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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진세연-한채아, 누가 더 치명적인 여자일까?

바람을가르다 2012. 6. 14. 08:55

 

 

 

 

 

 

 

13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각시탈’ 5회에선 이강산(신현준)-이강토(주원)형제의 어머니(송옥숙)가 기무라 켄지(박주형)의 총에 숨을 거두었다. 켄지는 불시에 습격한 각시탈로부터 자신을 구해준 슌지(박기웅)의 행동에 기초, 위험에 빠진 강토를 매번 구해주는 각시탈이 혹시 그의 형 강산이 아닐까 의심하고 찾아갔던 것.

 

그래서 강산은 어머니의 목숨을 위협하며 추궁하는 켄지앞에서 바보인 척 할 수밖에 없었고, 어머니는 강산이 각시탈이란 정체를 숨기기 위해 목숨을 내놓았다. 결국 어머니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없었던 강산은 오열했다. 그러나 각시탈의 비극은 서막을 열었을 뿐, 강산과 강토형제에게 주어진 숙명은, 더 큰 충격과 슬픔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강토가 각시탈이 되는 것이다. ‘왜 강토가 형 강산을 대신해 각시탈이 될까.’라는 질문에 답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각시탈 1~5회에 이르는 과정속에 이미 답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강토가 일본군 앞잡이가 된 것. 강산이 각시탈임을 가족한테까지 숨기며 바보행세를 하고 반역자 키쇼카이 일당을 처단하려 했지만 완수하지 못한 것. 강토가 목단(진세연)이 첫사랑 분이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어머니가 켄지에게 살해당한 것.

 

즉, 각시탈 1회부터 5회, 그리고 6회는 사실상 이강토가 형을 대신해 각시탈이 될 수밖에 없는 과정을 세팅한 분량으로 볼 수 있다. 남들의 눈에는 일본군 앞잡이로 살아야 하고, 각시탈을 쓰고는 키쇼카이 일당을 제거하고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몸을 던지게 될 강토의 운명을 말이다. 그리고 그 운명은 강토 본인이 자초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시탈 진세연-한채아, 누가 더 치명적인 여자일까?

 

이강토(주원)가 일본의 앞잡이가 되지 않았다면, 각시탈을 쫓을 이유가 없었다. 각시탈이 형인 줄도 모른 체, 죽이겠다고 잡으려 들지 않았을 것이다. 강토가 조국에 등을 돌리고 앞잡이 된 건, 돈도 벌고 출세해서 어머니를 호강시키고, 형의 병원비를 대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강토의 방법은 잘못된 것이었고, 결국 어머니도 형도 잃는 신세에 놓였다.

 

그래서 강토에겐 위로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다. 씻을 수 없는 죄와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할 외로운 이강토. 때문에 목단(진세연)의 존재가 필요한 것이다. 목단은 강토에게 단순히 첫사랑에 그치지 않는다. 강토가 목단을 지켜야 할 이유가 있다. 그것이 자신이 벌인 일을 자신이 해결할 몫이기도 하다. 각시탈을 잡기 위해선 목단이 필요하다고 슌지, 키쇼카이 일당 및 일본군에 떠들고 다녔던 강토다. 각시탈이 존재하는 한, 목단은 적의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강토가 어머니도, 형도 지키지 못했다면, 자신이 싸질러 놓은 목단만은 지켜내야 하지 않겠나. 때문에 목단은 각시탈 이강토를 도울 수도 있지만, 주로 민폐녀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실 액션 히어로를 다루는 장르에서, 여주인공이 민폐녀가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배트맨도, 슈퍼맨도, 스파이더맨에게도 해당된다. 그러나 각시탈에서 여주인공은 조금 다르다.

 

브루스웨인에게도 배트맨에게도 여주인공은 호감을 갖는다. 슈퍼맨 등의 사례도 그러하다. 그런데 각시탈에선 다르다. 목단에게 이강토는 비호감이다 못해 죽이고픈 대상이다. 반면 각시탈에겐 눈에서 하트를 뿜는다. 즉 각시탈을 썼을 때와 벗을 때가 다르다는 얘기다.

 

목단과 반대로 채홍주(한채아)는 이강토에게 매력을 느끼나, 키쇼카이에 위협을 가하는 각시탈은 죽이고픈 대상이다. 권모술수에 능하고 섹시한 매력을 겸비한 채홍주는 이강토를 돕는 조력자가 되지만, 각시탈을 잡으려는 키쇼카이의 일원으로서 행동한다. 목단이 반이강토 친각시탈인 반면, 채홍주는 친이강토 반각시탈이다.

 

 

 

 

따뜻한 목단이 백이면, 차가운 채홍주는 흑인 셈이다. 목단-각시탈(이강토)-채홍주는 단순한 삼각관계를 넘어, 굉장히 흥미로운 설정이다. 탈 하나 쓰고 벗고 차이에서, 위기와 갈등이 빈번하게 출현하고, 각시탈 이강토는 물론이고 목단과 채홍주의 캐릭터를 매력적이고 입체적으로 만드는 배경이 된다.

 

각시탈 이강토로선 목단과 채홍주에게 사랑과 증오를 동시에 받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각시탈=이강토’로 한 몸이면서도 자신의 정체를 함부로 드러낼 수 없는 이상, 목단도 채홍주도 이강토에겐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단순한 삼각이나 사각멜로가 아닌, 목단과 채홍주가 지닌 캐릭터의 극과 극 매력을 잘 살리는 에피소드는, 조선판 히어로 각시탈의 재미와 긴장감을 살리는 좋은 소스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