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시탈 신현준, 엉덩이도 대역썼을까?
‘다 보여 드리겠습니다.’ 7일 방송된 각시탈 4회가 그랬다. 요즘 드라마 패턴의 대세는 초반 폭풍전개에 있다. 각시탈도 예외는 아니었다. 1~3회가 일본군의 앞잡이가 된 이강토(주원)가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을 쫓는 과정에서의 액션이 주를 이뤘다면, 4회는 이강산이 왜 각시탈이 되었고, 이강토는 왜 일본군 앞잡이가 되었으며, 목단(진세연)이 애타게 찾던 도련님이 이강토였다는 굵직한 사실들이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부지런히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가장 혼란을 느낀 사람은 주인공 이강토였다. 특히 죽었다고 생각했던 첫사랑 분이가, 자신이 각시탈을 잡기 위해 미끼로 삼고 모진 고문을 가했던, 독립군 목담사리(전노민)의 딸 목단이었음을 알고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목단은 애타게 찾던 단검의 주인공 도련님이 강토라는 사실도 모른 체, 독립군을 위해 일하는 서커스단원들과 함께 그를 죽이려 하고, 강토는 탈을 쓰고 달겨든 목단을 가슴에 총을 쏘고 마는 비극을 연출한다. 탈을 벗긴 후, 목단임을 확인한 강토는 멘탈이 붕괴된 표정으로 4회의 마침표를 찍었다.
각시탈 신현준, 엉덩이도 대역썼을까? 대역논란에 종지부를 찍다!
이렇듯 ‘분이=목단’이라는 사실을 알고 내면에 심각한 동요를 일으키기 시작한 강토의 마음처럼, 각시탈 4회는 적절한 재미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청자의 마음에 롤러코스터를 태울 수 있었던 건, 강토 혼자만의 힘은 아니었다. 바로 강토의 형이자, 바보로 행세를 하며 1대 각시탈을 맡고 있는 이강산과 조화를 이루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강산 역을 소화하는 신현준의 연기는 4회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4회 초반 다리에 총, 팔에 칼을 맞은 각시탈 강산은 강토에게 정체를 들킨 뻔한 상황에서, 백건(전현)의 도움으로 위기를 탈출한다. 그리고 강산은 매번 위기 때마다 자신을 구해 준 강산의 아버지 이선(이일재)의 부하 백건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독립운동을 하다가 일본군에 잡혀 모진 고문을 받았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신현준은 엉덩이 노출을 감행한다.
이강산은 고문 후유증으로 순도 90% 미쳐 있었다. 그는 감방안에서 과감하게 엉덩이를 깐 상태로 벽에 똥칠을 하고 있었다. ‘엉덩이 노출에 똥칠갑이라니, 상당히 자극적인데?’라는 생각이 들 법도 했지만, 세상에서 육체적인 고통보다 더한 고통은 없다. 정신적 충격과 이상증세도 폭력과 학대 등 육체의 고통에서 비롯되는 게 다반사. 일본 순사들에게 얼마나 심한 고문을 받았으면, 변기아닌 바닥에 대변을 보고 그 변으로 벽에다 액션페인팅을 했겠는가. 하얀 벽위에 황토 빛깔을 수놓은 이강산의 작품명 ‘똥칠갑’은 잭슨 폴락도 무덤에서 튀어 나올 만큼 충격 그 자체였다.
드라마 각시탈은 탈만 벗지 않는다. 진세연도 벗었고, 주원도 벗었다. 그리고 4회에서 신현준도 벗었다. 그러나 그는 앞서 상의를 벗었던 후배 진세연-주원과 달리, 과감하게 하의를 내림으로써, 안방극장에 서늘한 충격을 주었다. 동시에 작품과 캐릭터를 위해서 혼신을 다한(?) 신현준은 과연 연기파배우였다.
그동안 신현준은 각시탈 액션의 대역논란으로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을 터였다. 빛나던 그의 연기력마저 평가절하되고 있었다. 제작진이 시청자에게 사과까지 할 정도였으니. 사실 액션신에서 대역은 비일비재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됐다는 자체가 가혹한 측면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신현준의 엉덩이 노출은 대역논란의 종지부를 찍은 셈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과 연구없이, 공중파에서 엉덩이를 드러낸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신현준의 엉덩이가 충격을 선사했다면, 신현준의 손은 감동을 주었다. 목단이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강토가 복잡한 심경을 추스르지 못하고 형 강산을 찾아와 옆에 누웠다. 강토는 형 강산의 등을 부여잡고 울먹이며 말했다. 자신도 일본군의 앞잡이가 되고 싶진 않았다고. 형도 울고 아우도 울고 시청자도 울었다. 그러나 각시탈 강산은 끝내 강토를 위로해 줄 수 없었다.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살아야 하는 각시탈 강산으로선, 최소한 반역자 ‘키쇼카이’일당을 처단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때문에 바보행세를 하고 동생인 강토에게 쫓기는 가혹한 운명조차도 받아들인 강산이었다. 그러나 각시탈이기 전에 형이고 동생이었다. 그 아픈 상황에서 강산은 강토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주체 못한 감정을 손에 담아 이불을 꽉 쥐어 보였다. 강산의 손에 구겨진 이불은 구겨지는 그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었다. 손에 담은 신현준의 섬세한 연기가 주원의 절절한 흐느낌과 앙상블을 이루며 감동의 마침표를 찍었다.
각시탈 4회는 일본군 앞잡이에서 각시탈로 변신하게 될 이강토(주원)를 위한 사전 포석단계로 볼 수 있었다. 때문에 첫사랑 분이가 목단이란 사실을 알게 된 건, 강토에게 이러한 변화에 개연성을 부여하는 첫 번째 계기가 된다. 그러나 결정적인 계기는 다가올 형 이강산(신현준)의 죽음이다. 드라마는 현재 각시탈인 강산이 죽고 강토가 형이 못다한 숙원을 풀어야 하는 설정에 놓여 있다. 그것이 형 강산과 목단을 위해서도, 잘못된 길을 걸어온 강토에게 속죄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된다.
궁금해지는 건, 각시탈 강산이 과연 누구의 손에 죽을 것인가에 있다. 불길한 건, 여전히 강토가 각시탈을 쫓고 있고, 강토의 첫사랑 목단이 그의 총에 맞았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5회의 예고에서 보듯이, 목단은 극적으로 살아날 운명이다. 한번의 실수에도 강토가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또 한번의 결정적 실수가 동반될 수밖에 없다. 즉, 형 강산의 죽음에 강토가 어떻게든 연루될 것이란 예감이, 시청자로 하여금 흥미와 안타까움을 미리부터 자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