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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꽃, 극과극의 조합-미스캐스팅은 누구?

바람을가르다 2011. 11. 10. 12:58



심통쟁이 여순경 차봉선(이지아)과 두 얼굴의 왕자 서재희(윤시윤)의 아주 맹랑한 사랑이야기가, 9일 첫방송된 MBC 새수목드라마 ‘나도, 꽃!’의 헤드라인이다. 말 그대로 평범한(?) 여순경과 주차요원 행세를 하고 있지만, 사실은 잘 나가는 의류업체 ‘뻬르께’에 CEO와의 사랑이야기다. 여기에 뻬르께의 공동대표 박화영(한고은)과 재벌남과의 결혼을 꿈꾸는 명품매니아 김달(서효림)이 엮이면서, 왕자 서재희를 두고 세명의 여자가 쟁탈전을 벌이는 로맨틱코미디가 드라마 ‘나도 꽃’이다.

그렇다면 나도꽃의 1회는 어땠을까. 한마디로 무난했다. 주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의 부각시켜 시청자의 이해를 돕는데 주력했다. 아쉬운 건 그 무난함이다. 첫회치곤 임팩트가 없었다. 나도꽃의 경쟁력이 되고 차별성을 부각할 임팩트가 보이지 않았다. 로맨틱코미디의 특성상 발생한 에피소드는 물론, 신선하고 통통 튀어야 할 인물들의 매력도 충분히 표현하지 못한 채, 무난함을 쫓고 있었다. 그나마 박태화(조민기)캐릭터가 특이했다 정도랄까.



오히려 초반 진행은 실패에 가까웠다. 남녀주인공 차봉선과 서재희의 첫만남이, 길가에서 우연히 부딪히면서 시작하는 진부한 설정은 기대감을 떨어뜨렸다. 또한 뻬르께매장에서 진상을 부리던 취객 정수영을 두고 벌인 에피소드는, 채널을 돌리고프게 만든 진상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진상녀를 한방에 달래 준 서재희의 처방전이 와 닿지도 않았다. 여주인공 차봉선에겐 먹혔는지 몰라도 말이다.

다행인 건 어수선하고 따분했던 초반 30분정도가 지나고선 안정감을 찾았다는 점이다. 안 어울릴 것 같았던 주인공커플 이지아-윤시윤이, 제법 그럴싸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고은-윤시윤이 엮이면서, 세 명이 만들어 갈 주축 러브라인에 적신호가 켜지기도 했다. 안 어울릴 것 같은 한고은과 윤시윤은, 정말 안 어울렸기 때문이다. 덕분에 이지아와 한고은의 연기와 캐릭터도 극과극의 반응을 불렀다.



나도 꽃, 극과극의 조합-미스캐스팅은 누구?

시크한 차봉선을 연기하는 이지아는 어색하다. 차봉선이 시크한 게 아니라, 이지아가 시크한 척 하는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그만큼 차봉선에 녹아들지 못한 이지아는 부자연스럽다. 그런데 당돌하게 들이대는 서재희앞에선, 차봉선의 시크함이 엷어지면서, 이지아의 연기도 훨씬 자연스럽게 표출된다. 즉, 차봉선과 서재희를 붙여놓으면 적절한 시너지효과가 동반된다.

반면 CEO 박화영을 연기하는 한고은은 자연스럽다. 한고은의 고질적인 발음문제는 개선되지 않았지만, 그녀가 박화영이란 캐릭터를 소화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단지 박화영이 서재희와 붙으면 어색한 그림이 연출된다. 이 날 방송에서 가장 보기 안쓰럽고 어색한 장면도, 샤워를 마치고 나온 재희와 그의 집을 찾아온 화영이 얼굴을 마주하고 나눈 대화였다.



화영은 재희가 더 이상 신분을 감추지 말고, 뻬르께의 디자이너이며 공동대표라는 사실을 세상에 알리는 게 좋겠다고 설득한다. 이에 재희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화영에게 자신의 얼굴을 들이민다. 그러자 화영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다. 극중에서 화영이 재희를 짝사랑하기 때문이다. 순간 두근거렸던 화영을 표현한 한고은의 연기속엔 부족함이 없었다.

안타까운 건 박화영이 서재희를 짝사랑하는 것이 아닌, 성숙한 한고은이 어린 윤시윤을 짝사랑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사실이다. 정지된 카메라속 한고은의 원샷은 훌륭하지만, 윤시윤과의 투샷은 부담스럽다. 박하영의 사랑이 서재희안으로 스며들기엔, 한고은과 윤시윤의 매치가 벽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누나와 남동생,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느낌이랄까. 한고은과 윤시윤의 연기가 아닌, 조합의 문제였다.

1회만 놓고 보면, 연하 윤시윤효과가 연상녀 이지아와 한고은에게 극과극으로 전달되고 있다는 게, 나도꽃의 최대 아킬레스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로맨틱코미디의 핵심 코드는 러브라인이다. 남자주인공 윤시윤을 중심으로, 이지와와 한고은이 팽팽하게 대립할 수 있어야 긴장감과 재미도 수축과 이완을 반복할 수 있을 텐데, 본 게임에 들어가기도 전에 KO로 결과가 나온 느낌을 주고 만다. 그렇다고 나도꽃이 캐릭터가 아닌 스토리자체의 힘으로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췄다고 보기도 힘든 터라, 캐스팅이 과연 적절했는지 아쉬움을 낳는다.



어려 보이는 윤시윤은 스스로도 이를 극복하려 종종 연기에 힘이 들어간 모습도 잡힌다. 물론 윤시윤이 이지아가 차봉선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데에 있어,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시너지를 내고 있지만, 반대로 한고은에게 딱 맞는 박화영이란 캐릭터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누가 미스캐스팅인지 헷갈릴 정도다. 다만 그들이 서로에게 녹아들고, 시청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하다는 건 분명해 보였다.

나도꽃은 이제 시작이고, 가야할 길이 멀다. 1회만 놓고 봤을 때, 이미 드라마가 중반을 넘어서고 있는 동시간대 ‘뿌리깊은나무’나 ‘영광의재인’의 시청률을 뺏어오기엔 버거워보였다. 그렇다면 자체파이를 키워야 하는데, 무난한 전개, 무난한 에피소드로 가능할까. 미스캐스팅의 시선을 내용으로 얼마만큼 커버할 수 있느냐가, 나도꽃이 피느냐 지느냐로 귀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