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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담빠담, 한지민에 물든 정우성식 사랑법!

바람을가르다 2012. 1. 3. 09:08






2일 방송된 월화드라마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 9회에선, 정우성과 한지민의 베드신이 화제가 됐다. 폐가에서 이뤄졌다고 해서 폐가베드신이라는 별칭도 붙었다. 그러나 시청자의 기대(?)와 달리, 아무 일도 없었다. 극중 양강칠(정우성)과 정지나(한지민)는 그냥 잠만 잤다. 심지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동시에 골아 떨어졌고, 그렇게 두 사람은 잠자는 포즈만 19금으로 하룻밤을 보냈다.

소나기를 피해 폐가에서 보낸 첫날밤이 있기 직전, 강칠은 지나에 사랑을 고백했고 지나는 순수하게 그의 마음을 받아주었다. 강칠은 기뻐했고, 지나는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게 둘은 연인으로 발전한 것이다. 때문에 하룻밤사이 별일은 없었지만, 강칠과 지나는 잠들기전에도 경계심이 없었고, 아침에 깨고 나서도 거부감없이 서로를 대할 수 있었다.



빠담빠담, 한지민에 물든 정우성식 사랑법!

그러나 정지나가 양강칠을 사랑하면서도, 온전한 애인으로 받아들인 건 아니다. 지나는 사랑이란 ‘본질(목적)’과 연인이란 ‘관계(수단)’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마음에 일정한 선을 그었기 때문이다. 사랑을 하면 연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강칠과 달리 말이다. 이런 정지나와 양강칠을 보면,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소리’가 확실히 노희경작가의 작품이란 생각이 새삼 느껴진다.

노희경작가의 전작 ‘거짓말’, ‘우리가 정말 사랑했을까’, ‘고독’, ‘굿바이솔로’ 등 멜로드라마 속 주인공들은, 사랑에 대한 접근방법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한 사람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다. 때문에 양강칠처럼 무식할 정도로 솔직하고 저돌적이며 세상의 눈따윈 신경쓰지 않는다. 그러나 반대로 상대방은 애써 쿨한 척 하지만 늘 사회적인 편견, 타인의 시선 등을 끊임없이 신경쓰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쉽게 벗어나질 못한다. 빠담빠담에 정지나처럼.



때문에 노희경작가 드라마속 주인공들의 사랑에 관해선, 주변사람들이 크게 문제를 만들지 않는다. 주인공의 부모가 더 난리가 나서, 훼방을 놓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른 수순을 밟는다. 주인공 스스로가, ‘저 사람과 내가 사귄다면, 결혼한다면 우리 부모님은 이렇게 생각하실거야. 내 친구, 직장동료들은 우리 커플을 보고 이러이러한 판단을 하고, 세상 사람들은 나를 이런 식으로 평가하겠지.’식으로 개인마다 다를 수 있는 사랑을, 세상이란 눈, 보편적인 시각에서 접근하고 혼란을 겪는다. 그것이 내면의 갈등을 증폭시킨다.

빠담빠담 9회에서, 정지나는 양강칠과 둘이 있을 때면 걱정이 없다. 강칠의 따뜻한 부분을 그대로 읽어내고, 그에게 사랑을 느낀다. 폐가에서도, 차안에서도, 놀이터에서도 그랬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선, 마음과 다르게 양강칠을 민감하게 느끼고 불편해한다. 레스토랑에서도, 길에서 우연히 민효숙(김민경)을 만났을 때도. 심지어 지나는 효숙에게 강칠과 사귀는 게 아니라고 말해, 그에게 상처를 줬다.




빠담빠담 9회가 실질적으로 보여준 것은, 정우성과 한지민의 베드신이나 데이트가 아니었다. 바로 거짓말이다. 강칠은 사랑하니까 사귀자고 제안하자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던 지나에게, 지난 일주일동안 생각해봤고 물었지만, 지나는 막상 생각할게 없어서 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강칠은 자신이 돈없고, 무식하고, 전과자에, 암환자인데 정말 애인삼아도 좋을 지 생각할 게 없었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지나는 고개를 돌려 없었다고 말했다. 강칠의 눈을 보면, 자신의 거짓말이 들킬 거 같았기 때문이다. 결국 효숙을 만난 일로, 거짓말했다는 걸 강칠에게 털어놓지만 말이다.

9회에선 지나뿐 아니라, 등장하는 인물들이 저마다 거짓말을 하며 에피소드를 만들고 내용을 발전시켰다. 강칠에게 살인죄를 뒤집어 씌운 찬걸(김준성)과 용학(김형범)이 각각 증거물과 돈을 맞바꾸는 거래를 하지만, 거래물품은 둘 다 가짜를 내놓았고 서로를 속였다. 이국수(김범)는 정(최태준)이를 괴롭히는 친구들을 혼내주기 위해 일진 친구에게 거짓말을 했다. 정이는 강칠에게 거짓말을 하고 PC방에게 가 엄마와 관련된 남자의 이메일을 확인했다. 또 용학이 아버지는 국수에게 거짓말을 하다 들켰다.



효숙이 강칠에게 지나와 사귀냐고 물었을 때, 중간에 국수가 아니라고 거짓말을 했다. 그러자 강칠은 왜 거짓말을 하냐며 국수에게 화를 냈다. 자신은 거짓말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것이고 싫다면서 말이다. 강칠이 억울하게 살인 누명을 쓰고 15년동안 감옥살이를 했으니, 거짓말에 대한 거부감이 남보다 더욱 컸을 것이다. 그런 강칠이 앞으론 거짓말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랑하는 정지나를 위해서.

지나는 강칠과 사귀는 걸, 남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고 눈물을 흘리며 그에게 말했다. 강칠을 사랑하지만, 주변시선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칠은 지나에게, 우리 둘만 좋으면 되는 거라며, 남들에게 알리지 말고 사랑을 계속 하자고 답해주었다. 남들앞에선 자신을 모른 척해도 좋다면서. 그렇게 빠담빠담 9회속에는 거짓말이 여러 이유로 여러 사람을 돌다가, 결국 강칠과 지나의 사랑에 마지막으로 자리를 틀었다.



앞서 노희경작가의 전작들을 거론하며, 주인공들이 사랑에 접근하는 방법이 대조적이고 강칠과 지나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얘기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 서로 다른 조건을 가진 채로 사랑을 시작했다. 두 사람이 있을 때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 일들이, 여러 사람과 얽힐 것을 미리부터 걱정하고 삐걱될 수 있음을 알았고, 첫 번째 처방으로 거짓말을 택했다.

안타까웠던 것은, 사랑의 대가로, 그 교차점을 찾기 위해 세상의 때가 묻게 될 양강칠이다. 무식하고 서툴고 투박하지만,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양강칠(정우성)의 사랑방식이 따뜻하고 순수하게 그려져 왔기 때문이다. 문득 ‘모르는 게 약이다’란 속담이 떠오른다. 정지나처럼 세상을 너무 많이 알고 생각이 깊어지면, 그만큼 사랑은 수단에 의해 본질이 훼손되고 당사자는 힘들어 질 수 있다. 왜 많은 사람들은 양강칠처럼 쉬운 길을 두고 정지나처럼 힘든 길을 택하는 걸까. 빠담빠담 9회는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