로무대에서 보인 긴장감을 떨치고 한결 편안하고 안정된 목소리로 장범준을 보조했다.

 

‘벚꽃엔딩’이란 곡자체가 풋풋하고 다정한 연인이 데이트하는 느낌, 설레임이나 생기발랄한 기운이 넘친다. 보여지는 공연에선 귀로 듣는 것만큼이나 은연중에 파고드는 이미지가 중요한데,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2012년 첫사랑의 아이콘이 된 수지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은, 영화에서 수지가 맡았던 캐릭터만큼이나 어울렸다.

 

‘벚꽃엔딩’이란 곡자체의 음역대가 높은 것도 아니고, 장범준이나 수지가 본인의 음색뿐 아니라 충분히 서로의 음색에 맞춰주고 표현할 수 있는 곡이기 때문에, 궁합이 잘 맞았던 셈이다. 그런데 왜 수지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을 중간에서 망쳤다면서, 네티즌의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기 힘들다.

 

 

 

굳이 이유를 들자면, 수지의 앞선 무대 ‘눈물이 많아서’의 불안하고 아쉬웠던 잔상이, 다른 무대인 ‘벚꽃엔딩’에 투영됐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눈물이 많아서에 대한 실망이 멀쩡한 벚꽃엔딩에 미친 셈이다. 때문에 억울하게도 수지는 장범준과 좋은 호흡을 보였던 무대마저, 수지가 버스커버스커와 합동공연을 해서 망쳤다는 누명을 쓰고 비난받고 있다. 

 

시상식 특별공연을 위해, 누군가 버스커버스커의 벚꽂엔딩을 장범준과 듀엣으로 불러야 했다면, 과연 수지보다 나은 카드가 얼마나 될까. 벚꽂엔딩이란 곡에는 이은미나 이영현같은 가창력 뛰어난 여자가수가 필요한 게 아니다. 상큼하고 발랄하면서도 풋풋한 20대 초반을 표현할 수 있는 아이돌가수가 더 어울린다. 그리고 테마가 첫사랑이었다면,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첫사랑의 이미지를 노래속에 소리없이 녹일 수 있었던 수지의 선택은 오히려 탁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