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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 토크콘서트, 어색함을 부른 3가지?

바람을가르다 2011. 12. 23. 10:28






22일 방송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에는 산울림에 김창완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김창완의 음악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고, 그의 노래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산울림의 주옥같은 곡들은 많이 접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토크는 기억이 안 나고, 노래만기억에 남을 정도였다. 한편으론 토크쇼가 아닌, 음악프로그램 ‘라라라’나 ‘유희열의 스케치북’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게스트 김창완의 장점과 활용도 측면에선 효율적인 면도 없진 않았지만, 졸지에 메인MC 주병진이 역할이 축소되고 지워지는 역효과도 불렀다. 주병진의 토크쇼가 추구하는 방향성에 대한 모호함을 부추긴 면이 적잖았다.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정말 재미가 없다. 전체적으로 둔탁하고 어색하다. 그 중심에 토크쇼의 제왕이라 불렸던 주병진이 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주병진이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아쉬움이 앞선다. 왜?



주병진 토크콘서트, 어색함을 부른 3가지?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를 평할 때, 가장 많이 지적되는 부분이 ‘올드하다’라는 평이다. 올드한 건 나쁜 게 아니다. 분명 매력이 있다. 리메이크 앨범들이 잘 팔리는 이유, ‘나는 가수다’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향수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주병진이 방송복귀를 하고, 여러 방송사가 그의 영입에 치열하게 뛰어들었던 것도, 시청자가 느끼는 그에 대한 향수때문이었다.

즉 주병진의 경쟁력은 향수고 올드함이다. 그래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가 올드하다는 평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접근방법이다. 비록 주병진의 캐릭터가 올드하지만, 진행패턴이나 접근방법에선 신선함을 주어야 한다. 동시에 메인MC 주병진만의 개성과 매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드러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신선함이 아닌 어색함만 부르고 있다.



1. 안 어울린 자막 남발!

20세기 예능과 21세기 예능의 차이는 자막의 역할이다. 무한도전과 같은 리얼버라이어티가 등장하고, 집단토크쇼가 주류를 이루면서, 빠른 흐름속에서 다수의 출연자를 컨트롤하고 편집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자막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단순히 진행과정을 설명하는 이정표에 그치지 않고, 상황의 포인트를 집어주고 웃음도 유발하는 역할을 자막이 담당한다.

그런데 주병진의 토크쇼의 경우, 출연자도 적을 뿐 아니라 진행자체가 느림의 미학을 추구한다. 강호동의 무릎팍도사와 같이 캐릭터가 주축이 된 토크쇼도 아니고, 강심장이나 세바퀴처럼 2~30명씩 출연하는 집단토크쇼도 아니다. 그렇다면 굳이 자막이 필요없다. 자막이 오히려 거추장스럽게도 산만함을 부추기고, 1인 토크쇼의 장점을 훼손시키고 있다. 지금처럼 느릿한 진행패턴을 바꾸던지, 자막을 최대한 자제하던지, 둘 중 하나만 취할 필요가 있다.



2. 보조MC 최현정의 딜레마

보조MC 최현정덕분에 올드한 그림이 연출된다.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존재감을 띄우려고 애쓰지만 효과는 없고, 오히려 메인MC 주병진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어색함을 부른다. 물론 주병진의 토크콘서트 분위기자체가 조용하고 편안함을 추구하기에, 아나운서출신에 최현정은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

문제는 그녀의 역할이다. 포지션이 명확하지 않다. 더블MC도 아닌데, 주병진의 영역을 침범해 질문의 주체가 된다. 그렇다고 말없이 들어주기만 하면 병풍이 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보조MC가 꼭 필요할까. 차라리 주병진 단독진행에, 22일 방송분에 장기하처럼 게스트와 인연이 있거나 관련된 사람이 출연해, 보조MC의 자리를 메우는 것이 주병진의 장점을 극대화시키는 데엔 효과적으로 보였다.



3. 주병진 본인이 적응을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다. 강약조절이 안 된다. 평이하다. 덕분에 긴장감과 재미가 연출되지 못한다. 김창완편에선 두 가지가 특히 거슬렸는데, 첫 번째는 오프닝에서 주병진이 덥다면서 상의를 벗고, 이어 바지까지 벗으려는 모션을 취한 장면이다. 정말 올드한 상황극을 하고 있었다. 그것마저도 매끄럽게 못하고 어설프기 그지없다.

두 번째는, 김창완이 결혼문제로 고민하는 최현정에게 이야기하는 장면. 옆에 듣고 있던 노총각 주병진이 일어서며 발끈했다. 근데 웬 ‘으아아...’ 안 하느니 못한 리액션. 행동을 취하려면 확실하게 덤비고, 점잖을 떨려면 참는 게 낫다. 어중간한 리액션에 스스로도 민망해 하는 주병진의 모습은, 확실히 감이 떨어졌고 적응을 못하고 있음을 자체 홍보하는 꼴이었다.



토크쇼의 제왕 주병진? 시청자가 주병진에게 바라는 토크쇼가 뭘까. 바로 ‘일밤’의 메인MC로 시작해 토크쇼의 아이콘으로 우뚝 섰던 과거 주병진의 자신감이다. 현재는 자신감이 많이 결여되어 보일뿐 아니라, 지나치게 몸을 사리며 조심스럽다. 게스트를 향한 촌철살인같은 질문은 기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주병진은 게스트를 쥐락펴락하지도 못하고 애써 포장하지도 않는다. 평이하고 식상한 질문을 던진 후, 게스트가 알아서 자신을 포장하게 만든다. 재미가 없는 게 당연하다. 메인MC는 지나치게 느긋하고, 게스트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한다. 날카로운 질문, 하기 싫은 얘기도 할 수 있을 때, 게스트의 인생도, 본 모습도 드러나기 마련인데, 주병진의 토크콘서트는 시청자로 하여금, 그저 틀에 박힌 대본을 읽는 연예인을, 배우를 보는 기분을 들게 만든다.



시청자는 출연자의 겉이 아니라 속을 보고 싶기 때문에, 1시간 넘는 시간을 투자해 토크쇼를 시청한다. 그런데 겉에 충실한 대화를 나눈다. 무릎팍도사 강호동처럼 때로는 장난스럽게 덤비고, 속을 날카롭게 후벼 파야 토크쇼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느리고 조용한 주병진의 토크콘서트와 같은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문제는 풀어가는 과정이다. 강약이 없고 재미가 없으면, 토크쇼는 힘을 잃는다.

주병진에겐 적극성, 자심감이 더 필요하고, 게스트에 대한 사전 준비를 통해 촌철살인에 가까운 질문을 여과없이 던질 수 있어야 한다. 지금처럼 적당히, 본인과 게스트가 편안하면 장땡이란 접근은 시청자의 외면만을 부를 뿐이다. 축 처진 진행. 어색함만 부르는 토크쇼, 주병진이 날라다닌 과거에도 그런 방송은 결코 사랑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