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바뀐 나가수2, 완벽해서 더 잔인해진 룰?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 시즌2가 29일 첫방송됐다. 역시 나가수라는 찬사를 들을 만했다. 리허설에서부터 청중평가단앞에 서기까지, 이은미를 필두로, 이영현, 김건모, 정인, 백두산 등 12팀의 가수가, 자신들의 히트곡을 앞세워 저마다의 색깔을 관객과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감동을 끌어내는 모습에서, 나가수란 프로그램이 잦은 논란속에서도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재차 읽을 수 있다.
‘립스틱’, ‘재도전’이란 타이틀로 불명예스럽게 나는가수다를 하차했던 초창기 멤버 김건모가, 애증의 나가수로 다시 돌아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나가수2를 통해 뭘 보여주고 싶어서가 아니라, 마흔 다섯 살에 가수를, 아직도 찾아주는 무대가 있음에 자신은 행복한 가수라고 말했다.
그 이면엔 설자리를 점점 잃어가는 기성가수의 고뇌와 안타까움이 녹아있다. 박미경은 좀 더 솔직하게 말했다. 한동안 가수가 아닌 삶을 살았다고. 대중의 관심을 받는 나가수와 같은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나가수2에 참여하는 다른 가수들의 출사표도 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다. 그들은 나가수2라는 무대를 얻었지만 경쟁을 피할 수 없고, 그동안 가수로서의 지켜온 자존심에 일정부분 상처를 입을지도 모른다. 나가수의 필요악, 시청자를 사로잡는 서바이벌 룰 때문이다. 경연결과에 따라 가수들에겐 순위가 매겨지고, ‘꼴지’ 순화시켜서 12등은 탈락이란 이름으로 퇴장해야 한다. 12등에게 더 씁쓸한 건, 상반되게도 1등은 명예롭게 하차하는 룰이 나가수2에 도입됐다는 사실이다.
확 바뀐 나가수2, 완벽해서 더 잔인해진 룰?
나는가수다 시즌2엔 김건모만 돌아온 것이 아니다. 나가수를 기획했던 김영희pd도 돌아왔다. 그리고 김영희pd는 자문위원단과 함께 기존 나가수 시즌1의 시스템에 과감하게 바꾸었다. 출연가수를 7팀에서 12팀으로 늘리고, 조주첨을 통해 6팀씩 A,B 2개조로 나누어, 조별로 격주 경연을 펼친다. 덕분에 시청자사이에 지루하다는 평이 많았던 나가수의 중간평가는 사라졌다.
더불어 매니저란 이름으로 대거 출연해, 산만함을 부추겼던 개그맨MC들이 대거 퇴출되고, 메인MC에 이은미에, 박명수-박은지(조추첨 스페셜MC 황정음제외)로 최소한의 MC체제를 구축하면서, 전반적으로 프로그램이 간결하고 담백한 인상을 주고, 가수도 시청자도 경연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환경에 초점을 맞추었다.
뿐만 아니라, 청중평가단이 독점했던 순위시스템에 ARS 실시간 문자문표를 병행함으로써 시청자의 참여 폭을 넓혔다. 현장투표와 시청자문자투표로 순위를 정해,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 소통과 공감의 양과 순도를 높였고, 생방송으로 인해, 시즌1에서 불필요하게 난무했던 각종 스포일러와 뒤따르는 피곤하고 짜증스런 논란이 사전차단되는 효과적인 틀을 갖추었다.
이렇듯 김영희pd는 시청자사이에서 줄곧 제기됐던 나가수 시즌1의 여러 문제점을 수긍하고, 나가수2 시스템을 가수가 아닌 ‘시청자’중심으로 옮겨놓는데 주력했음을 알 수 있다.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김영희pd의 개혁은, 충분히 가수들의 반발을 살 수 있었지만 생방송경연까지 감수했다는 것은, 결국 시청자의 소통과 공감에서 멀어지고 외면받는 방송은, 아무리 고품격으로 포장해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완벽에 가깝게 변경된 룰속에 첫경연을 앞둔 나가수2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벌써부터 쏟아진다. 여러 오디션에서 봐왔듯이, 가수의 개성을 죽이는 고음선호현상에 대한 불만, 해당가수의 무대평가가 아닌 자칫 인기투표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은 시청자문자투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12등 뿐 아니라, 1등도 함께 하차해야 한다는 나가수2의 새로운 룰에 거부감을 느끼는 시청자가 적지 않은 듯하다. 경연에서 1등한 가수를 나가수에서 계속 보고 싶은데, 1등을 시키면 하차를 해야하니 난감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나가수2에서 가장 환영하고 싶은 룰은 바로 1등의 명예로운 하차다. 12명의 쟁쟁한 가수들 중에서 1등을 하기가 어디 말처럼 쉬운가. 임재범의 ‘여러분’이 그냥 나온 게 아니지 않은가. 가수들이 자존심이상으로 나가수를 통해 쟁취하고픈 선굵은 목표가 생긴 것이다. 그 목표를 위해, 출연가수들은 저마다 치열하게 준비하고 시청자에게 최선의 무대를 보여줄 것이다.
만약 어떤 가수가 1등을 했다고 치자. 목표를 달성한 그 가수에게 나가수2가 과연 어떠한 동기부여를 해줄 수 있는가. 뚜렷한 게 준비되지 않았다면, 최고의 순간, 최고의 자리에서 멋지게 하차하는 것이 해당 가수에겐 커다란 행복이 아닐까. 또한 나가수가 끝이 아닌, 나가수의 1등 가수로 앨범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각종 방송 및 행사섭외 1순위는 보장 될 터. 게다가 연말에는 이달의 가수들만 모아 나가수의 가왕을 뽑는 스페셜무대까지 있으니, 해당가수에게도 시청자에게도 또 하나의 기대감을 선사한다.
반대로 12등으로 탈락하게 될 가수를 생각해보면, 나가수2의 변경된 룰은 출연가수에게 더욱 잔인해졌다. 각조에서 하위 3명이 모여 6명중에 6등이, 전체 12등이란 이유로 하차를 하게 된다. 쉽게 말해, 1차 경연에서 우열반으로 나누고 열등반(?)에 모인 가수중에 한명을 2차경연에서 퇴출하는 셈이다. 우열반으로 나뉘는 것도 자존심 상한데, 열등반에서조차 밀려나는 가수의 심정은 굳이 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치열한 걸로 치면 1등 뽑는 우수반보다 더할 듯하다.
나가수2는 분명 가수보단 시청자의 의중을 많이 반영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만큼 더 잔인하고 독해진 면이 강하다. 그럼에도 시청자는 만족을 못하고 더 욕심을 부리려는 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나가수2의 가수들이 시스템과 룰에 있어 양보를 많이 한 만큼, 시청자도 출연가수의 입장을 이해하는 게 우선 되었으면 한다.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발목잡는 듯한 인상을 주어서야 되겠나.
나가수2가 얼마만큼 성공할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 다만 확 바뀐 시스템은 충분한 흥미를 자아낸다. 문제는 매번 준비하는 가수들이다. 2주마다 생방송 경연을 펼쳐야 하는 시스템에서, 가수들이 과연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지 않고 얼마나 롱런할 수 있을까에 있다. 그들이 지친 내색을 보이면 시청자가 지쳐버린다. 향후 김영희pd와 제작진의 세심한 운영의 묘가 빛날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