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2, 망가진 오피스와이프!
18일 방송된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 시즌2 2회분에서, ‘오피스 와이프’란 소재가 다뤄졌다. 워커홀릭인 남편과 살림과 육아에 시달리는 아내사이를 비집고, 오피스와이프가 등장해, 이혼을 고려할 정도로 부부간에 신뢰는 무너졌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갈등이 빚고 있었다. 때문에 부부는 이를 해소하고 해결점을 모색하려 부부클리닉 위원회를 찾았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피스와이프란 무엇인가. 실제 부부나 애인 관계는 아니지만 직장에서 아내보다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여성 동료를 일컫는다. 반대로 직장여성에겐 남편처럼 친하게 지내는 남성 동료를 ‘오피스 허즈번드’라고 한다. 직장인들에겐 가족 그리고 아내 혹은 남편과 보내는 시간보다는, 직장에서 근무하며 보내는 시간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업무중에 발생하는 고충이나 도움을 쉽게 이해하고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이성동료간에 친밀도가 높아질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얼마 전 기혼남녀를 대상으로 한 모 결혼정보업체에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회사를 다니는 남성의 절반이 오피스와이프가 있다고 나타났고, 30%에 달하는 여성도 ‘오피스허즈번드’가 있다고 답했다. 그리고 부부관계를 해치지 않는 적정한 선을 유지할 수 있다면, 오피스커플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남녀 모두 60%를 넘어섰다.
문제는 부부관계를 해치를 않는 적정선이다. 이러한 오피스커플이 업무에 도움을 주는 직장동료차원을 넘어서, 자신의 배우자가 충족시켜주지 못한 부분을 서로에게 원할 때, 외도(불륜)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오피스커플사이에 성적접촉이 없어도, 업무외적으로 갖는 만남이나 지속적인 연락도 외도라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2, 망가진 오피스와이프!
논란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오피스와이프’를 소재로 삼고 화두에 올려놓은,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2의 이번 방송분은 의미가 있었다. 아쉬웠던 건, 제작진이 풀어가는 방식에 있었다. 오피스와이프를 다룬 것이 아니라, 사랑과전쟁 시즌1에서도 줄기차게 다뤄졌던 불륜커플공식을, 이번 ‘오피스와이프’편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려 들었기 때문이다.
남편(김덕현)의 대학시절 사귀었던 여자친구(민지영)가 입사해 직장동료가 됐다. 팀장인 남편과 옛 여자친구 과거에 서로 사랑했지만, 결혼에는 이르지 못했던 커플이었고, 십여년이 지난 후 직장에서 우연찮게 재회한 오피스커플로 등장한다. 즉 그들은 직장에서 처음 만나, 업무로 인해 친밀한 동료로 발전한 케이스가 아닌, 이미 과거에 사랑을 나눴던 연인이란 사실이다. 그들을 단순히 오피스커플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불륜이란 코드에 더 적합하다. 오피스와이프란 존재가 부부와 가정에 가져올 수 있는 문제로 접근한 것이 아니라, 옛애인과 불륜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만남이란 소재로 이해할 수 있는 설정이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아내(강문희)가 남편과 여자직장동료를 불륜으로 보고 의심하는 결정적 이유가, 두 사람이 과거 연인이었을 때 찍었던 사진을 아내가 우연히 발견하면서 폭발했기 때문이다.
즉 아내의 의심이 꼭지점을 찍은 것이, 상대여자가 직장내에 과할 정도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오피스와이프이기 때문만이 아닌, 과거에 연인사이였던 이들이 같은 직장에서 근무한다는 이유가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보편적인 오피스커플로 접근하고 풀어낸 것이 아니라, 예전에 사랑했던 관계라는 불필요한 설정이 가미되면서, ‘오피스와이프’라는 소재 자체를 ‘주’가 아니 ‘객’으로 전도시켜 버린 셈이다. 실제로 오피스커플 중에, 과거에 연인이었던 사이에서 출발한 커플이 확률적으로 얼마나 되겠는가. 1%나 될까?
‘오피스와이프’란 보편적인 소재를 놓고, 등장인물에게 ‘과거의 연인사이였다.’라는 특이한 설정을 덧칠하다보니, 오피스와이프라는 소재자체가 희석되고 망가지는 역효과를 부른 셈이다. ‘사랑과전쟁’은 미니시리즈가 아니라 60분짜리 단막극의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불필요한 설정을 추가하기 보단, 소재에 좀 더 충실하게 접근해야 하는데, 이번 오피스와이프편은 전혀 그렇지 못했고, 덕분에 소재와 다루려던 내용과 인물의 설득력도 떨어지고, 결국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