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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50%의 반전효과, 김성령은 정말 자수했을까?

바람을가르다 2012. 6. 20. 09:42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뚜렷하고 뼈대가 튼실한 플롯을 가진 드라마는, 시청자를 잡으려고 덤비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따라오게 만든다는 정석을 보여주는 드라마가 ‘추적자 THE CHASER’다. 주어진 목표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인물들의 처한 환경이나 성격이 선굵게 드러나다 보니, 전개과정에 있어 속도감을 빠르게 높이거나 인물의 성격이 순간순간 돌변해도 무리수로 비춰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19일 방송된 추적자 THE CHASER 8회는, 이러한 장점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살려내면서도 드라마틱 과정을 밟았다. 군더더기없는 빠른 전개속에서도, 저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의 길을 찾아낸다. 처음부터 설정된 고유의 캐릭터를 벗어나지 않는 한도내에서 말이다.

 

 

 

상황을 복잡하게 풀지 않고 간결하게 정리해 가는 과정속에 서로의 공격과 수비가 바뀌고 상대방을 향한 배신의 연속을 그리고 있었다. 제작진은 크고 작은 반전의 에피소드를 친절하게 준비해 두었고, 시청자는 다음 단계를 알듯 모를 듯 미묘한 긴장감속에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었다. 추적자가 준비한 반전에는 무리수도 없었고 복잡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사건 진행의 과정마다 A, B 단순하게 두가지 길을 열어 놓는다. 50%의 반전효과.

 

50%는 개연성을 충분히 담보하면서도,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기엔 부족함이 없다. 예를 들면 추적자 8회에서 한오그룹 유상증자 비밀회의록으로 코너에 몰린 서회장(박근형)이 강동윤(김상중)의 예상대로 주저앉기 일보직전, 또 다른 키를 쥔 백홍석(손현주)이 선택을 한다. 서회장과 손을 잡을 것인가? 아니면 그의 제안을 끝내 거절할 것인가? 서회장의 사람인 장병호(전국환)변호사에게 양아치들과 손잡을 수 없다던 백홍석은, 동윤에게 매수당한 황반장(강신일)의 배신에, 악마 서회장의 손길을 거부하지 못하고 기자회견을 자청한다.

 

 

 

추적자 50%의 반전효과, 김성령은 정말 자수했을까?

 

그가 가장 믿었던 친구 윤창민(최준용)에 이어, 황반장에게 마저 배신당한 백홍석에겐 다른 길이 보이지 않았던 셈이다. 홍석이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조형사(박효주)와 끝까지 가기엔, 이미 대선 경선에서 승리하고 권력을 하나둘씩 장악하기 시작한 강동윤이란 상대가 워낙 벅차다. 때문에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이긴 하나, 또 다른 대권주자 유태진(송재호)에게 기댄다.

 

그러나 백홍석은 모르고 있었다. 장병호와 유태진의 뒤에는 홍석의 딸 수정의 죽음과 관련된 서지수(김성령)의 아버지 서회장이 있다는 것을. 백홍석의 그림속엔 강동윤-서지수가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서회장에겐 결국 강동윤만이 추락시켜야 할 대상이다. 서지수가 아무리 남편 동윤때문에 아버지를 배신했다고는 하나, 서회장은 사위는 버려도 딸 지수를 포기할 수 없다. 결국 검은 손과 맞잡은 백홍석의 50%의 선택은 어떤 경로든 실패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추적자 8회는 50%의 반전효과를 남기고, 시청자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끝을 맺었다. 바로 기자회견장에서 장병호가 백홍석에게 말했던 ‘수정의 진범은 누구일까?’이다. 자수했다고 알려진 사고의 진범은 두 사람으로 압축되기에, 50%의 반전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서지수(김성령)과 신혜라(장신영)이다.

 

백홍석의 기자회견 사실이 알려지자, 강동윤은 좌절하며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그동안 김상중이 표현했던 강동윤의 카리스마고 뭐고 다 버린 채, 엉엉 울어서 시청자로서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혜라는 강력한 대통령후보에서 밑바닥으로 수직 낙하하는 강동윤을 잡아줄 유일한 방법은, 그를 대신해 희생해 줄 또 다른 한 사람이고, 그 사람앞에서 당당하게 요구한다. 서지수 당신이 모든 죄를 떠안고 자수하라고.

 

 

 

서지수는 당황하고 반발한다. 그러나 지수가 수정의 진범이라고 자수를 하면, 강동윤에겐 기사회생의 길이 열린다는 사실을 납득시키는 신혜라의 준비된 증거자료 블랙박스와 이혼서류 및 설득의 기술은, 낙심하는 지수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그리고 ‘한 사람만 희생하면 된다.’라는 말을 굳게 믿고 지수는 동윤에게 달려가, 위기를 탈출할 방법이 생겼다고 말한다.

 

이 상황만 놓고 보면, 억울하게 죽은 수정의 진범으로 자수한 사람은 서지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늘 그랬듯 추적자의 제작진은 시청자의 뒤통수를 치는데 도가 텄다. 때문에 ‘서지수가 정말 자수를 했을까?’ 시청자로선 의심할 수밖에 없다. 아무리 동윤을 사랑한다고 해도 한 때 푸들로 취급했고, PK준 등 다른 남자들과 불륜을 일삼았던 그녀가, 과연 남편을 위해서 콩밥을 먹어줄 캐릭터인가?

 

 

 

여기서 동윤의 보좌관 신혜라가 자수한 진범으로 대두된다. 자수를 논의한 사람은, 강동윤-서지수-신혜라다. 여기서 강동윤-서지수를 빼면 신혜라밖에 없다. 신혜라는 지수에게 한 사람만 희생하면 된다고 말했고, 강동윤과 자신은 같은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수와 동윤으로선, 혜라에게 희생을 강요할 이유가 발생한다. 공교롭게도 혜라의 아버지는 서회장에게 희생을 강요당하고 버림받았고, 이제는 서회장의 피가 흐르는 지수가 혜라에게 같은 희생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에 있다. 그리고 동윤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물론 서회장에게 이용만 당하고 버림받은 아버지처럼 자신도 동윤에게 버려진다는 생각을 혜라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혜라에겐 결정적 반전 카드가 될 수 있는 PK준 핸드폰이 있다. 그렇다면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신혜라가 스스로 수정을 죽인 진범이라고 나타나지 않았을까.

 

 

 

다른 측면에서 여기에 힘을 싣는 것이 검사 최정우(류승수)다. 백홍석의 기자회견을 앞두고, 최검사는 기자 서지원(고준희)에게 서지수가 수정의 죽음과 연루되었음을 미리 알렸다. 그러면서, 이 사건이 정치싸움 권력다툼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 회의를 느끼며 손을 떼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만약 서지수가 아닌 신혜라가 진범이라고 나타난다면, 진실을 아는 백홍석이나 최정우검사가 이를 보고만 있을까. 특히 최검사가 다시 사건에 뛰어들 계기가 만들어진다.

 

추적자 더 체이서 9회에서 밝혀질 자수한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 표면적으로 그려지는 흐름상 서지수일 수도 있고, 반전의 얘기하듯 숨겨진 카드 신혜라일 수도 있는 상황이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내게 만드는 50%의 반전효과를 추적자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남긴 셈이다. 추적자속에서 큰 축인 진실과 권력은 백홍석-강동윤-서회장의 새갈래속에서 서로의 강점인 동시에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진실의 힘과 권력의 힘이 5:5로 팽팽하게 대립하는 추적자속에서, 매상황마다 이뤄지는 50%의 반전효과는 잔재미를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