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드라마대상, 차승원 대상 못탄 건, 공효진 때문?
매년 지상파 3사의 연말시상식은 잡음을 남긴다. 그리고 올해 역시 다를 바 없었다. 특히 개인이 아닌 작품에 대상을 선정하기 시작한 MBC에 대해, 네티즌은 아쉬움과 실망감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20일 방송된 2011 MBC방송연예대상에선, 유력했던 대상후보 국민MC 유재석에게 어울리지 않는 최우수상을 주는 대신, 일밤 ‘나는 가수다’에게 대상을 영예를 안겼다. 아무리 나가수가 죽은 일밤을 살렸다고는 하나, 여전한 인기와 건재를 과시중인 무한도전과 유재석, 모두를 외면한 MBC의 선택은 납득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30일 이어진 2011 MBC드라마대상에서도 연예대상과 비슷한 실망감을 안겼다. 정준호와 이하늬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MBC드라마대상, 올해의 드라마상에는 차승원-공효진 주연의 ‘최고의 사랑’이 차지했다. 그러나 과연 최고의사랑이란 작품이, 대상 올해의 드라마상에 과연 어울리는가에 대해선 의문 부호가 앞선다. 아무리 저주받은 MBC수목드라마에서 시청률로 20%에 육박하며 성공을 거두었다고는 하나, MBC드라마는 수목뿐 아니라 주말극도 근래 참패를 거듭했었고, 그렇다면 주말 시청률 20%를 넘긴 ‘내마음이 들리니’와 ‘반짝반짝 빛나는’을 어떻게 봐야 하는가.
MBC드라마대상, 차승원 대상 못탄 건, 공효진 때문?
드라마 ‘최고의사랑’이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기를 잡고 흥행에 성공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작품자체가 올 한해 MBC드라마를 통틀어 최고인 대상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지 않다. 최고의사랑은 대표적인 캐릭터 중심의 드라마로, 사실상 독고진-구애정을 연기한 배우 차승원과 공효진의 힘이 작품(내용)보다 더 컸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흔한 소재로 볼 수 있는 스타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코미디 최고의사랑은, 오히려 작품성면에선 실험성이 돋보였던 ‘로열패밀리’는 물론이고, 훈훈함속에 감동과 재미를 선사한 ‘내마음이 들리니’와 ‘반짝반짝 빛나는’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MBC 덜컥 최고의사랑에 최고의 영예를 안기는 무리수를 던졌다. 왜 일까.
처음부터 드라마의 작품성을 평가한 게 아니었고, 배우를 향한 대상을 준비했기 때문이다. 즉, ‘최고의사랑’이란 작품에 주는 대상이 아닌, 연기했던 차승원과 공효진을 위한 대상이었다. 동시에 ‘반짝반짝빛나는’ 김석훈-김현주, ‘불굴의며느리’ 신애라까지 최우수상으로 챙기며, 차승원-공효진과 같은 무게의 상을 부여해, 실질적인 연기대상자만 5명을 배출하는 무의미한 효과를 누렸다. 여러 배우들의 자존심을 챙기고, 주관한 MBC는 실리를 챙기는 꼼수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다수의 네티즌은 최고의사랑 차승원을 2011 MBC연기대상 대상이라고 예감했다. 그만큼 그가 연기한 독고진은 웃음과 감동을 주었고, 차승원의 연기는 빛을 발했다. 그러나 연기대상이 드라마대상으로 바뀌면서, 차승원은 평생 한번 있을까말까한 대상도 물거품이 됐고, 엉뚱하게도 작품상은 최고의사랑이 차지했다. 최고의사랑이 대상을 받은 건, 차승원-공효진을 고려한 MBC의 선택이었다.
한편으론 MBC가 갑자기 왜 개인이 아닌 작품에 대상을 부여하기 시작했는가에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원칙이 없고 결과에 대해 다수의 시청자가 납득하기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작품에 대상을 주려면, MBC방송연예대상은 나는가수다가 아닌 무한도전이 받아야 했고, MBC드라마대상은 최고의사랑을 주는 게 아니었다. MBC측에서 공정하게 심사했다면 말이다.
MBC방송연예대상은 일밤 나는가수다에게 대상을 주기 위해 유재석에게 최우수상을 안겼다. 그렇다면 MBC드라마대상은 누구를 위해 대상을 받아야 할 차승원에게 최우수상을 주었을까도 생각해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공효진-김석훈-김현주-신애라가 모두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MBC가 연기대상을 드라마대상으로 바꾸면서, 가장 염두했던 배우는 아마도 공효진이 아닐까 생각된다.
공효진은 ‘고맙습니다’, ‘파스타’에 이어, '최고의사랑‘으로 MBC에서만 최우수상을 3연속 수상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실질적으로 지난해 파스타로 공효진을 대상을 받아야 마땅했지만 최우수상에 그쳤고, 동이 한효주와 역전의여왕 김남주가 연장방송 대가로 공동대상을 받은 듯한 씁쓸함을 남겼다. 때문에 올해는 그동안 MBC드라마 흥행에 일등공신 공효진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차승원이란 독보적인 대상후보가 있었다. 걸그룹 국보자매출신의 삼류 연예인, 국민비호감 구애정을 맛깔나게 살린 공효진도 훌륭했지만, 독고진 차승원이 상대적으로 돋보였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최고의사랑 커플에게 ‘파리의연인’ 박신양-김정은마냥 공동대상을 주기도 애매했다. 그렇다고 공효진에게 대상아래인 최우수상으로 다시금 실망감을 안기기엔, 전년도에 MBC가 지은 업보가 너무 컸다.
MBC는 차승원과 공효진을 같은 선상에 놓았다. 결국 MBC드라마국은 예능국과 합심해 연기대상에서 드라마대상으로 갈아탔고, 차승원의 대상은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다. 동시에 ‘최고의사랑’은 올해의 드라마상이란 기대이상의 대상을 받아냈다. MBC가 작품상과 연기상은 분명 구분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기상을 작품상에 투영하는 아마추어적인 행태를 보인 것이다. 또한 최우수상을 남발하면서, 연기상이란 개념도 무색하게 만들었다. MBC방송연예대상에 이어, MBC드라마대상까지 MBC는 그렇게 병살타를 날리며 2011년을 마무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