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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이승기, 승부욕이 사라진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1. 11. 21. 11:27



20일 방송된 해피선데이 ‘1박2일’에선 김치로드 2편이 방송됐다. 멤버 각자가 지방 특유의 맛과 색이 녹아있는 김치를 가져와 서로 나눠 먹는 시간을 가졌다. 멤버들은 서로가 내놓은 김치의 맛을 보며, ‘와!’, ‘야~’, ‘최고다.’, ‘니가 1등이다!’의 감탄과 수식어를 쏟아냈다. 그렇게 다들 동의어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참 맛있는데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말한 이승기의 말이 와 닿는다.

1박2일의 딜레마다. 여행과정에서 매번 음식을 소개하지만, 맛을 평가함에 있어 반전이 없다. 늘 같은 표현을 할 수밖에 없다. 이수근은 김종민에게, 왜 넌 음식 맛을 보고 평가가 늘 ‘와!’, ‘이야!’밖에 없냐고 구박하기도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수근도 김종민과 같은 감탄사를 반복한다. 때로는 부연설명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그것이 1박2일 멤버들의 몫은 아니기 때문이다.



1박2일 멤버들은 미식가도 아니고 요리전문가도 아니다. 맛에 대한 냉정하고 정확한 평가를 하기 힘들다. ‘맛있다’와 ‘맛없다’로 구분해서 표현하면 제몫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지 않더라도 ‘맛있다’만 연발할 수밖에 없는 포지션에 있는 그들로썬, 음식을 대할 때마다 같은 반응을 보이게 된다. 때문에 방송에서 음식소개가 길어지면 식상하고 지루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멤버들에겐 1박2일의 미션과 복불복이 필요한 것이다. 적어도 게임을 통해선, ‘맛있다’와 같이 천편일률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개인의 예능감의 비롯한 능력치에 따라, 그 과정에서 멤버들은 충분히 다른 에피소드와 재미를 끌어낼 수 있다. 이번 방송 고백점프게임에서, ‘꽈랑꽈랑’을 터트린 엄태웅이 때표적인 케이스다. 반면 이승기는, 너우동에 이은 또 한번의 굴욕을 맛보고 말았다.



1박2일 이승기, 승부욕이 사라진 이유?

김종민이 도착하기 전, 밥한공기를 두고 ‘이수근-엄태웅’VS‘은지원-이승기’가 배드민턴 대결을 펼쳤다. 승리는 운동신경이 좋은 이수근팀이었다. 덕분에 섭섭당 은지원과 이승기는 벌칙으로 물바가지 세례를 받을 위기에 처했다. 그 순간 은지원은, 이승기와 맞대결을 요구하며, 한 사람에게 물바가지를 몰아주기로 결정했다. 의좋은 섭섭당의 분열이었다.

여기가지 예측을 못했다면 1박2일을 즐겨보는 시청자라고 할 수 없다. 벌칙 몰아주기는 은지원의 주특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지원조차도, 동생 이승기와 대결을 제안하는 데 있어, 다소 머뭇거리고 말았다. 예능의 재미를 위해선 몰아주기가 맞는데, 굳이 섭섭당의 동생 이승기와 대결을 펼친다는 게 마음에 걸린 듯 보였다. 그건 이승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일까. 은지원과 이승기의 대결엔 승부욕이 느껴지지 않았다. 져도 된다는 심리가 깔려 있는 듯 비춰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승기에겐 더욱 그런 면이 보였다. 그래서 이수근이 그들의 승부욕을 자극하기 위해, 은지원의 편에 서서 응원을 보내고 코치를 했던 것 같다. 덕분일까. 은지원이 이승기를 이겼고, 이승기는 물바가지의 굴욕을 제대로 맛봤다.

이수근은 볼링하는 자세로 물바가지를 이승기에게 뿌렸고, 은지원과 엄태웅은 박장대소했다. 이어 엄태웅은 이승기의 머리에 물바가지를 얹어버리는 물바가지 콤보를 단행했다. 이승기를 향한 이수근-엄태웅의 물바가지 굴욕은 웃음을 줄 수 있었을 진 몰라도, 동시에 불쌍하다는 생각도 부를 수 있었다. 최근 1박2일의 벌칙은 이승기가 죄다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맏형 강호동이 1박2일에서 하차한 후, 막내 이승기가 실질적인 메인MC역할을 하고 있다. 나영석PD 또한 이승기에 대한 의존도를 높여가고 있다. 덕분에 이승기의 책임감과 부담감이 눈에 띄게 드러나고 있다. 그것이 곧 이승기의 승부욕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마치 맏형 강호동이 승부욕대신 적당한 희생을 통해 늘 벌칙의 중심에 섰듯이, 뒤를 이어받은 막내 이승기가 강호동이 있을 당시 2인자였던 이수근이 해야 할 몫을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1박2일에서 이승기는 황제도, 허당도, 브레인도 아니다. 1박2일의 메인MC라는 위치에서 캐릭터도 접근하고 있다. 때문에 자신보다는 엄태웅과 김종민의 캐릭터를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공공의 적이었던 맏형 강호동에게 보였던 막내 이승기의 승부욕은 사라졌고, 오히려 이승기 스스로가 다른 멤버들의 공격(?)을 무리없이 받아내고 있다. 대신 이승기의 캐릭터는 상대적으로 말랑말랑해졌고, 매번 벌칙의 중심에 서고 있다.

강호동의 빈자리를 매우기 위해, 모든 멤버가 열심히 하려는 것이 눈에 보인다. 이수근과 은지원은 변함없는 역할을 수행중에 있고, 특히 엄태웅-김종민의 경우, 강호동이 하차한 후, 가장 눈에 띠게 발전했다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사실 강호동이 없는 1박2일에서, 캐릭터가 가장 많이 변했고, 높은 공헌도를 보이는 멤버는 막내 이승기다. 모든 상황에서 어쨌든 강호동의 역할을 대신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기가 안쓰러운 건, 1박2일 맏형 강호동의 몫을, 형들을 두고 막내인 그가 대신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란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