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주연배우과 조연배우의 차이?
이강토(주원) 각시탈이 되다! KBS수목드라마 ‘각시탈’ 6회에선, 서로 다른 길을 걸었던 형제의 비극적 운명이 그려졌다. 어머니(송옥숙)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이강산(신현준)은, 끝내 냉정을 잃고 기무라 켄지(박주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각시탈을 쓰고 나타났다. 그러나 운명의 장난처럼 현장에는 각시탈을 잡기 위해 혈안이 됐던 동생 이강토가 있었다.
강산이 켄지의 목숨을 거둬가려는 순간, 강토가 쏜 총알이 강산의 가슴에 박혔고, 강토는 드디어 각시탈을 잡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강토는 바보인 줄로만 알았던 친형 강산이 각시탈이었음을 알고, 충격속에 눈물을 참지 못했다. 자신이 형을 죽였다는 죄책감이 가시기도 전에, 어머니의 죽음을 발견한 강토는 멘탈이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 오열했다.
어머니를 호강시켜 주고 형의 병을 고쳐줄 수만 있다면, 왜놈 앞잡이로 사는 것도 감수했던 이강토. 그러나 그의 꿈은 어머니와 형의 싸늘한 주검앞에 산산조각이 났다. 결국 강토의 잘못된 선택이 파국을 낳았던 셈이다. 부모형제의 죽음이 강토를 각성시키는 자양분이 된다는 점에서 잔인하고 비극적인 설정으로 남았지만, 이제는 일본의 앞잡이가 아닌, 민족의 반역자 키쇼카이 일당을 처단하는 정의로운 각시탈로 활약하게 될 이강토에게 또 다른 희망을 심는다.
각시탈, 주연배우과 조연배우의 차이?
이렇듯 각시탈 6회는 눈물과 희망을 동시에 쏘았다. 그 과정에서 빛난 인물은, 시청자를 감동시킨 신현준과 주원이었다. 이깅산-이강토 형제의 비극적인 운명을 가슴 절절한 눈물연기로 승화시킨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신현준은 어머니를 잃은 슬픔과 동생 강토의 총에 목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이강산의 캐릭터에 완전 몰입한 듯 혼신의 연기를 보여줬다.
덕분에 6회라는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이강산 신현준은 각시탈의 주연으로 손색이 없었고, 시청자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근데 공교롭게도 신현준과 함께 각시탈에서 퇴장한 연기자가 또 있었다. 바로 강토-강산의 어머니를 죽인 기무라 켄지 역에 박주형이다. 켄지는 2대 각시탈이 된 강토에게 맞아 죽었다. 강토가 각시탈을 쓰고, 가장 먼저 처단한 인물이 어머니의 원수 기무라 켄지였다.
사실 켄지의 죽음도 예고된 것이었다. 각시탈과 이강토를 괴롭히던 켄지가 죽어야 그의 동생 슌지(박기웅)가 각성할 수 있고 켄지의 빈자리를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슌지는 형 켄지가 각시탈에게 살해당한 장면을 목격했고, 더 이상 착한 일본인 슌지가 아닌, 각시탈에게 원한을 품은 악역 슌지로 탈바꿈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동시에 목단(진세연)을 두고, 강토와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울 예정이다.
재밌는 건 강토도, 슌지도 형을 잃으면서 캐릭터 성격이 변화한다는 사실이다. 강토는 왜놈 앞잡이에서 왜놈을 처단할 각시탈로, 소극적이고 인간적이던 슌지는 적극적이고 악랄한 인물로 말이다. 서로 상반된 입장에 놓였지만, 강토와 슌지는 앞으로의 드라마 ‘각시탈’을 책임져야 할 주인공임을 부인할 수 없다. 때문에 슌지에게 있어 형 켄지의 죽음도 매우 중요한 대목이었다.
그러나 주연배우와 조연배우에게 주어진 운명(죽음)은 달랐다. 주연배우로 볼 수 있는 신현준은 죽음도 상당히 진중하고 멋지게 포장된 반면, 조연배우였던 박주형의 죽음은 매우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각시탈 이강토에게 얻어맞는 켄지의 얼굴은 다채로웠다. 특히 혓바닥을 내미는 장면은 가히 압권(?)이었다. 그렇게 켄지는 각시탈에게 우스꽝스럽게 맞아 죽어도 싼 야비한 인물이었다. 그런데 얻어맞는 모습이 지나치게 우습게 그려지다 보니 시청자입장에선 통쾌한 면도 있었지만,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각시탈 이강토의 복수가 다소 가볍게 느껴진 측면도 없지 않았다.
각시탈 속 주연배우와 조연배우의 죽음은 무게감의 차이에서 그치지 않는다. 총에 맞은 이강산은 뒤늦게 찾아온 강토를 기다렸다가, ‘(키쇼카이 일당) 해결하지 못해서 미안하다, 내 동생(강토) 참 잘 생겼다.’ 등 하고 싶었던 말은 하고 죽었다. 죽음조차 딜레이시키는 주연의 능력. 반면 조연 켄지는 각시탈 강토에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그대로 즉사했다. 동생 슌지가 눈앞에 있었지만 아무 말도 못한 채.
각시탈 속 신현준과 박주형은 같은 동생을 두었지만, 신현준은 주인공 주원을 동생으로 두었고, 박주형은 주인공과 적대적인 악역 박기웅을 둔 차이였다고 볼 수도 있고, 주연배우 신현준과 조연배우 박주형의 차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강산역에 신현준은 부연 설명이 구차할 정도로 멋진 연기를 선보였다. 그리고 비록 역역에 무게감은 덜했을 지도 몰라도, 켄지역에 박주형도 풍부한 표정연기와 개성있는 캐릭터로 제몫을 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