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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시탈, 진세연 ‘등’과 주원 ‘복근’의 차이?

바람을가르다 2012. 6. 7. 08:41

 

 

 

6일 방송된 KBS수목드라마 ‘각시탈’ 3회에선, 각시탈 이강산(신현준)의 정체가 그를 쫓는 동생 이강토(주원)에게 발각될 위기에 처하며 마무리됐다. 강토를 제거하기 위해 기무라 켄지(박주형)가 보낸 자객을 발견한 강산이, 대신 그를 해치우려다가 다리에 총도 맞고, 자객이 강토에게 던진 칼을 대신 맞기도 했다. 바로 강토의 눈앞에서.

 

강토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각시탈을 잡으려 혈안이 된 것은 경성이 알고 각시탈도 안다. 그런데 각시탈이 오히려 자신을 구해주니 당혹스럽다. 때문에 강토는 각시탈을 쓴 형 강산에게 총을 겨누고 다가가, 도대체 네 정체가 뭐냐며 탈을 벗기려는 순간, 3회가 끝이 났다. 그리고 4회의 예고편에서 알 수 있듯이, 강산의 피묻은 옷을 보고, 어쩌면 강토가 바보 흉내를 내고 있는 형 강산이 각시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지도 모를 일. 만약 강토가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각시탈은 그야말로 또 한번의 폭풍전개속에 빠질 수밖에 없다.

 

 

 

각시탈, 진세연 ‘등’과 주원 ‘복근’의 차이?

 

분명 각시탈 3회는 흥미로웠고 재미면에서도 나쁘진 않았다. 특히 후반부 속도감이 느껴지는 배경음악속에, 하늘을 나는 각시탈의 화려한 액션이 버무려져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비록 각시탈 액션에 대역을 쓴 것도 알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보에서 정의로운 각시탈로 돌변하는 이강산 신현준의 매력이 줄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형을 알아보지 못하는 강토가 안쓰러울 뿐. 그 순간만큼 강산이 멀쩡한 강토가 되고, 강토가 바보 강산이 된다.

 

문제는 각시탈의 주인공은 이강토란 사실이다. 시청자가 가장 몰입해야 할 대상이 이강토란 점이다. 이강토 배역을 맡은 주원의 연기력은 흠잡을 데가 없다. 다만 이강토란 캐릭터의 매력이 초반 3회가 진행되는 동안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각시탈 이강산의 매력에 밀리는 형국이다. 물론 일단 현재 각시탈은 이강산이고, 앞잡이 이강토는 악역이기 때문도 있다.

 

 

 

그러나 주인공은 악역의 포지션에서도 충분히 매력을 발산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강토가 악역으로서 매력을 발산하지 못하는 것은, 일본제국에 충성을 다하는 앞잡이치고는 야비함이나 집요함이 덜 느껴지기 때문이다. 강토가 나중에 각성하고 각시탈이 될 땐 되더라도, 지금은 시청자의 입에서 욕이 나올 정도로 야비함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데 지금 이강토를 보면 어떤가. 뭔가 김빠진 듯, 말로만, 얼굴로만 야비한 척할 뿐 보여주는 행동은 자비로운(?) 느낌이다. 그 부족함을 주원의 연기력으로 커버하는 인상을 준다.

 

이런 느낌을 가장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게, 진세연 ‘등’과 주원 ‘복근’의 동시출현 장면이다. 드라마에서 종종 있는 노출. 노출이 나올만한 개연성을 담보한다면 나쁘지 않다. 그러나 지난 2회에서처럼 뜬금없이 목단(진세연)의 목욕신이 나오는 것은 드라마의 홍보를 위해서였지 극의 내용전개에 비추어선 사실 불필요했다.

 

 

 

그런데 각시탈 3회에선, 제작진이 영리한 노출을 감행했다. 목단의 위기탈출의 방편으로 노출을 택했던 것이다. 목단은 강토에게 모진 고문을 받고 죽을 뻔한 위기에서 각시탈 강산의 도움으로 탈출한다. 이후 목단은 아픈 몸을 이끌고 기무라 슌지(박기웅)를 찾아가 도움을 청한다. 이 때 슌지와 한 방을 쓰는 강토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나타났다.

 

슌지는 목단을 벽장안에 숨기고, 강토는 방에서 옷을 갈아입는다. 벽장안에서 옷갈아 입던 강토의 복근을 몸래 훔쳐보는 목단. 그리고 벽장안에 누굴 숨겼는지 긴장하고 서 있는 슌지를 보던 강토가 비켜보라며 말한다. “여자라도 숨겼냐?”면서. 강토는 슌지를 밀치고 벽장 문을 연다. 목단으로선 강토에게 다시 붙잡힐 일촉즉발의 위기상황.

 

 

 

벽장을 연 강토는 놀란다. 농담처럼 던진 “여자라도 숨겼냐?”는 말이 적중한 것이다. 벽장 안엔 등을 노출한 채 앉아 있는 여자가 있었다. 그 여자가 목단인 줄 모르고, 강토는 문을 닫는다. 강토의 복근, 강토의 말을 위기탈출에 써먹은 목단의 기지가 빛났다. 시청자도 놀란 만한 반전의 목단이었다. 여타 드라마 속 진부한 노출이 아닌, 시청자가 고개를 끄덕일 노출의 정석을 보여줬다. 덕분에 매력적이고 신선한 에피소드가 완성됐다.

 

근데 여기서 시청자의 뇌리에 진세연의 등은 남고 주원의 복근은 잊혀진다. 현재 각시탈 속 이강토의 상황이 딱 그런 느낌이다. 주원의 복근은 봐줄만해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상황. 이강토의 행동반경이 너무 무난하게 흐른다. 조국과 조선인에 대한 이강토의 분노, 집요함과 야비함이 제대로 느껴지질 않는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이강토는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청자가 몰입할 만큼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구현하지 못한다. 

 

 

 

 

각시탈은 지금보다 더 매력적이고 재밌는 드라마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지금 느껴지는 드라마의 재미와 긴장감은 주로 각시탈 이강산이 등장했을 때 나오는 배경음악과 액션에 의존하는 듯한 인상이다. 주인공이면서도 초반엔 악역으로 등장하는 이강토란 캐릭터가 얼마나 매력적인가. 그런데 제작진은 그 매력을 주원의 얼굴에서만 찾고 있다. 이강토의 행동에서 찾아야 한다. 결국 감정 폭이 극과 극을 달려야 할 강토의 매력이 각시탈의 성패를 좌우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