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격 이경규 공황장애 충격고백, 강호동이 생각난 이유?
8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남자의 자격>에선, ‘남자, 중년의 사춘기’란 미션아래, 이경규를 비롯한 멤버들의 성향과 심리상태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의 솔직한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전문의는 제작진에게 몰래카메라를 주문했다. 그리고 담당PD는 멤버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남자의자격에 피디 및 멤버교체가 반 정도는 있을거란 얘기를 던지고 반응을 살폈다.
김국진-김태원 등 대부분 멤버들은 애써 담담한 듯 보였지만, 내심 멤버교체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감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와중에 빛난 건, 남격의 리더이자 맏형 이경규였다. 그는 방송을 있건 없건, 이미 남격멤버들과는 평소 친형제와 다름없이 지내고 있는데, 일부 멤버를 교체해야 한다면 남은 멤버들이 뭐가 되냐면서, 진정성이 제로가 될 뿐 아니라, 시청자도 가식이고 쇼였다면서 비난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지금처럼 교체없이 가던가 혹은 전원하차가 아니라, 만일 일부멤버를 바꾼다면, 자신은 더 이상 남자의자격에 출연할 수 없다면서 하차의사를 내비쳤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를 본 멤버들은, 역시 맏형은 다르다면서 기립박수를 보냈다. 방송에선 독불장군에 신경질의 아이콘으로 비춰지던 이경규가, 위기의 순간엔 리더로서 냉철한 판단을 하고 대안을 제시해 최상을 결과를 내놓고자 했을 뿐 아니라, 그가 늘 주장하는 사랑과 배려, 의리가 무엇인지를 맏형으로서 제대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경규와 같이, 진정성을 중요시하는 사람은 그 진정성에 의심을 받으면 크게 상처를 받고 회복하는데 오래 걸린다고 전문의는 우려했다. 특히 이경규와 같은 성향의 연예인들은 진정성과 순수성에 상처를 깊게 받으면, 때론 자살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그런 부분은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이경규는 의미심장하게 고개를 끄덕거렸고, 병원에서 이어진 검사에서 또 한번 시청자를 놀라게 만들었다.
남격 이경규 공황장애 충격고백, 강호동이 생각난 이유?
이경규의 그림을 본 전문의는, 그가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에 있지만 스스로 억누르는 경향이 강하고, 타인과의 교류에 불편함을 느낀다고 진단했다. 그러자 이경규는 4개월 전 공황장애라는 진단을 받고 현재까지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고백을 해 멤버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태원을 제외하곤 아무도 그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공황장애는 특별한 이유 없이 예상치 못하게 나타나는 극단적인 불안 증상으로, 극도의 공포심이 느껴지면서 심장이 터지도록 빨리 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며 땀이 나는 등 신체증상이 동반된다고 알려졌다. 이경규도 이처럼 죽을 것 같은 심리상태를 자주 경험했다면서, 중간중간 자신을 꼬집어 보면서, 살아있음을 확인할 정도로 심각했다고 털어놨다. 옆에 있던 김국진은 함께 진행하던 프로그램에 녹화를 중단하고 병원에 갔던 이유가 공황장애때문이란 걸 몰랐었다면서 안타까워했다.
현재 이경규는 약물치료와 함께, 최근 남격에서 진행중인 장기미션 식스팩만들기를 위해, 꾸준한 운동을 병행하다보니, 건강상태도 많이 호전됐다고 밝혀 그나마 다행스러웠다. 그러나 공황장애가 심리적인 압박, 스트레스가 주원인으로 알려진 만큼, 스스로는 마음의 안정을 유지하고, 주변 사람들은 따뜻한 관심을 갖고 배려해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으로 보였다.
사실 이경규가 공황장애라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건, 시청자입장에서도 상당한 충격이었다. 지난 해 꾸준한 방송활동으로 연예대상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꼬꼬면으로 대박을 터트렸다. 무엇보다 30년 넘게 대한민국 웃음을 책임지며 늘 정상에 있던 그가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고 하니, 놀라움은 말할 수가 없다.
이경규가 공황장애를 겪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4개월 전에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 혹시 강호동의 잠정은퇴도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던 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이경규와 강호동의 관계는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이경규가 처음 주례를 본 것이 강호동의 결혼식이었다. 사제지간이면서도, 가족같은 관계를 유지했던 두 사람이다.
이경규도 최고였지만, 청출어람 강호동은 어느새 하늘같은 스승이자 선배를 뛰어넘어 국민MC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그런 강호동이 4개월 전 한순간 빗발치는 비난 여론으로 패닉상태에 빠졌고, 연예계 잠정은퇴를 선언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직후 이경규에게 전화를 걸었고, 두 사람은 전화통화를 하면서 말없이 눈물만 펑펑 쏟았다고 알려졌다. 강호동의 잠정은퇴에 누구보다 충격을 받았던 사람은, 바로 그를 예능계에 데뷔시킨 이경규였다.
당시 이경규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20년 가까이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던 동생 강호동이, 한순간에 상처받고 무너지는 모습은 참담했을 것이다. 한편으론 여론이 지나치게 가혹하게 몰아간다고 느꼈을 것이다. 연예인, 예능인이란 직업에 회의도 밀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이경규는 공황장애라는 병까지 앓게 됐다.
그럼에도 이경규는 다시금 카메라앞에 서서 시청자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공황장애라는 사실을 주변에 숨겨가면서까지 말이다. 어쩌면 이경규는 외부출입을 꺼리며 여전히 힘들어하는 강호동에게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능의 스승이자, 인생의 선배로서 시련을 이겨내는 방법을 말이다.
이 날 방송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이경규의 공황장애를 얘기하며 전문의가 했던 말이다. 사람이 상대방에게 화가 나는 이유는, 사람이 얼마나 약한 존재인지를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인간은 깨지기 쉬운 나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보호하고 보듬어줘야 할 존재란 사실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인터넷은 폭력으로 물들고, 학교는 어린 학생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우리사회가 공황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