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보석비빔밥' 임성한, 또 한 번 대박 만들까

바람을가르다 2009. 9. 7. 07:00

<인어아가씨>, <아현동마님> 등으로 막장의 대가로 불리우는 임성한 작가가 2년 만에 MBC주말드라마 <보석비빔밥>으로 돌아왔다. 임성한 특유의 색깔을 그대로 재현한 <보석비빔> 1,2회를 통해 런칭을 마친 상태로, 시청자의 호평이 이어져 앞으로의 비상을 예감케 한다

물론 첫방송이 시청률 한자릿수에 불과해 불안한 출발을 했고도 볼 있다. 그러나 주인공인 루비녀 소이현(궁루비)은 물론이고, 고나은(궁비취)과 이태곤(서영국) 역시, 단기간에 어필하기엔 존재감이 미약한 배우라는 점을 감안할 때, 시작은 썩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김영옥, 정혜선, 한진희, 한혜숙, 박근형이 버티는 중견배우들이 워낙 탄탄해 드라마가 회를 거듭할수록 신구조화가 빛을 발할 것으로 사료된다.

명랑한 홈드라마를 표방한 <보석비빔밥>은 소박하게 살아가는 궁씨네와 부잣집 서씨네 사이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리고 있다. 아마도 임성한 작가의 초기작 <보고 또 보고>를 떠올리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인어아가씨>,<하늘이시여>, <왕꽃선녀님>을 떠올리며 임성한표 막장드라마를 기대했던 시청자들은 언제 돌변할 지 모르는 그녀의 필력에 한가닥 기대를 놓지 않고 있다. 

작품에 나온 배우이상으로 유명세를 타는 흥행 작가 임성한. 

임성한 작가
의 작품을 보다 보면 종종
홍상수 감독이 떠오른다. 작가주의를 표방하는 홍상수 감독이 인간군상의 심리를 날카롭고 절제있게 표현할 줄 안다면, 임성한 작가는 인물의 심리를 찝어내는 것은 탁월하나 과장된 설정과 묘사를 택함으로써 기존 드라마에 충실한 변질된 리얼리즘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막장드라마의 홍수 속에서도 임성한표 드라마가 비교우위를 점하며 살아남을 수 있는 배경과 맞물린다. 다시 말해 막장드라마가 갖춘 뻔한 이야기의 틀을 가졌으나, 시청자의 눈에 익은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달리 독특한 언행을 보이는 인물들로 배치함으로써 시청자의 시선을 화면 안에 붙들고, 미리 사건의 전개를 예측하고 앞서가는 통로를 가로 막는다. 욕을 하던 비웃던 간에, 이야기가 아닌 인물을 통해 시청자를 프레임안에 붙들고 가두는 힘이 뛰어나다.

예를 들어, 기존의 막장드라마의 캐릭터들은 화낼 장면에서 화를 내고, 터져줄 때 터져주는 공식에 충실하다. A가 뱉으면 곧바로 B가 받아치듯 아귀가 딱딱 들어맞는다. 시청자가 예측 가능한 수순을 밟는다. 그러나 임성한표 드라마의 캐릭터들은 화내거나 터질 때도 어설프다. 감정을 드러내는 방법이 드라마의 인물로서 세련되지 못하다. 또한 A의 말에 시청자의 기대를 무너뜨리듯 B는 딴소리를 늘어놓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반대로 드라마가 아닌 현실의 인물이라는 거울로 바라볼 때, 찜찜하면서도 공감도는 상승한다. 

드라마속의 인물들은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을 직업과 같은 배경에서 깨주는 것이 아닌, 인물들의 말투와 행동에서 찾는다. 그러다 보니,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어딘가 모를 어색한 발연기를 보여도, 그 자체가 오히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비현실적인 순정만화나 불륜소설을 뒤섞고 덧칠하는 동종의 막장드라마와 같은 선을 유지하면서도 시계처럼 짜여진 스토리에 앞서, 등장인물들을 언행에 포커스를 맞추는 차별화된 방식을 택함으로써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따라서 시청자는 뻔한 극의 전개를 앞서가기 보단, 개성있는 인물들의 동선에 포인트를 맞추게 되고 시청에 있어 적당한 템포를 유지할 수 있다.

그렇다면 MBC<보석비빔밥>을 통해 임성한은 또 한번의 대박드라마를 탄생시킬 수 있을까.
재밌는 건, 9시 45 방송되는 편성이다. 9 시작하는 SBS <천만번 사랑해> 10 바톤을 이어받는 <스타일>의 중간에 드라마를 편성했다는 점이다

4
0%의 시청률 대박을 낳았던 KBS일일드라마 <미우나 고우나>의 작가가 막장의 날을 갈고 닦아 내놓은 <천만번 사랑해>와의 결투를 피할 수 없으며 칼집에 칼을 넣기도 전에, 거품은 빠졌으나 김혜수가 건재한 <스타일>과 또 한번의 대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9월 달의 시청률은 중요하다. 초반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의 막장수위가 조절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어떤 드라마가 되든 시청률에서 밀리기 시작하면, 극의 설정은 더 독해질 수 밖에 없다. 막장의 수위를 높여야 시청자를 사로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임성한의 <보석비빔밥> SBS의 두 드라마를 쑥대밭으로 만들지, 아니면 두 드라마 속에 갇힌 채 함몰되고 말 것인지. 앞으로 시청자의 선택이 이들 드라마의 운명은 물론, 등장인물들을 순하게 혹은 독하게 몰고 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이나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