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19세이하관람가, 윤상현을 부탁해

바람을가르다 2009. 9. 4. 12:36


MBC
수목드라마 <>이 실험적인 시도가 돋보였다는 호평에도 불구하고, 한자리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한 채 마지막회를 띄웠다. 반면 동시간대에 방영되며 올인재탕이라는 SBS<태양을 삼켜라>꽃보다 남자를 떠올리게 만드는 <아가씨를 부탁해>의 경우, 뻔한 스토리에 성유리, 윤은혜의 발연기논란에도 불구하고, 엎치락뒤치락하는 박빙의 선두다툼을 펼치고 있다.

 

사실 <아가씨를 부탁해>의 경우, 색깔이 뚜렷한 <>이나 <태양을 삼켜라>에 비해, 대세를 타기 쉬운 로맨틱코미디라는 장르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좀 더 치고 나가지 못한 점이 있다. 다음주부터 <>의 후속작으로, 동방신기의 리더 유노윤호와 아라가 주연을 맡은 <맨땅에 헤딩>이 가세할 예정이라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됐다고 볼 수 있다. <태삼>보다는 <아부해>와 시청자가 겹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아부해>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정체된 시청률을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윤은혜의 발연기가 아닌, 작가의 발대본에서 찾을 수 있다.

3일 방송분을 보면, 오히려 윤은혜는 초반에 비해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씩 찾아가고 있었다. 여전히 발음에서 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나, 감정을 싣는 표현력은 나아지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그녀를 우유부단하게 만드는 발대본이 문제였다. 감정선이란 게 있다. 유재석도 아는 감정선. 드라마의 한 회를 구성할 땐, 적어도 시청자가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일정한 감정선을 캐릭터에게 입혀 줄 필요가 있다.

 

날씨는 맑았다 흐려질 수 있다. 다만, 오늘과 내일의 날씨로 명확하게 구분해 줘야 시청자가 우산을 준비할 수 있다. 60분 동안 윤은혜가 맡은 강혜나는 이랬다 저랬다를 반복하고 있다. 당연히 시청자는 혼란스럽고, “, 왜 저래?”로 삐딱하게 볼 수 밖에 없다. 안 그래도 윤은혜의 발음이 거슬린데, 브라운관에 비춰지는 그녀의 오락가락한 태도는 시청자와 주인공사이를 훼방하고 격리시켜 버린다.

 

발대본에서 태어난 정일우와 문채원도 예외일 수 없었다. 그들의 캐릭터 또한 오락가락한 것은 마찬가지고, 정일우의 연기는 어색했으며, 문채원의 하극상도 공감하기 어려웠다. 덕분에 윤은혜의 연기가 빛나 보일 정도였으니까.

<아가씨를 부탁해>는 윤상현을 위한 드라마다. 오직 윤상현만이 중심을 잃지 않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그에 합당한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극 초반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물려받은 건 윤은혜라는 말이 돌았으나, 결국 구준표는 윤상현이었다. <아부해>는 철저하게 윤상현을 중심으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다. 작가가 윤상현의 캐릭터에 신경쓰느라, 나머지 3인방(윤은혜,정일우,문채원)을 겉돌게 만들었다. 윤상현을 중심으로 녹아들지 못하고 배우들을 발연기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만든 건, 결국 발대본이라고 볼 수 있다.

더군다나 어디서 본듯한 에피소드를 짜깁기한 너덜너덜한 대본, 식상하다 못해 유치한 스토리텔링으로 시청자의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든다. 특히나 농장에서 벌어진 일련의 에피소드는 19세 이하 관람가로 손색이 없다. 12세가 봐도 눈을 가리고 싶을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뻔한 것도 문제지만, 그 뻔한 것을 가지고 뻔뻔하게 우려내는 제작진의 강심장이 돋보인다(?). 

연기만으로 놓고 볼 때, <내조의 여왕>의 태봉이 윤상현은 분명 한단계 발전한 서동찬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커피프린스1호점>의 윤은혜와 <돌아온 일지매>의 정일우, <찬란한 유산>의 문채원은, 오히려 발대본에 갇힌 채 허우적거리고 있다. 결국 윤상현 빼면 볼 것 없는 드라마가 된 것이다. 성인들이 보기엔 진부함에 유치함이 도를 넘은 19세 이하 관람가 <윤상현을 부탁해> <아가씨를 부탁해>로 돌아오길 바라는 건 정녕 무리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