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 시즌2 이수근, 굴욕마저 빛난 이유?
4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은, 이수근-엄태웅-김종민에 새멤버 김승우-차태현-성시경-주원이 합류해, 1박2일 시즌2로 새출발했다. 그렇다면 첫방송은 어땠을까. 방송전 많은 시청자가 우려했던 것 달리, 생각만큼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첫방송임을 감안할 때, 우려보단 기대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바꿔 말하면, 새멤버 김승우-차태현-성시경-주원에 대한 기대치가 그만큼 크고, 그들이 1박2일내에서 충분히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다.
이날 방송에서 은초딩 은지원에 버금가는 차초딩 차태현의 활약은 눈부셨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그의 매력이 리얼예능을 통해 가감없이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차태현은 본인스스로 생각이 짧고 무식하다고 밝혀, 상대적으로 생각이 많고 신중한 성격의 엘리트 성시경과 자연스러운 대비를 이뤘고, 두사람의 캐릭터가 1박2일내에서 순식간에 잡힌 이중효과를 불러왔다.
여기에 토크쇼 ‘승승장구’로 예능에 어느정도 익숙해진 맏형 김승우는, 게임에선 순진하고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며 몸개그도 마다않았고, 중간중간 추임새로 넣은 멘트들은 개그맨 뺨치는 수준이었다. 또한 백아도 흔들바위에서 1박2일 파이팅을 크게 외쳤던 주원은, 낯선 형들속에서 막내의 본분을 지키면서도 언제든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행동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렇듯 새멤버들이 희망을 낳았다면 제작진은 우려를 불렀다. 나영석PD의 바통을 이어받은 최재형은 PD는, 시작부터 철두철미해야 할 준비과정에서 스스로 인정한 결정적 실수를 범했고, 의도했던 계획은 차질을 빚어 인천항에서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했다. 그러나 출항허가 취소로 불거진 문제보다 더 큰 제작진의 실수는, 1박2일 시즌2의 첫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출연진을 이끌만한 밑그림이 허접했고, 제대로 된 리더역할도 해주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2인자 이수근이 멤버들과 제작진을 오가며 1인 2역을 자처했다.
1박2일 시즌2 이수근, 굴욕마저 빛난 이유?
이날 그들이 보여줬던 게임들은 재밌었다. 김승우의 몸개그가 빛났던 배안에서의 눈치게임, 도시락을 놓고 갯벌에서 벌인 닭싸움과 밀어내기게임 그리고 차태현의 등목쇼를 보여줬던 가위바위보. 그리고 돌발적인 게임 제안은 제작진이 아닌, 대부분 1박2일의 터줏대감 이수근이 내놓았다. 이수근이 게임을 하자고 하면, 나머지 멤버들은 ‘지금 게임을 해야 되는 거구나.’하고 그의 말을 순순히 따랐다.
분명 게임자체는 멤버들의 개인기로 큰웃음을 주었다. 아쉬운 건 시작하는 과정이었다. 굉장히 인위적이고 형식적이란 느낌을 주었다. ‘게임을 왜 해야 하는지’ 절박함이나 긴장감이 없다. 이유는 시작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당연히 해야되는 거구나 식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게임을 제안하기 전에 때로는 포장이 필요하다. 해당 게임을 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상황이나 대화가 짧게라도 수반되어야,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이고 게임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호응도도 높아진다.
만약 메인MC였던 강호동이나 나영석PD가 있었다면, 은지원-이승기가 있었다면, 밑도 끝도 없이 이수근이 게임을 제안한다고 해서 나머지 멤버들이 무작정 따라가진 않았을 것이다. ‘게임을 할 만할 이유가 있는가.’, ‘게임을 통해 출연진이 제작진에게 얻어낼 것은 있는가.’, ‘예능분량이 나올 만한가.’ 등 다각도로 생각해본 뒤, 다른 멤버들과 의견을 나누고 게임을 시작했을 것이고, 보다 매끄럽고 긴장감있게 전개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1박2일 시즌2에선 이수근의 제안에 단계를 밟아가며 호응해줄 강호동도, 멤버들사이에서 매끄럽게 중재를 해줄 나영석PD도 없다. 첫 촬영은 새멤버들도, 최재형PD도 이수근이 뭘 해주길 바라며 그의 눈치만 본 형국이었다. 이수근이 하자고 하면 이유를 막론하고 당연히 쫓아가는. 때문에 과정에서 포장을 뜯는 재미없이 게임을 시작하고 끝냈다. 멤버들의 역량이 순간의 재미를 만들 순 있었지만, 맥이 끊기듯 충분히 극대화시킬 수 있었던 긴장감을 반감시켰고 전제적으로 그림은 산만하게 노출된 셈이다.
그럼에도 중간중간 게임을 제안했던 이수근마저 없었다면, 1박2일 시즌2는 시작과 동시에 좌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멤버들에게 예능의 미끼를 던져줘야 할 제작진이 손을 놓고 있을 때, 노련해진 이수근은 부지런히 떡밥을 만들어서 내놓았다. 심지어 갯벌에선 본인이 제안한 밀어내기게임으로 엄태웅에게 바지를 잡히고 굴욕(?)적인 들림속에 아웃당했지만 시청자에게 큰웃음을 주었다. 실질적으로 이날 차태현과 더불어 가장 빛나는 활약을 했다.
1박2일 시즌2의 리더는 김승우다. 그러나 김승우는 아직은 1박2일이 낯설다. 때문에 김승우에게 리더로서의 자질을 따지기 전에,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 시간을 넘버2 이수근이 채워줘야 한다. 문제는 제작진이다. 김승우가 1박2일에 녹아들고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선, 제작진이라도 제몫을 해야 한다. 제작진의 적극적인 개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멤버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킬 수 있는 미션과 복불복을 준비해, 여행과정에서 자연스러운 에피소드의 흐름을 유도하고, 쏠려있는 이수근의 짐을 덜어줄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