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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진세연, 패기와 청순의 뉴아이콘?

바람을가르다 2012. 6. 28. 10:54

 

 

 

27일 방송된 KBS수목드라마 ‘각시탈’ 9회에선, 제국경찰과 각시탈을 오가며 이중생활의 시작한 이강토(주원)보다는, 인력거꾼이었던 강토에게 검도를 가르쳐주고 친구가 되어준 착한 일본인 기무라 슌지(박기웅)가, 조선인의 영웅 각시탈을 잡기 위한 제국경찰이 되면서, 빠르게 악역화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고, 때문에 2대 각시탈 이강토는 친구에서 적으로 만나게 될 슌지를 생각하며 잠시 동요했다.

 

한편 여주인공 오목단(진세연)의 패기는 9회에서도 계속됐다. 극동서커스단 변검술사 목단은, 순사부장 고이소(윤진호)와 제국경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각시탈을 쓰고 나타나 고이소는 물론 시청자를 경악케했다. 안 그래도 호시탐탐 목단을 종로경찰서로 연행해 고문을 가하려는 고이소에게, ‘잡아갈 테면 잡아가 봐라!’는 식으로 무모할 정도의 패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조단장(손병호)이 열받은 고이소를 중간에서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지만, 흥분한 고이소는 이미 눈이 뒤집힌 상황. 다행히 목단의 아버지이자 독립군 담사리(전노민)가 그 광경을 지켜봤고, 담사리의 부하들이 고이소를 속여, 위기의 목단과 조단장을 빼내오는데 성공한다. 덕분에 상봉한 담사리-목단 모녀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담사리앞에서도 목단의 패기는 멈추지 않았다.

 

그동안 담사리는 독립운동에 매진하느라 딸 목단을 찾지 않았다. 그런 담사리가 거이 거의 10년여 만에 목단을 찾은 것이다. 그리고 목단에게 각시탈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연락을 취할 수 있게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이에 목단은 자신감에 넘친 목소리로 반드시 각시탈과 만나게 해주겠다고 호언장담하는 오목단표 확신과 패기를 보여줬다. 그렇다면 이러한 목단의 패기와 자신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각시탈 진세연, 패기와 청순의 뉴아이콘?

 

현재 극중에서 오목단(진세연)이 보여준 자신감과 패기는, 두가지 측면에서 접근할 수 있다. 첫째, 그 아버지의 그 딸로, 독립군 담사리만큼이나, 당차고 강인한 성격을 가졌기 때문이다. 방법론에 있어, 불의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는 건 아버지 담사리보다 한수위로 청출어람이 따로 없다. 다만 딱딱하면 쉽게 부러지기 마련이듯, 목단의 아킬레스도 타고난 근성에 있고, 그러한 성격이 종종 위기를 자초하고 각시탈을 호출하게 만든다.

 

두 번째는 시청자에게 민폐라고 오해를 살 수 있는 측면인데, 바로 드라마 각시탈내에서 목단이 누리는 인기와 관심이 부른 패기에 있다. 현재 극중에서 각시탈 이강토를 잡기 위한 유일한 방법으로, 슌지와 제국경찰이 목단을 미끼로 사용하며 주변을 감시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소스를 가장 먼저 제공한 건 2대 각시탈 이강토였다.

 

 

 

극 초반 강토는 1대 각시탈 형 이강산(신현준)을 잡기 위해 목단을 인질로 삼았다. 어떤 연유에서인지 매번 각시탈이 위기에 빠진 목단을 구해줬고, 이에 강토는 목단과 각시탈의 관계를 최초로 의심했다. 강토가 그 사실을 콘노(김응수)나 기무라타로(천호진)등에게 알렸고, 각시탈을 잡기 위해 목단은 빈번하게 제국경찰에 붙잡혀 유치장에서 고문을 받아야 했다. 목단은 오히려 얼굴도 모르는 각시탈로 인한 최대피해자였다.

 

각시탈 9회에서 슌지가 시청자의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다크하게 변신을 꾀한 건, 단순히 각시탈이 형 켄지(박주형)를 죽였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9회 초반에, 목단이 조선인을 가르치던 교사를 그만두고 제국경찰이 된 슌지에게, 혹시 나때문이냐고 물었을 때, 슌지는 죽은 형때문이라며 착각하지 말라고 했지만, 앞서 슌지는 각시탈이 누군지 알면서도 자신에게 여전히 알려주지 않는 목단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빼먹지 않았다.

 

 

 

즉, 슌지조차 목단이 각시탈의 정체를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각시탈이 목단의 첫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슌지는 형의 복수를 넘어, 각시탈을 잡아 죽이고 싶어진 것이다. 설사 목단이 형을 죽였더라고 그녀를 지키겠다던 슌지가 아니던가. 목단에 대한 슌지의 사랑과 집착이, 이미 ‘각시탈=목단의 첫사랑 도련님(이강토)’으로 단정짓고 분노를 증폭시켰다.

 

그런데 목단은 아직 각시탈이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 단지 이강토가 각시탈을 잡으려면 목단을 미끼로 써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걸 믿고 있다. 심지어 10년여 만에 찾아온 아버지 담사리마저 대놓고 각시탈을 만나게 해달라고 목단에게 부탁할 정도다. 사태가 이 정도면 목단도 각시탈이 나와 관계가 있다고 주변인물들에게 세뇌를 당할대로 당한 셈이다.

 

 

 

목단은 그저 각시탈이 빠졌다는 물속에서 단검을 발견하고 도련님(이강토)라고 믿고 싶었을 뿐이었다. 각시탈이 자신을 매번 구해줄 필요가 없는데, 위기 때마다 목숨걸고 구해주니 나를 분명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고, 그렇다면 ‘혹시 도련님?’까지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서 세뇌수준으로 자신과 각시탈을 연관시킨 덕분에, 목단은 ‘각시탈=도련님’이란 확신을 가졌고, 자신감과 패기를 이어갔던 셈이다. 각시탈로 활약중인 도련님에게 부끄럽지 않은 목단이 되기 위해서 더욱 말이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여주인공 목단에게 벌써부터 민폐꼬리표를 붙이기 시작했다. 목단으로선 억울한 사건이다. 지금껏 목단은 이강산에겐 도움을 받았지만, 2대 각시탈이 된 이강토에겐 도움을 받지 못했고 민폐를 끼친 적도 없다. 강토가 각시탈이 되기 전엔 죽이려했지만, 오히려 목단은 강토의 총에 맞아 죽을 뻔했다. 강토때문에 유치장에서 고문만 당했고, 자신과 서커스단원들은 여전히 제국경찰에게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형국이다.

 

 

 

로맨틱코미디나 멜로물에서 여주인공의 패기와 자신감은 주로 미덕이 되지만, 각시탈과 같은 액션장르에서 여주인공의 패기는 때로 주요인물들의 생사가 오가는 위험을 초래할 수 있기에, 민폐라는 단어에서 쉽게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청순하면서도 당차게 설정된 캐릭터 목단에게 미리부터 민폐딱지를 붙이고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9회에서 목단은 각시탈과 헤어졌던 장소를 패기있게 찾아가 여주인공다운 청순한 매력을 폭발시켰다.

 

도련님을 애타게 그리워하고 찾는 일편단심 목단의 눈물을 강토는 나무뒤에 숨어 지켜보았다. 그동안 외롭고 어두웠던 각시탈 이강토의 환한 미소, 다가가 각시탈이란 정체를 밝힐 수 없는 안타까운 현실까지 동시에 엿볼 수 있었다. 어머니와 형을 잃고, 친구 슌지마저 적이 된 강토에게, 첫사랑 목단(분이)이 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 제국경찰 이강토앞에선 패기의 목단, 각시탈 도련님앞에선 청순한 목단으로 개연성있게 그려진다면, 히어로물에서 오해를 사기 쉬운 민폐녀가 아닌 패기와 청순을 갖춘 뉴아이콘으로 충분히 매력발산할 여주인공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