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을 보는 듯한 지드래곤의 논란
현재 표절논란속에서도 당당한 듯 정면돌파하는 지드래곤을 보면, 정치인 뺨치는 것 같다. 음반과 음원의 주요고객인 10대와 20대 팬들을 다수 보유한 그이기 때문에 거칠 것이 없는 듯 하다. 그가 표절을 제기한 네티즌과 기자들을 상대로 서슴없이 직격탄을 날리는 배경에는 열렬하고도 맹목적인 지지기반을 등에 업고 있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표출할 수 있는 것은, 그의 앨범을 소비해 줄 탄탄한 고정팬을 확보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SM, JYP와 함께 음반업계를 주도하는 대형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라는 권력아래 뿌리를 내리고 열매를 맺은 빅뱅. 그리고 빅뱅 리더 G드래곤. 거물급 스타가 된 그의 한마디는 이슈가 되고, 대중에게 선보이는 것들은 그의 팬들을 중심으로 유행이 된다. 그리고 지드래곤이 누구인지 모르던 사람도 자의든 타의든 그를 접할 수 밖에 없는 미디어의 굴레 속에 있다. 마치 정치에 무관심한 사람도 매일같이 뉴스를 통해 정치인들과 만나야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지드래곤이 표절을 했든 하지 않았든 논란이 가열되고, 논란은 끊임없는 이야기거리를 양산한다. 이렇듯 관심이 논란으로, 논란이 마케팅으로 변질될 경우, 미디어의 습성상 대중들에게 노출되는 횟수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내가 지지하는 않는 정치인이 내가 사는 지역구에서 당선이 되었다. 좋든 싫든 정해진 기간동안은 그의 입법활동을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선거과정에서 그가 부정한 방법을 동원했다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것도 국민의 권리이다. 마찬가지로 지드래곤의 앨범을 사든 사지 않든, 팬이든 팬이 아니든, TV, 라디오, 신문, 인터넷 등 그의 비즈니스에 노출된 대중들은 정품인지 복제품인지에 대해 논할 권리가 있다.
지난 달 31일, 가수
최근 대중음악에서 빈번하게 제기되는 표절에 대한 그들의 우려섞인 목소리는, 방송이 끝난 뒤 <
그를 스타로 키운 것은 미디어와 결탁한 대형기획사라는 권력이며, 거물로 키운 것은 그를 선택하고 소비한 대중들이다. 지드래곤의 음악이 부정의혹을 가지고 노이즈마케팅을 하던 말던 소비를 안 하면 그만이다. 그런데, 그의 음악은 현재 음반관련 모든 차트를 석권해버렸다. 그의 앨범을 소비한 사람들이 다른 가수들에 비해 많다는 결과다. 선거로 치면 그는 당선이 된 것이다.
물론 그의 앨범도, 다른 사람의 앨범도 구매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불법다운로드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테고, 아이돌 중심으로 흘러가는 음반시장에 무관심으로 돌아선 기성세대가 많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이것은 돈을 지불하고 앨범과 음원을 구입하는 충성도가 높은 10대들을 겨냥한 기획사가 아이돌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게 된 배경을 함축해서 보여주며, 동시에 10대 팬을 보유한 아이돌이 시장을 장악할 수 밖에 없는 구조와 궤를 같이 한다.
마치 정치판에 대한 국민들의 무관심이 선거 때 투표를 안 하는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무투표층이 늘어나면 고정된 지지기반을 확보한 자들이, 능력이 있건 없건 불법을 저지르건 저지르지 않았건 지역주의에 근거한 묻지마 투표를 통해 국회의원 뺏지를 다는 것이 다반사다.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정치인이 무능함을 드러내거나 부정부패와 연루될 경우, 정치판이 바뀌지 않았다며 욕을 한다. 또는 그들의 정책과 상반된 견해를 가졌다하여, 내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선출된 자의 정책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지드래곤 한 사람의 표절을 문제삼는 것은, 국회의원 한 사람의 부정 의혹를 제기하는 것만큼이나 쉽다. 또한 그나물에 그밥인 국회를 비판하는 것만큼이나 아이돌이 중심이 된 시장을 비판하긴 쉽다. 그러나 균형감을 상실한 채 허약해져 가는 대중음악의 체질을 바꾸려면 비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컨텐츠의 양과 질은 물론 다양성 높이기 위해선 음반시장에 10대만큼이나 3,40대의 구매력이 높아져야 한다. 그렇지않으면 제2, 제3의 지드래곤 사태는 빈번하게 재현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