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 야쿠자연루설, 종편채널A 보도 왜 나왔나?
지상파 방송3사 (KBS, MBC, SBS)에 준하는 모든 장르의 방송컨텐츠 (뉴스, 교양, 오락, 스포츠, 드라마 등)를 편성하고 방송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 (TV조선, JTBS, 채널A, MBN)이, 12월 1일 일제히 개국방송을 시작으로 지상파TV와 불가피한 경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아직 홍보가 덜 된 탓에, 종편을 어느 채널에서 볼 수 있는지, 심지어 종편이 개국방송을 한 사실조차 모르는 국민도 적지 않다. 그만큼 종편이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기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방송을 시작한 첫날부터, 자사 홍보를 제대로(?) 한 종편채널이 있다. 바로 채널A다. 채널A는 연예계 잠정은퇴한 국민MC 강호동을 앞세워, 미리부터 샴페인을 터트렸다. 채널A는 오후 8시 30분 뉴스를 통해, 23년 전 고등학생 강호동이 야쿠자 모임에 참석했다는 소식과 이와 관련된 동영상을 ‘단독’ 보도해 논란을 낳고 네티즌의 관심을 끌어냈기 때문이다.
강호동 야쿠자연루설, 종편채널A 보도 왜 나왔나?
채널A의 보도는, 1988년 국내 조직폭력배 간부(부산 칠성파 등)와 일본 야쿠자가 의형제 결연(연합)을 맺는 자리에, 강호동이 참석했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강호동 측은 방송직후, 고등학생 때 일본에서 열린 씨름대회에 출전했다가, 경기 후에 김학용회장(당시 씨름계에 대부로, 프로씨름선수 이준희, 강호동 등을 길러냄)이 초청한 식사자리에 따라간 것뿐 이라며 해명했다. 강호동은 누가 있고 어떤 성격의 자리인지도 몰랐었다고 밝혔다. 또한 결연식의 주인공 칠성파 이강환은 1986년 대한씨름협회 산하 민속씨름협회 부회장을 지냈다고 알려졌다.
즉 당시 씨름선수였던 강호동은, 씨름협회 관계자들의 초청으로 밥먹으러 갔다가, 채널A 뉴스보도덕분에 야쿠자와 연루된 조폭으로 오해를 산 셈이다. 그렇다면 이 오해는 어떻게 풀어야 할까. 분명 강호동은 이유야 어쨌든 야쿠자와 식사를 했고, 채널A는 그 사실을 보도했다. 23일전이든 23년전이든, 사실을 보도한 채널A는 문제가 없다고 볼 수도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강호동의 직업은 연예인이다. 그리고 연예인은 이미지가 생명이다. 즉 채널A의 강호동 야쿠자연루설 보도는, 살인행위에 가까웠다. 강호동에게 조폭이미지를 덧씌웠고, 생명(이미지)을 가지고 논 셈이다.
강호동이 왜 연예계를 잠정은퇴 했는가. 세금문제와 종편행 등 각종의혹과 논란 등이 봇물처럼 터져 나와, 국민MC라는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었고, 무조건 의심부터 하고 보는 수많은 언론과 시청자의 눈초리를, 승부사이자 강심장 강호동조차 감당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확인되지 않은 사실에 단지 ‘논란’과 ‘의혹’만으로도, 강호동은 깊은 상처를 입었고 눈물속에 잠정은퇴라는 꺼내고 싶지 않은 카드를 내놓았다. 그만큼 연예인에게 이미지란 무서운 것이다.
그런 강호동을 23년전 일로 다시금 소환한 종편 채널A. 야쿠자와 연루된 줄 오해했으니 강호동에게 사과하면 끝나는 일일까. 아니다. 고소감이다. 연예인 강호동의 이미지에 타격을 주었기 때문에,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역지사지다. 연예인들이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면 해당광고주에게 위약금을 배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렇다면 반대로 강호동의 직업적 특수성을 감안할 때, 그의 이미지에 폭행을 가하고 향후 있을 경제활동에 두고두고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불미스런 채널A의 23년전 야쿠자연루보도도 처벌대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채널A도 강호동이 국민에게 주는 관심과 영향력이 대단하긴 대단하다고 느끼긴 한 것 같다. 개국 첫날, 메인뉴스인 8시 30분에 ‘단독’보도라는 타이틀을 걸고, 강호동을 기사거리로 내보냈으니 말이다. 그것도 23일도 아닌 23년전에 있었던 일을 문제 삼아서 말이다. 덕분에 채널A를 기억하고, 궁금증에 찾아볼 사람들이 늘어났으니 홍보는 톡톡히 한 셈이다. 그러나 채널A는 홍보보다 중요한 신뢰를 잃었다.
방송과 언론의 생리상, 늘 이슈를 필요로 한다는 것도 알고 인정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기도 하다. 때문에 채널A도 강호동이란 이슈메이커를 이용해, 자사를 홍보하려는 욕심도 어떤 면에선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이다. 문제는 23년전의 일을 들추어, 자극적인 내용으로 특종처럼 보도한 데에 있다. 굳이 23년전 사건을 뒤져서 강호동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었나.
강호동같은 유명연예인 말고도 이슈가 될 인물은 우리 사회에 너무 많다. 부정적인 뉴스를 이용해 마케팅을 원한다면, 유명 정치인, 경제인들의 찾아보면 어떨까. 시청자를 사로잡을 특종감이 널렸을 것이다. 굳이 23년전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불과 23일, 23시간 전에 뒤가 구린 정재계 인사들이 어디서 뭘 하고 있었는지 올바르게 취재하고 보도했다면, 충분히 홍보도 성공하고 신뢰도 얻었을 텐데, 왜 굳이 연예계를 잠정은퇴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호동을 선택했는지, 과연 그것이 적절했는지 채널A는 자문했으면 한다. 건강하고 공정한 방송으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면 더욱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