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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작교형제들, 류수영의 구질구질한 첫사랑?

바람을가르다 2011. 11. 28. 10:38





27일 방송된 주말드라마 ‘오작교 형제들’에선, 오작교 농장을 둘러싼 각서소동이 일단락됐다. 백자은(유이)은 농장을 팔지 않기로 결심하고 김제하(정석원)에게 계약을 취소해 줄 것을 요구했다. 제하는 자은에게 데이트신청을 비롯한 3가지 조건을 내걸었고, 자은은 수용했다. 덕분에 오작교 농장의 박복자(김자옥)패밀리는 이사계획을 취소하고 농장에 눌러 앉을 수 있었고, 백자은은 농장주로서 의기양양하게 다락방으로 컴백했다.

그 뿐인가. 백자은에게 전혀 도움이 안 되고 말썽만 일으켰던 새엄마(조미령)까지 알아서 사라져 주었다. 또한 무뚝뚝한 황태희(주원)의 사랑고백까지 재차 끌어내는 수확을 거뒀다. 농장문제를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던 자은은, 이제야 마음 놓고 태희와의 사랑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킬 일만 남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닌 상황이다. 물론 연애과정이 순탄하게 흐를 거란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이렇듯 오작교 농장의 각서문제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자은과 친모의 사망소식에 흔들렸던 태희가, 사랑하나에 올인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반면 황태범(류수영)과 차수영(최정윤)커플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가다가, 태범의 첫사랑 한혜령(김해인)이라는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때문에 태범과 수영의 관계도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오작교형제들, 류수영의 구질구질한 첫사랑?

지난 방송에서 황태범과 차수영은 회사 건물 옥상에 키스를 나눴다. 부부사이에 키스가 뭐가 대단할까 싶기도 하지만, 사실 그들은 부부의 탈을 쓴 친한 회사동료수준에 머물고 있었다. 신혼부부지만 한 이불은 커녕 여전히 각방을 쓰고 있으며, 스킨쉽조차 나누지 않는 천연기념물같은 남자1호, 여자1호 부부다. 둘은 원하지 않은 실수(?)로 아이를 가졌고, 결혼을 했지만 1년간 계약결혼이다.

그런 태범과 수영이 부부가 되고, 서로를 차츰 알아가면서 없던 사랑도 조금씩 커져가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그들이 나눈 옥상키스는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키스를 마친 직후, 너무나 지독한 우연처럼, 태범의 첫사랑 한혜령이 방송작가라며 떡 하니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일하는 방송국 동료로서 말이다. 수영을 짝사랑하는 공지환부장까지 엮어서, 준비중인 토크쇼 프로그램에 네 사람이 엉키게 된 셈이다.



황태범은 3년 전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던 첫사랑 한혜령에게, 왜 하필이 자신이 근무하는 방송국을 택했냐고 따졌다. 혜령은 태범이 보고 싶었다며 이혼했다고까지 덧붙였다. 혜령의 말은, 태범과 다시 시작하고 싶다는 얘기였다. 자신이 차버린 남자에게 오랜만에 나타나 처음 꺼낸 말이, ‘보고 싶었다’, ‘이혼했다’라고 말한 한혜령의 태도는 어떻게 봐야 할까.

표면적으론 ‘솔직하다’와 ‘뻔뻔하다’로 나눌 수 있다. 혜령은 태범과 10년 가까이 연애를 했기 때문에, 굳이 말을 돌리지 않고 솔직하게 자기 표현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혜령뿐 아니라 직장동료들은, 태범과 수영이 결혼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태범을 버리고 다른 남자와 결혼했던 혜령이, 이혼했으니 다시 시작하자며 적극적으로 들이대는 태도는 뻔뻔하게 비칠 수도 있었다.

황태범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또 어떤가. 그는 아내인 차수영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고, 혜령의 제안에 갈등하기 시작했다. 태범은 혜령에게 겉으론 화를 내고 있었지만, 속으론 그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괴로워했다. 그런 남편 태범을 보며 수영은 대화를 원했지만, 태범은 사적인 문제는 묻지 말아달라는 식으로 짜증을 내고 외면했다. 그런데도 수영은 태범에게 반박조차 제대로 못했다. 결혼전에 남녀문제를 비롯한 사생활은 서로 터치하지 않기로 약속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약결혼여부를 떠나서 황태범과 차수영은 부부다. 그리고 태범의 첫사랑 혜령은 황태범 혼자가 아닌, 아내 수영과 함께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문제는 오작교형제들속에 황태범의 첫사랑이 굳이 등장할 필요가 있었을까라는 아쉬움에 있다. 한혜령이 등장하지 않더라도, 태범과 수영은 부부로서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하는 과정과 에피소드가 많이 나올 수 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태범의 첫사랑이 등장하면서, 뻔하고 고리타분한 흐름으로 치닫기 시작했다. 졸지에 유쾌 상쾌했던 커플 황태범-차수영의 매력도 반감되고 있다.

요즘 드라마속에 첫사랑은 민폐의 주역이 되고 있다. 끝이 아름답건, 아름답지 못했건, 추억으로 남을 때 더욱 소중해지는 첫사랑이, 드라마속에선 주인공커플들의 연애를 방해하는 밉상으로 자주 등장한다. 한마디로 요즘 드라마들이 하나같이 구질구질한 첫사랑을 그리는 데 열을 올린다는 사실이다. 거기서 거기의 시각으로 충분히 난도질한 첫사랑을, 이제 드라마가 내버려 둘 때도 되지 않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