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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꽃, 애인을 향한 막장 총질?

바람을가르다 2011. 12. 8. 11:36






수목드라마 ‘나도, 꽃!’ 9회에선, 명품매장 ‘뻬르께’의 공동대표이자, 언더커버보스로 활약중인 서재희(윤시윤)의 정체를, 뻬르께가 주최한 런칭쇼에서 파트너 박화영(한고은)이 전격공개했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공개보단 폭로에 가까웠다. 재희는 여전히 자신의 위치가 세상 사람들앞에 공개되는 걸 원하지 않았고, 화영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밝혔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재희의 성격과 마음을 잘 아는 화영이 이러한 무리수를 두었던 건, 재희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동반되어서다. 재희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자신과 뻬르께를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재희를 화영과 뻬르께안에 자연스럽게 가두기 위해선,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할 수 있는 세상의 눈이다. 덕분에 유명인사 서재희의 활동폭은 좁아질 수밖에 없고, 결국 그가 책임져야 할 뻬르께를 쉽게 떠날 수 없다는 걸 명확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나도꽃, 애인을 향한 막장 총질?

재희도 화영의 생각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재희가 분노했던 건 자신을 급작스럽게 공개한 화영의 방식에 있었다. 시기적으로 세상에 나설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상태였던 터라, 당황하고 화부터 냈던 것이다. 동시에 사랑하는 연인 차봉선(이지아)에게, 먼저 얘기하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릴 수밖에 없다. 봉선은 재희가 뻬르께매장의 주차요원인 줄로만 알기 때문이다.

뻬르께 런칭쇼를 찾았던 봉선은, 재희가 주차요원이 아닌 뻬르께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졌다. 당황하고 허탈해했다. 무엇보다 재희에게 느낀 배신감을 어쩌지 못했다. 엄청난 부를 거머쥔 대표라는 사실을 숨기고, 가난한 주차요원행세를 하며 자신을 가지고 놀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봉선은 재희에 대한 믿음과 사랑을 모두 부정하게 됐다.



사람과 인간관계를 믿지 못해 우울증치료를 받던 봉선에게, 재희는 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게 만들어 준 사람이다. 재희의 오토바이에 도난신고가 접수된 20억짜리 명품핸드백이 놓여있을 때도, 봉선은 그가 범인이 아니라고 믿었을 정도였다. 명백한 물증이 있었음에도, 봉선이 재희가 범인이 아니라 믿었던 건, 단순히 그를 사랑하기 시작해서는 아니었다.

봉선도 사람을 믿고 싶었고, 그 믿음을 재희를 통해 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봉선의 선택을 옳았고, 덕분에 재희와의 사랑도 급진전을 이루었다. 봉선에게 재희는 사랑이고 믿음이다. 봉선에게 재희는 가족을 비롯한 다른 사람에 대한 믿음과 관계회복으로 확장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애정을 쏟고 소중하게 다뤄야 할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재희가 뻬르께 매장의 대표라니...



봉선은 재희에게 속았다는 사실보다, 자신이 어렵게 구축한 믿음이 한순간에 깨졌다는 생각이 앞설 수 있었다. 동시에 봉선은 박태화(조민기)에게 우울증 치료를 받던 처음 시점으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사람이란 원래 위선과 거짓, 모순덩어리라고 믿었던 처음으로 말이다. 때문에 부자 애인이 생겼다는 기쁨을 누릴 여지도 없이, 술에 취해 나도 떡이 되었다.

그래서 봉선은 자신의 입장을 해명하려는 재희를 무시하고 외면했다. 봉선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러나 봉선이 재희에게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길 듯한 액션을 취한 것은 해도해도 너무했다. 아무리 재희에게 실망하고 화가 났다고 해도, 해명하고자 찾아온 애인에게 총질이 웬 말인가. 무슨 삼류막장드라마도 아니고. 게다가 봉선은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이 아닌가.



애인 서재희에게 총구를 들이민 여순경 차봉선은 개념도 없고 싸이코로 보일정도였다. 매력있던 여주인공 봉선이 순식간에 싸구려 캐릭터로 전락한 느낌마저 들었다. 서재희는 또 어땠는가. 차봉선의 총을 자신의 이마에 가져가며 쏘라고 부추긴다. 그 뿐인가. 파출소장이 개입해 총기난동사건이 마무리되자, 재희가 봉선과 무릎꿇고 파출소장에게 죄송하다고 말한 시츄에이션은, 무슨 장인어른에게 결혼 허락받는 줄 알았다. 정말 낯간지러워서 못 봐줄 정도였다. 심해도 너무 심한 설정의 연속이었다.

물론 명품핸드백 도난사건 때보다, 두 사람에게 더 강한 에피소드로 믿음과 신뢰를 구축할 필요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도난사건 당시에는 재희의 눈빛과 키스로 봉선에게 믿을 주었다. 그리고 이번엔 언더커버보스 서재희의 정체가 탄로나자, 그 이유를 봉선에게 해명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여자는 총을 들었고 애인인 남자는 쏴볼테면 쏴보라며 자극하고 있었다. 아무리 나도꽃의 캐릭터를 이해하고 보아도, 총질난동은 막장스럽고 낯뜨거운 이미지만 부각시킨 제작진의 명백한 무리수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