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진 송승헌, 그는 누구를 구하러 온 것일까?
지난 주 주말드라마 닥터 진 7,8회가 방송됐다. 진혁(송승헌)은 페니실린을 만들었고 매독에 걸린 기생 계향(윤주희)을 살려냈다. 뿐만 아니라, 이하응(이범수)의 소 개로 알게 된 대왕대비의 조카 조씨부인(장영남)의 혹을 제거하는 수술을 성공했고, 활인서에서 화상을 입고 염증까지 겹쳐 사경을 헤매던 홍영래(박민영)를 구해냈다. 알토란 같았던 의사 진혁의 활약은 닥터진 7,8회에서도 빛이 났다.
진혁덕분에 정계진출을 꿈꾸던 이하응의 목표도 구체화됐다. 조씨부인을 아끼던 대왕대비마마가 이하응을 궐로 불렀기 때문이다. 이하응으로선 좌상 김병희(김응수)-김경탁(김재중)으로 대표되는 안동김씨 세력에 맞설 기반을 구축한 셈이다. 이로 인해, 향후 스토리는 진혁의 의학과 이하응의 정치게임으로 양분하고 끌어가는 전개양상을 띨 전망이다. 물론 이하응의 정치셈법에는 진혁이 포함되었을 것은 자명한 사실.
그런데 이쯤에서 시청자가 가장 궁금해 하는 대목이 있다. 드라마가 8회나 진행됐다면, 진혁이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에 나타난 이유가 어느 정도 수면위로 떠올라야 한다. 그것은 드라마의 개연성, 주인공이 원하는 목적(결말)으로 향하는 과정과도 관련이 있지만, 시청자가 집중해야 할 구심점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드라마에 몰입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쉽게 말해 제작진이 뭘 얘기하고 싶은 지 알아야 주인공 진혁의 언행에 시청자의 마음이 움직인다는 얘기다.
닥터진 송승헌, 그는 누구를 구하러 온 것일까?
그렇다면 닥터진의 제작진은 시청자에게 무엇을 가르쳐 주었는가. 바로 이 드라마의 밑그림이고 구심점을 이미 보여주었다. 눈치 빠른 시청자라면 아마도 알아차렸을 것이다. 왜 진혁이 조선시대에 떨어졌는지. 그것은 바로 닥터진 1회에서 드러났다. 현재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유미나(박민영)를 구하기 위해, 진혁이 조선시대로 타임슬립(시간여행)을 하게 된 것이다. 그 사실을 진혁조차 아직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진혁은 자신이 페니실린을 만들면 역사가 바뀔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진혁이 조선에서 무엇을 개발하든, 역사라는 큰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복잡한 평행우주론까지 접근하지 않고도, 우리가 잘 아는 영화 터미네이터같은 스토리라인에서 예를 들 수가 있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가 존 코너를 살린다해도, 영화속에서 일어나는 미래 핵전쟁, 인간을 지배할 기계의 역습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만 터미네이터가 과거로 거슬러 와서 존 코너를 태어나게 할 수도 있고, 살릴 수도 있다.
닥터진도 마찬가지로 접근할 수 있다. 진혁이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집권을 막을 수도 없고, 막을 내려야 할 조선시대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역사의 전제하에서 그려지는 것이다. 다만 조선에서 만난 특정인물에 대해서는 주인공이 가혹한(?) 대가를 치루고 변화를 줄 수도 있다. 그 특정인물이 진혁의 파트너, 여주인공이라면 더욱 말이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닥터진의 진혁이 무슨 이유로 시간여행을 하게 되었는가. 그것은 역사를, 그리고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그것은 진혁이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연인 미나의 교통사고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쳤고, 그녀를 살릴 수 있다면 모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자다.
근데 과거라는 게, 진혁이 아무리 애를 써도 바뀌지 않는다는 걸 차츰 깨닫는 중이다. 그것은 진혁이 식이엄마(방은희)와 기생 계향(유준희)이, 다른 이류로 죽음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혁이 굳이 조선에 올 필요가 없지 않은가. 조선시대가 어떤지 살아보고 싶어서도 아니고, 의사로서 소명의식을 깨닫기 위해서도 아니다. 진혁은 조선에서 ‘운명은 정해져 있다. 과거는 바뀌지 않는다.’를 체험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로 진혁이 다시 돌아간다해도, 미나를 살릴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이 부분이 시청자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드라마의 주인공이라면 어떻게든 과거로부터 정해진 운명조차도, 전부는 아니어도 일부는 바꿀 수 있을거란 기대감이 구현되기 때문이다. 극중에서 진혁이 이러한 관련 사실을 완벽하게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고, 그 때 그는 과연 조선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어떻게든 미나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조선에서 찾을 것이고, 그 방법은 찾을 수 있으되 아마도 진혁이 선뜻 응하기 힘든 과제가 될 전망이다. 그만큼 미나를 살리는 대가는 진혁에겐 가혹한 운명의 기로가 될 것이란 얘기.
닥터진에서 이하응의 정치에피소드는 별책부록같은 것이다. 닥터진의 본론은 진혁이 왜 조선으로 타임슬립을 하게 됐는가에 있다. 그리고 진혁이 조선에 떨어진 이유는 미나를 구하기 위해서다. 1회에서 미나가 교통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한 내용이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라 필연적인 것이다. 즉 ‘이게 다 유미나(박민영) 때문이다.’ 결국은 사랑. 운명 등으로 귀결되는.
지난 주 닥터진 7,8회가 의미있는 건, 진혁(송승헌)이 왜 자신이 조선에 왔는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나가 말하던 평행우주론을 꺼낸 춘홍(이소연)의 미스터리와 진혁을 사랑하게 된 홍영래(박민영)의 감정이 드러난 점이다. 결국 혼수상태인 유미나의 목숨에 키를 쥔 사람은, 춘홍과 영래가 될 수 있음을 시청자에게 알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극이 진행될수록 춘홍과 영래중 누군가는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이 올 것이고, 그것이 미나의 목숨을 좌우할 운명? 진혁이 조선이 온 이유도 그 때가 되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