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작교형제들, 왜 삼각관계를 남발할까?
주말드라마 ‘오작교형제들’은 시청률 30%를 돌파하며 인기의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인기 비결을 꼽자면, 시청자에게 익숙한 코드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이해와 접근이 용이하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각각의 개성이 다른 오작교농장의 4형제들이, 인생의 반려자를 찾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과정이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즉, 오작교형제들이 겉으론 가족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론 네 남자의 순탄치 않은 사랑과 결혼에 보다 초점을 맞춘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오작교형제들 주변엔 배우자가 될 여자들이 존재하고, 그녀들의 캐릭터 또한 형제들처럼 개성이 뚜렷하며 살아온 배경도 대조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과연 이들이 어떤 방향에서 서로에게 사랑을 느끼고 결혼까지 골인하게 될까가, 오작교형제들의 큰 줄기라고 볼 수 있다.
현재까지는 큰 무리가 없이 진행되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없지 않다. 극중에 삼각관계가 지나치게 남발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멜로드라마에서 삼각관계나 사각관계가 보편화된 설정이고 위력을 발휘하는 것도 사실이나, 가족드라마를 앞세운 오작교형제들에서, 한 명도 아닌, 네 명의 형제들 모두가 삼각관계에 수렁에 빠지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오작교형제들, 왜 삼각관계를 남발할까?
첫째 아들 황태식(정웅인)-미숙(전미선)-예진(윤주희)
태식은 이웃에 사는 동창 미숙에게 사랑고백을 받지만, 이미 마음은 예진에게 있다. 그리고 예진과 결혼을 결심한 상황에, 느닷없이 9년 전 필리핀에서 잠시 연애했던 안젤리카사이에서 태어난 국수가 등장했다. 태식은 아들 국수의 존재조차 몰랐기 때문에,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없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가족들은 태식에게 실망감을 쏟아낸다.
그럼에도 태식은 예진과의 결혼을 서두르고자 한다. 과연 예진이 태식의 아들 국수의 존재를 알고도 프로포즈를 받아들일까. 정황상 태식은 예진보다는 미숙과 연결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만약 예진이 퇴장하고, 미숙과 태식이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한다면, 태식이 백방으로 수소문해봤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던 국수엄마 안젤리카가 갑자기 튀어 나와, 예진이 사라진 자리를 메우고 또 한번의 삼각관계를 잇지는 않을지 짜증스런 대목이다.
둘째 아들 황태범(류수영)-차수영(최정윤)-공부장
혼전임신으로 1년간에 계약결혼을 단행한 태범과 수영. 그러나 수영이 태범을 사랑하는 것만큼 태범은 수영을 사랑하지 않는다. 단지 태범은 수영의 뱃속에 아기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식의 결혼을 한 셈이다. 부부관계는 꿈도 못 꿀 상황이다. 계약기간이 끝나면 이혼도 마다 않을 태세여서, 불안한 동거를 진행중에 있다.
그 와중에 수영의 대학선배 공부장이 회사에 등장했다. 공부장은 과거에 수영을 짝사랑했던 남자로 집안도 이력도 화려하다. 그리고 재차 수영에게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회사에서는 수영과 태범이 결혼한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공부장이 수영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할 여건이 조성된 셈이다. 결국 공부장에 대한 질투심은 태범이 수영을 사랑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만약 태범의 옛사랑 혜령마저 등장한다면, 삼각을 넘어선 비밀리에 사각관계도 현실이 된다.
셋째 아들 황태희(주원)-백자은(유이)-김제하(정석원)
가장 우려스런 삼각관계다. 태식과 태범은 이미 엎질러진 삼각관계라고 하지만, 태희와 자은사이에 제하까지 엉킨다면, 정말 답이 없다. 게다가 태희의 친엄마가 제하의 새엄마란 사실이 지난 6일 방송분에서 드러났다. 즉, 제하에게 태희는 배다른 동생인 것이다. 제하는 그 사실을 알고 태희에게 접근했고, ‘내가 니 형이다!’라고 당당하게 토로했다.
삼각관계중에서도 가장 막장스럽다는 한 여자를 두고 벌이는 배다른 형제의 사랑싸움이 태희-자은-제하에게서 불거지는 것 아닐지 난감한 대목이다. 물론 태희와 자은은 서로 사랑하고 있지만, 태희의 큰엄마(김자옥)의 각서사건 때문에 연애를 시작하기도 전에 틀어져 버렸다. 무엇보다 태희가 연애경험이 전무해 쉽게 오해할 소지가 다분하다는 점에서, 제하의 존재는 태희에게 여러모로 거슬릴 전망이다.
넷째 아들 황태필(연우진)-남여울(송선미)-?
현재로선 매장의 사장과 매니저에 국한된 듯 보이나, 이들도 러브라인으로 엮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태필은 태범의 동생이고, 여울은 수영의 이모. 나이차가 꽤나나 나는 연상연하커플이며, 호적관계도 복잡해지게 만들 커플이다. 게다가 이들이 사랑으로 발전하면 반대할 가족들이 많아 에피소드가 많아지고, 제작진입장에선 러브라인 소재로 버리기 아까울 것이다.
물론 형들의 순서에 밀려, 아직까진 본격적으로 러브모드에 돌입한 게 아니지만, 이들이 눈이 맞는다면, 둘만의 문제로 해결을 볼까. 친구 여동생식으로 태필에게 접근하는 여자를 제작진이 구하진 않을까. 만일 이들 커플마저 삼각관계를 달성한다면?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러하듯이, 러브라인 설정에 있어 사각관계도 평이해진 마당에 삼각관계도 당연히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오작교형제들에서, 4형제가 모두 주인공이라고 볼 때, 형제 네 명이 모두 삼각관계에 빠진다면, 합이 십이각이다. 무엇보다 한 드라마에서 삼각관계가 지나치게 남발될 경우, 진부함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주인공커플사이에 타인이 개입해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고 이를 통한 사랑싸움을 극대화해 전개를 원활하게 만들수록, 식상함을 벗어내기엔 더욱 힘들기 때문이다. 삼각관계에도 조절이 필요하지 않을까.