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꽃 ‘이지아-한고은’, 매력이 반감된 이유?
MBC수목드라마의 저주일까. 초히트작 ‘내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작가와 이지아-윤시윤-한고은을 앞세운 MBC새수목드라마 ‘나도, 꽃!’이 시청률 5%라는 굴욕을 맛봤다. 물론 동시간대 경쟁중인 ‘뿌리깊은나무’와 ‘영광의재인’이 이미 시청자를 확보한 상태에서 극이 중반을 넘어섰고, ‘나도꽃’은 이제 시작한 지 3회밖에 안 됐기에, 시청률의 추이를 속단하긴 힘들다. 그리고 나도꽃은 로맨틱코미디라는 차별된 장르로 충분히 새로운 시청자를 유입할 여지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17일 방송된 나도꽃 3회가 아쉬움을 남긴다. 자체경쟁력으로 치고 나갈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생각만큼 효과적으로 표현하지 못했다. 로맨틱코미디의 공식에 충실하기 위해 여주인공 이지아에게 술을 먹여 망가뜨리기도 했고, 언더커버보스로 나오는 남자주인공 윤시윤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기도 했다. 심지어 두 사람은 수갑을 차고 거리를 활보하면 티격태격 애정의 농도를 높여갔다.
나도꽃 ‘이지아-한고은’, 매력이 반감된 이유?
신선하고 개성있는 매력으로 극의 탄력을 붙게 할 미니시리즈의 초반임을 감안할 때, 나도꽃 3회는 솔직히 인상적이지 못했다. 무엇보다 시청자가 어떤 점에 포인트를 두고 봐야 할 지, 뚜렷하고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나도꽃 남녀주인공 차봉선(이지아)과 서재희(윤시윤)를 붙여놓기 위해, 인위적으로 급하게 몰아간 느낌이 없지 않았다.
차봉선과 서재희가 왜, 무엇때문에 서로에게 끌리는 걸까. 왜 서로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 난 걸까. 제작진은 그 이유를 ‘외로움’이란 두 캐릭터의 공통점에서 찾았다. 차봉선과 서재희는 외로운 인생을 살아 온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외로움이란 매개를 양쪽 캐릭터에 투영시킨 설정이 지나치게 어둡고 상투적이다. 설정만 놓고 보면 통통 튀는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주말드라마에 나올 법한 통속적인 설정을 벗어나지 못한다.
명품의류매장 ‘빼르께’의 공동대표 서재희(윤시윤)도 마찬가지다. 열세살에 조실부모하여, 누구보다 춥고 배고픈 시절을 겪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트라우마가 형성되어, 매번 숙면을 취하지 못할 정도로 악몽에 시달린다. 그리고 뻬르께의 대표가 아닌 매장의 주차요원으로 근무하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기 거부한다. 그렇다고 서재희가 차봉선처럼 인간관계를 의심하거나 자기부정을 하진 않는다. 수시로 외로움을 느끼지만 누구에게도 속하고 싶지 않은 자유로운 영혼이랄까.
즉 차봉선과 서재희는 실질적으로 부모없이 자랐고, 과정에서 혼자서는 극복하기 힘든 상처를 받았으며, 겉으로는 밝고 유쾌해 보이지만 외로움이 그림자처럼 따라 다닌 공통된 사실. 덕분에 두 사람은 만남이 이어질수록 서로에게 닮은 점을 발견하고, 의지가 될 수 있는 관계로 발전할 바탕이 깔린 셈이다. 다만 그 바탕이 너무 진부했고, 오히려 나도꽃의 밝고 튀는 매력을 죽인 채, 전반적인 극의 톤에서 벗어나 이질감만 주고 말았다. 그들에게 굳이 없어도 될 만한 과거고 설정으로 보일 정도.
차봉선이 여순경으로 나오고 서재희가 패션 디자이너가 된 이유와 맞물리는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들은 부모없이 자랐다는 틀에 박힌 설정을 설명해야 했던 나도꽃 3회가 시청의 기대감과 몰입도를 동시에 떨어뜨린 이유다. 장르를 고려할 때, 그들의 아픈 과거를 뿌리에 두는 에피소드보단, 만화스럽게 그려지는 차봉선과 서재희란 생기발랄한 캐릭터의 충돌이 빚어내는 에피소드로 중심축을 옮겨 놓고 확장시키는 데 주력할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뻬르께’의 공동대표 박화영(한고은)도 3회에선 실망스러웠다. 엘레강스에 럭셔리를 얹은 박화영은, 싼티에 좌충우돌 차봉선과 대조적인 포지션에서 뚜렷한 색깔을 내고 있다. 또한 한고은이 연기하는 박화영은 자체발광 충분한 매력을 발산한다. 안타까운 건, 박화영의 매력을 반감시킨 스토킹에 있었다. 서재희와 차봉선이 만나는 장면을 차를 이동해가며 줄곧 쫓아다닌 박화영. 서재희에 대한 박화영의 집착이 3회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졸지에 로맨틱코미디가 아니라, 불륜 막장의 일일드라마를 보는 듯 했다. 박화영이 차를 타고 가다가, 우연히 서재희와 차봉선의 티격태격을 목격할 수 있다. 그러나 마치 불륜의 현장을 목격이라도 한 듯, 서재희와 차봉선을 따라 장소를 이동해가며 쫓아간 스토킹에 가까운 박화영의 집착은, 섬세하고 차분했던 그녀가 가질 수 있는 캐릭터의 매력을 순식간에 무너뜨렸다.
물론 박화영이 서재희를 짝사랑하기에, 그러한 감시에 가까운 집착이 동반될 수도 있다. 문제는 시기적으로 너무 이르게 비춰졌다는 점이다. 나도꽃이 13회가 아니라 겨우 3회였다. 서재희와 차봉선도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이 아닌 이제 막 서로의 캐릭터를 알아가는 단계에 불과하다. 또한 박화영과 서재희의 관계도 시청자에게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시점이다. 그런데 박화영이 먼저 차봉선과 서재희의 관계를 의심하고 나선 것이다. 급해도 너무 급하다.
나도꽃 3회는, 주인공들의 암울한 과거 그리고 집착을 설명하느라, 밝고 경쾌했던 캐릭터도 뒤죽박죽스러웠고, 장르의 정체성도 모호한 느낌을 남겼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내용이 일정한 톤을 유지하지 못한 것이, 나도꽃 3회의 시청몰입도를 방해했다. 드라마속에 인물들에게도 희노애락은 있다. 다만 한 회에 4가지 모두를 보여줄 필요는 없다. 차분하게 매회 하나씩 포인트를 두고 보여줘도 충분히 전개가 매끄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꽃은 단막극이 아니라 미니시리즈이고, 이제 시작이란 사실을 감안한다면 제작진이 좀 더 느긋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