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2 김건모, 왜 조마조마했나?
2일 방송된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시즌2에선 B조의 경연이 펼쳐졌다. 나가수2의 두번째 생방송경연이라서 그런지, B조의 경연은 지난 A조 경연에서의 무대나 전반적인 진행상황과 비교해 볼 때. 확실히 안정감이 느껴졌다. 덕분에 B조 6인의 셍방송 경연은 더욱 치열하게 비춰졌고, 열창에서 순위발표의 순간까지 재미와 긴장감을 무대에서 안방까지 전달함에 있어 효과적으로 이뤄졌다.
B조의 경연결과, 박완규-김건모-김연우가 상위권으로 선정됐고, 신중현의 ‘봄비’를 카리스마로 녹여낸 박완규는, 현장평가단과 재택평가단의 점수를 합산해 가장 감동을 준 가수로 뽑히는 영광을 누렸다. 그리고 이들 B조 3인방은, 5월의 가수전에서 A조의 이수영-이은미-JK김동욱과 또 한번의 진검승부를 눈앞에 두게 됐다. 반면 박상민-정엽-정인은 안타깝게도 하위권으로 분류되어, A조의 백두산-이영현-박미경과 고별가수전에서 첫 번째 탈락자를 배출해야 하는 벼랑 끝에 서게 됐다.
나가수2 김건모, 왜 조마조마했나?
B조 경연에서 많은 시청자가 가장 주목하고 바라 본 가수는 김건모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가수 시즌1에 실질적인 첫 번째 탈락자로, ‘립스틱’과 ‘재도전’의 악몽(?)을 남긴 채, 불명예스럽게 하차해야 했던 김건모가, 김영희PD의 삼고초려로 다시금 나가수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그는 마흔 살 넘은 가수가, 아직 설 수 있는 무대가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스스로 행복한 사람이라고 평하며 나가수2에 쿨하게 출사표를 던졌지만, 후배들과의 경쟁이 누구보다 부담스러운 위치만은 분명해 보였다.
그리고 김건모가 첫번째 경연무대에서 뽑은 곡은 故유재하의 ‘내마음에 비친 내모습’이었다. 시작 그리고 끝. 역시 김건모였다. 신이 내린 목소리, 국민가수라는 닉네임에 걸맞는 무대였다. 박완규와 같은 폭발력도 없었고, 정인처럼 화려한 편곡으로 변화를 주지도 않았다. 원곡에 충실하면서도, 힘들이지 않는 담백하고 안정된 창법으로, 김건모의 ‘내마음에 비친 내모습’을 완성시켰다.
유재하의 감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김건모의 색깔을 엷지만 여운은 진하게 남겼던 무대랄까. 박완규의 ‘봄비’, 김연우의 ‘가로수 그늘 아래서면’으로 고음이 잔재가 남아있는 무대를 김건모의 담백함으로 차분하게 쓸어 담았다. 오히려 김건모의 바통을 받은 정인의 무대,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에 편곡이 화려함이 아닌 조미료가 과하게 첨가된 것 같다는 인상을 줄 정도로, 앞뒤 가수무대까지 영향을 준 김건모효과는 소리없이 강했다.
그러나 관객에 의해 순위가 매겨지는 경연에선 생각외로 변수가 많다. 관객은 가수의 기교보다는, 곡이 주는 감성에 의해 마음이 휘둘리는 경향도 적잖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유재하의 ‘내마음에 비친 내모습’만 명곡이 아니다. 신중현 ‘봄비'는 물론이고, 10대 팬층이 취약하다고 판단한 박상민이 길미까지 동원해 불렀던 인피니티 ’내거하자‘도 누군가에겐 명곡이다. 그래서 선곡을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김연우. 박완규. 5월의 가수전에 나서게 될 상위권 3인의 이름이 MC 노홍철의 입에서 호명되고, 남은 한자리를 놓고, 김건모-정엽-박상민-정인이 남았다. 네사람의 표정은 굳어 있었고, 누구보다 눈에 띄는 한 사람이 바로 김건모였다. 그리고 남은 상위권의 한 사람이 김건모였으면 하고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물론 그의 무대가 좋았지만 다른 이들의 무대도 나쁘지 않았기에 누가 호명되도 이상할 건 없다. 그런데 왜 김건모가 됐으면 하고 바랐을까.
김건모에게 나가수 시즌1의 ‘경연’과 ‘순위’ 그리고 ‘재도전’이 일종에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 같다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걸 김건모가 깨야 하고, 나가수의 김건모를 바라보는 시청자도 깨야 한다. 김건모가 이를 깨야, 본인도 좀 더 여유를 찾고 시청자에게 다양하고 멋진 무대를 보여줄 것이고, 나가수2의 분위기를 살리는 선배가수역할을 톡톡히 하는 자양분이 된다.
때문에 나가수2나 김건모에게, 첫번째 경연결과가 상당히 중요했다. 설사 김건모가 상위권 3인에 들지 못해 고별가수전을 치룬다고 해도, 6등으로 탈락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나 강하게 남을 수밖에 없는 첫인상. 첫번째 경연결과는 나가수2에서 김건모의 캐릭터를 음과 양으로 나누는 고비였던 셈이다. 모두가 긴장했지만, 김건모가 느낄 부담감이 시청자에겐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노홍철의 이름에서 김건모가 호명되고, 그제서야 얼음장같았던 얼굴의 긴장은 부서지고 환하게 웃던 김건모. 옆에 있던 스태프들에게 농담까지 건넬 정도로 여유를 찾은 모습이 보기 좋았다. 사실 무대에 오르기 전부터 방송내내 긴장해, 마치 딴사람같았던 김건모를 보고 있다가, 예전처럼 시청자에게 웃음도 주던 김건모를 다시 보니 반가웠다. 동시에 나가수2에서 김건모의 활약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도 들었다.
오프닝과 동시에 이뤄진, 박상민-정엽 등은 왜 A조가 ‘죽음의 조’로 불리냐면서, B조가 진정한 죽음의 조라는 인터뷰가 잇따랐다. 그리고 그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만큼 하위권으로 분류된 3명의 무대도 충분히 상위권에 들만큼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나가수2의 룰에 따라, 3명은 고별가수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의 아쉬운 탈락이 오히려 고별가수전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