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1박2일, 복불복도 모르고 방송하나?

바람을가르다 2012. 3. 12. 07:18






11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 시즌2에선, 백아도 여행 두번째 이야기가 그려졌다. 그러나 제작진은 백아도라는 섬을 소개하는 데 비중을 두진 않았다. 새롭게 합류한 김승우-차태현-성시경-주원과 기존 멤버인 이수근-엄태웅-김종민이 처음 떠나는 여행인 만큼, 새멤버의 적응력을 키우는 일종에 단합대회를 가졌다고 볼 수 있기에, 백아도 흔들바위로 끝난 여행지소개에도 실망보단 이해가 앞설 수 있었다.

대신 저녁식사복불복과 잠자리복불복, 기상미션을 통해 채워진 새멤버들의 활약은 칭찬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성시경은 저녁식사재료를 가장 많이 확보해 살림꾼다운 면모를 보였고, 주머니 한가득 계란을 채웠던 차태현과 열심히 뛰었던 막내 주원은 제몫을 해냈다. 또한 이들은 김승우의 생일 맞아, 부지런하게도 저녁식사까지 책임지며 나름 발군(?)의 요리실력을 뽐내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복불복클래식으로 내놓은 잠자리복불복에선 김승우가 빛났다. 김승우는 사과식초를 거의 원샷해 예능을 위한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며, 솔선수범하는 맏형의 모습으로 상쾌한 스타트를 끊었다. 막내 주원도 벌칙주스를 참으려 애쓰는 모습이 빛났고, 운좋게 벌칙을 피한 성시경이 동료들에게 미안함을 표시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게임마다 벌칙에 걸려 7단 콤보라는 타이틀을 얻은 차태현은 말할 것도 없었다.

다만 7명이란 적지 않은 인원을 끌어갈 강호동과 같은 리얼예능에 능숙한 리더의 부재는, 메인MC로는 아직 부족한 이수근으로 하여금 서둘게 만들고 진행에 있어 둔탁함을 가져와 긴장감과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했고, 설상가상 제작진의 편집이 산만하게 느껴져 1박2일 시즌2의 시작임을 감안해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럼에도 새멤버를 중심으로 개개인이 열심히 하고자하는 의욕이 고스란히 드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나아질 거란 기대감도 상승시켰다.



1박2일, 복불복도 모르고 방송하나?

이렇듯 백아도로 떠난 1박2일 시즌2의 첫 번째 여행은, ‘만족’보단 ‘기대’라는 표현으로 갈무리되는 듯 했으나, 마지막에 아쉽게도 ‘실망’을 새기고 말았다. 기상미션까지 마친 후 촬영이 종료될 시점에서, 뜻하지 않은 풍랑주의보를 만나 배를 띄울 수 없었고, 1박2일 팀은 백아도에 발이 꽁꽁 묶이게 된 것이다. 자칫 하면 1박2일이 아닌 2박 3일 동안 백아도에 머물러야 할 판이었다. 제작진은 물론 다른 스케줄이 잡혀 있을 멤버들이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백아도에 고립될 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출연진과 80여명의 스태프를 위한 밥차가 당일 점심 분까지밖에 준비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10여 가구에 불과한 백아도 주민보단 많은 1박2일 팀의 식량을 확보한다는 게 결코 쉽지 않은 것. 결국 해경에 긴급구조를 요청해, 해경경비함을 타고 인천항에 도착했다. 1박2일은 도움을 준 해경에 대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시청자로선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게 곤욕이고 실망이었다. 아무리 1박2일이 국민예능이라지만, 굳이 나라를 지키는 해경의 도움을 받아야 했을까. 당시 응급환자가 발생한 것도 아니었고, 단지 그들의 편의를 위해 해경을 도움을 받았던 셈이다. 무엇보다 최재형PD와 제작진이, 1박2일을 너무 모르고, 시청자를 너무 모른다는 우려가 앞선다.

기상악화가 우려된다면, 하루 전날이라도 여행지를 바꿔야 했다. 과거 이명한-나영석PD의 1박2일은, 아무리 답사가 만족스럽다해도 악천후가 염려될 시 과감하게 여행지를 바꿔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반면 최재형PD의 1박2일은 백아도에 흔들바위 하나 소개하자고 굳이 섬을 택했고, 비상식량도 준비하지 못해 기상이변에 속수무책이었다.



더 큰 실망은 위기를 기회로 삼지 못한 제작진과 멤버들의 태도였다. 1박2일은 복불복이다. 날씨도 복볼복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그들은 오랜만에 까나리를 등장시켜 복불복클래식을 했지만, 초대형 복불복클래식의 찬스를 날려버렸다. 그들이 돌발상황에 대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흔적은 찾을 수 없고, 해경에 전화한통으로 해결한 최악의 수만이 드러난 것이다. 단순비교는 힘들지만 은지원이 같은 상황에서 하룻밤 더 섬에서 보낸 상황과 대조적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1박2일 혹한기대비캠프에서, 이른 새벽 눈보라가 휘몰아쳐 베이스캠프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내려와야 했던 강호동과 시즌1 멤버들은, 위협적인 악천후에 맞서면서도 날씨도 복불복이라 여겼었다. 오히려 그들은 눈보라마저 ‘천우신조’라 여기고 멤버들이 서로를 독려하고 끌어주며 산을 내려왔고, 시청자에게 너무나 큰 감동을 주었다. 누구의 도움을 받기 전에,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시청자의 박수를 끌어냈고, 덤으로 대자연이 가져다 준 장관을 안방까지 전달했다.



백아도에 몰아친 풍랑주의보는 1박2일 시즌2 멤버들과 제작진에겐, 분명 예상하지 못했던 위기였다. 동시에 그들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에 따라 시청자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을 수 있는 둘도 없는 기회이기도 했다. 설사 하룻밤 더 백아도에서 묵는다고 해서, 식량조달이 힘들었을까. 연예인인 멤버들의 스케줄? 과연 일반 시민이 섬으로 여행갔다가 악천후에 발이 묶여 해경을 불렀을 때 와주었을까?

풍랑주의보는 아직은 서먹한 멤버들이 친분도 쌓고 서로에게 의지하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었다. 해경을 부르더라도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야 했다. 다짜고짜 주민을 붙잡고, 주원에게 1박2일 멤버니까 끼니를 구걸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정말 식량이 필요할 때 라면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복불복클래식이란 거창한 타이틀로 김종민에게 억지스럽고 과장된 리액션을 시킬 게 아니라, 돌발상황에서 발생하는 복불복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재미와 감동을 빚을 수 있다.

성시경은 1박2일 새멤버가 된 이유로, 타방송과 차별되는 1박2일만의 따뜻한 정을 꼽았다. 그가 거론한 1박2일의 정은 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만큼 이명한-나영석PD를 비롯한 제작진과 강호동-은지원-김C-이승기-MC몽 등 멤버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그들의 여행속엔 열정이 있었고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편의에 앞서 시청자를 생각할 줄 알았다. 이번 백아도 여행이 새롭게 시작하는 1박2일 멤버들과 제작진에게 쓴 보약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