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저녁예능 방송3사 가을운동회
일반적으로 가족들이 TV앞에 가장 많이 모이는 시간은 일요일 저녁이다. 직장과 학교로 다시금 돌아가야 하는 월요일을 앞두고, 대부분 달콤한 마지막 휴식을 가족과 보내게 된다. 시청자에게 가장 편안한 시간이, 방송국에겐 가장 치열한 전쟁터라고 볼 수 있다. 황금시간대라고 볼 수 있는 일요일 저녁은 값비싼 광고를 따올 수 있기 때문에, 제작에 물량공세를 퍼붓게 된다. 당연히 국내 최고의 MC들을 영입하고, 특급게스트 유치에도 열을 올린다. 그리고 코너들은 시청률이란 성적표에 따라 단칼에 폐지될 수 있는 칼날 끝에 서 있다.
현재 일요일 저녁에 방송되는 예능프로그램은 KBS <해피선데이>, MBC <일밤>, SBS <일요일이 좋다>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해피선데이의 <1박2일>과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가 일요일 저녁을 양분하고 있다.
<1박2일>과 <패떴>은 프라임타임에 어울리게 세대를 초월하는 재미를 갖췄으며, 이것은 밴드왜건 효과를 부르듯 시청률 쏠림현상으로 나타난다. 전통의 강자이자, 버라이어티 천회의 금자탑을 세운 <일밤>은 5%의 굴욕적인 시청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코너의 신설과 폐지를 반복하고 있다. 해피선데이의 다른 코너 <남자의 자격>과 일요일은 좋다의 <골드미스가 간다>는 면피수준으로, 피박에 광박까지 뒤집어 쓴 <일밤>보단 양호하다고 볼 수 있다.
시청률이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일요일저녁에 모든 코너들은 시청자에게 다가가기 위해, 그들 나름의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질적으로 비교우위에 있는 프로그램이 보다 많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지난 주에 해피선데이를 봤다. <남자의 자격>에서 일곱 명의 멤버들이 허름한 폐가를 그들만의 손을 빌어 아지트로 변모시키는 모습이 참 훈훈하고 보기 좋았다. 평소보다 웃음은 적었지만, 알 수 없는 재미가 있다. 그들이 직접 지은 아지트에 모여 종종 시간을 보내면 참 보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외국인들과 떠난 <1박2일>은 여전히 훈훈했으며, 배신하지 않는 웃음이 있었다.
시청을 마치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피선데이 멤버들이 모여서 운동회를 하면 어떨까? 강호동의 <1박2일>멤버들과 이경규의 <남자의 자격>멤버들이 해피선데이를 통해 가을운동회를 하면 재밌지 않을까하는. 두 코너의 멤버들이 청팀과 백팀으로 나뉘어 복주머니도 깨고, 릴레이도 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의 어느 분교에서 마을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면 참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예능프로그램의 스타들을 한 화면에서 볼 수 있는 이벤트를 해피선데이가 해주었으면 하고 말이다. 해피선데이 안에선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그러나 이러한 생각은 더 나아가 혼자만의 욕심으로 좀 더 변질되버렸다. 바로 방송3사가 모두 참여하는 가을운동회로 말이다. <해피선데이>, <일요일이 좋다>, <일밤>이 모두 참여해 한 장소에서 간판프로그램의 명예를 걸고 시청자를 위한 이벤트를 해주면 안될까.
강호동, 이승기, 이경규, 김국진의 <해피선데이>와 신동엽, 신정환, 탁재훈, 김제동의 <일밤>, 유재석, 이효리, 윤종신, 송은이의 <일요일이좋다>에 출연하는 멤버들이 모두 모여 예능월드컵을 방불케하는 가을운동회를 공중파를 통해 보여준다면, 시청자에게 큰 선물이 되지 않을까. 연말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양복입고 모인 모습이 아닌, 운동복차림으로 시청률이 아닌 또 다른 선의의 경쟁을 도모하며, 출연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리. 동시에 시청자는 그들을 바라보며 색다른 재미와 훈훈함을 느낄 수 있는 시간.
물론 방송사간에 이해관계도 맞물릴 뿐 아니라, 스타들의 스케줄을 일치시킨다는 것은 힘들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들이 매번 입에 달고 사는 시청자를 위해서 대승적인 차원으로 추진하고 결실을 맺어, 방송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하는 혼자만의 희망을 쏴 보았다. 서로 잘났다며 국회에서 싸움질하며 국민들을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여야 정치인들도 아주 가끔씩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양보도 하고 합의도 하던데, 그런 거 보면 불가능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역시나 힘들겠지...
여름의 무더위가 한풀꺽인 9월의 시작. 소리없이 찾아오는 가을로 계절도 옷을 바꿔 입을 시간이 다가온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게 많지만, 가을운동회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성인들에겐 추억을, 아이들에겐 설레임으로 여전히 시공간을 초월한 현재진행형이다. 일요일저녁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올가을에 찾아올 수 있으려나. 단 1% 가능성 일지라도 기대감을 가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